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글로벌 법인세 전쟁

법으로 기업을 사람처럼 인정
중앙정부가 직접 부과하는 방식

기업이 세금 내는 것 같지만
주주·종업원·소비자에게 돌아갈
이익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
소득재분배 효과 기대 어려워
세금과 관련한 명언 하나를 읽어볼까요?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곤.(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한 말입니다.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죠. 많은 종류의 세금 중 하나가 바로 법인세입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창업하면 맞닥뜨리는 세금입니다. 기본 내용을 미리 공부해볼까요?

재벌 부담? 세율 낮추면 부자감세?…법인세에 대한 오해
법인세의 정확한 명칭은 법인소득세입니다. 개인소득세와 쌍을 이룹니다. 법인소득세는 이익을 낸 법인이, 개인소득세는 돈을 번 개인이 냅니다. 세금은 인간이 내는 것인데 왜 생명이 없는 법인(法人)이 낼까요? 국가는 언제나 세금을 많이 거두려 하기 때문에 법으로 기업을 사람처럼 인정한 겁니다. 법인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냐고요? 법원(등기소)에 설립 서류를 내면 법인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같죠.

법인세는 직접세이고 국세입니다. 직접세는 납세 의무자(신고 납부자)와 담세자(내는 자)가 같은 세금을 말합니다. 간접세는 둘이 다른 세금(예:부가가치세)입니다. 법인세는 중앙정부가 징수하므로 국세입니다. 지방세는 시도군구청이 거두는 세금입니다.

법인은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으로 구분됩니다. 내국법인은 국내에 본점이 있는 경우입니다. 앞에서 법원 등기소에 가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본점 소재지 등기소입니다. 경기 수원에 본점이 있으면 수원지방법원 등기소죠. 내국법인은 세금을 본점 소재지 세무서에 냅니다. 외국법인은 지점이 있는 소재지 세무서에 납부합니다. 과세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법인세율은 이익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는 누진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법인세율이 얼마인지를 찾아보세요.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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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를 둘러싼 논쟁을 공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 정책을 확대하려면 법인세를 높게 물려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법인세를 높이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결국 더 큰 복지인 일자리(소득 기회)를 없앤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첫째, 법인세는 진짜 누가 낼까요? 재정학의 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에 따르면, 법인세는 소위 ‘재벌’이 내는 게 아닙니다. 재벌은 개인소득세를 낼 뿐이죠. 법인세는 주주들이 냅니다. 많은 주주에게 배당으로 가야 할 이익이 세금으로 나가니까요. 종업원도 많이 부담하게 됩니다. 이익은 임금(보너스 포함)이나 회사내 복지 자금으로 쓰여야 하는데 세금으로 나가니 종업원이 부담하는 셈입니다. 그다음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냅니다. 세금을 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듯이, 법인도 세금이 늘면 그만큼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들에게 전가합니다. 이것을 조세 전가(tax shifting)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한 다리 건너 부담하죠. 또 법인세가 오르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자본가들도 일정 부분 부담합니다. 결국 법인세는 소비자, 종업원, 주주, 자본가들이 내는 거죠. 법인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 전체가 세금을 더 내는 셈입니다. 눈에 잘 안 보이죠.

둘째 논쟁점은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라는 것인데요. 앞서 말한 조세전가 이론에 비춰보면 ‘법인세 인하=국민 세부담 하락’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법인세 부담은 경제주체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과 같다는 설명입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부자만 혜택을 본다는 시각은 옳을까요? 각국 정부가 코로나 정국에서 법인세를 내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면 ‘법인세 인하=부자 감세’라기보다 ‘법인세 인하=감세 통한 소득 증가’가 더 설득력을 지닙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소득세이지 법인세가 아닙니다.

셋째 관점은 법인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입니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누진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익이 많은 기업일수록 세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누진 구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많이 번 기업이 많이 내도록 하는 것 자체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법인세는 소비자 등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누진 구조라고 해서 법인에 속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종업원들이 주주들과 같이 동일하게 부담하는 셈입니다. 다만 법인세를 많이 거둔 정부가 다른 곳에 예산으로 쓸 수는 있겠지요.

넷째로 법인세를 내려도 법인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논쟁점입니다. 법인세 인하는 전반적으로 기업이 투자할 자본 비용을 낮춥니다. 자본 비용이 낮으면 대개 투자를 합니다. 기본적인 수요 이론(가격이 낮아지면 수요량이 는다)이죠. 물론 개별 기업들이 일제히 투자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요인이 많죠. 그래도 투자 수준이 증가한다는 게 확립된 이론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왜 법인세를 내리겠어요? 법인세율은 한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아야 합니다. 이 기회에 래퍼 곡선도 한번 찾아보고 주요 선진국들의 법인세율도 비교해보세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① 법인소득세, 개인소득세, 직접세, 간접세, 국세, 지방세 같은 세금 용어를 찾아보고 개념을 정확하게 구분해보자.

②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법인세율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어떤지를 알아보자.

③ 법인세율이 올라갈 때와 낮아질 때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