과학 이야기
(67) 현실감 있는 디지털 세상, 디지털트윈
[과학과 놀자] 센서와 사물인터넷으로 현실세계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트윈…메타버스와 달리 가상세계 변화가 현실세계에 영향 주기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사진)’을 보면 현실세계에 있는 주인공이 가상세계 아바타로 표현된다. 주인공은 가상세계에서의 촉감을 현실세계에서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서로 연결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디지털 쌍둥이) 기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디지털트윈은 컴퓨터에 물리적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 디지털 세계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디지털 세계에서 시뮬레이션(simulation·묘사)한다. 현실과 가상이 서로 교감디지털트윈은 현실에서 실수할 경우 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개발된 개념이다. 디지털트윈은 2010년 NASA에서 우주선의 물리적 모델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시도됐다. 요즘 사람들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디지털트윈과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가상이 서로 교감하고, 정밀하게 물리적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을 가상세계에 투영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sensor)나 사물인터넷(IoT)을 사용한다. 디지털트윈은 3차원(3D) 디지털 구현을 위해서 도시 전체를 스캔(scan)하기도 한다.
디지털트윈 개념. /출처: NASA
디지털트윈 개념. /출처: NASA
가상세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현실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액추에이터(actuator)란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액추에이터는 컴퓨터 신호로 제어해 물리적 영향을 주는 장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 아바타가 건물 오피스 조명을 켜면 현실세계의 건물에 설치된 조명을 밝게 만들어, 환경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때, 컴퓨터로 제어되는 조명이 액추에이터의 한 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세계처럼 가상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술도 함께 사용한다. 현실감 있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바람이 불거나 물이 흐를 때, 인공지능적으로 이를 시뮬레이션해서 3차원으로 표현한다.

선진국에서는 디지털트윈의 높은 시장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가트너(Gartner)사는 디지털트윈을 2017년, 2018년 연속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고, 마켓스앤마켓스(Markets and Markets)는 시장 규모가 2023년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트윈은 세계적으로 기술 표준화가 진행될 만큼 관심이 높다. 영국 국가인프라위원회(NIC: National Infrastructure Commission)는 2017년 도시, 도로와 같은 국가 인프라를 디지털트윈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국가 인프라 자산관리를 위한 방향타를 ‘브리티시(British) 트윈’으로 결정했고, 국제표준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ISO 23247 그룹에서 디지털트윈 프레임 워크를 개발하고 있는데, 디지털트윈 목적, 구조, 디지털화 방법 등을 정의하고 있다. 이 밖에 각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의 표준이 제정되고 있다. 항공우주·기계·건설 등에서 활용디지털트윈은 많은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현실적인 디지털 세계 묘사를 위해 항공우주, 기계제조, 건설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관점에서 디지털트윈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2014년 시작된 싱가포르의 ‘버추얼(Virtual)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시뮬레이션하고 해결하기 위해 도시, 건물 전체를 3차원으로 디지털화했다. 도시는 디지털트윈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도시나 건물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모아, 환경을 분석할 수 있다.

그럼 디지털트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좋은 만능 도구일까? 디지털트윈은 아직 값비싼 첨단 기술과 데이터를 사용한다.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효과 있는 곳에서 디지털트윈을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디지털트윈은 오염되지 않은 데이터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은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데이터가 잘못돼 있거나, 얻기 어렵다면 디지털트윈은 오히려 많은 비용만 소모된다. 이런 과정과 비용을 감수할 만큼 의미가 있는 곳에서 사용해야 디지털트윈은 성공할 수 있다. √ 기억해주세요
강태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강태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트윈은 컴퓨터 속에서 현실세계에 대한 디지털 가상 복제본을 만들고, 현실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가상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디지털트윈은 디지털 가상세계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metaverse)와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가상이 서로 교감하고, 정밀하게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