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안녕하세요. 어느덧 올해의 수능과 대입논술고사가 지나갔군요. 고3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참 수고 많았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서는 학생들에게는 목표와 포부를 갖고 현명한 입시전략을 취하라는 조언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인문논술칼럼과 생글생글 논술신문이 입시수험생인 여러분에게 매주 한 번 찾아오는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수업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문논술 칼럼 2회차에서 여러분에게 ‘비교’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기억하나요? 비교의 개념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비교(比較):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

오늘 배우고 익힐 사고유형은 비판입니다. 그런데 왜 비교를 먼저 언급했을까요? 왜냐하면 비판의 사고는 비교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한자교육세대가 아니니, 한자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개념의 근본을 파악할 수 있어 공부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내어 개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비교(比較)의 비(比)는 앉아 있는 두 사람의 키와 같습니다. (글자를 잘 보면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양 같죠? 실제로 그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두 사람의 키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두 사람의 머리 높이와 앉은 자리의 차이를 관찰해야 하잖아요. 이와 같이 대상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문해력과 관찰력입니다. 제시문의 논지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답안을 작성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2회간의 칼럼을 통해 공부해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배울 비판(批判)의 비(批)자에는 앞서 본 비교의 비(比)자에 비해 앞에 하나의 모양이 더 붙어 있습니다. 바로 손(, 독음: 수)자입니다. 손이 붙어 있다면, 우리는 관찰만 하지 않고 그것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면 그것은 고치기 위함이죠? 또한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매만지면서 비교하게 되면, 관찰에 비해 절로 머릿속 생각이 많아지게 됩니다. 뒤의 글자는 더 재밌습니다. 판(判)의 글자를 해체하면 앞 글자는 반(半), 뒷글자는 칼()입니다. 즉 칼로 반으로 자르다는 뜻이 되겠네요. 비판의 사고도 바로 이렇게 옳고 그름을 나누고, 칼로 자르듯 선명하게 판단하는 사유를 말합니다. 물론 두 글자 모두 해서체로부터의 생성원리는 지금 설명한 바와 다소 상이하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비판의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으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비판은 옳고 그름을 나누는 사고와 판단을 뜻합니다. 따라서 비판과 평가의 ‘나누는’ 판단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둬야 합니다. 게다가 비판과 평가의 사고유형은 대입시험에서 핵심일 뿐 아니라 대학 진학 이후에도 아주 중요한 사고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럼 실제 문제로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논리적으로 말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래 그림 1, 2를 참조해 국제구호기구(NGO 등) 등의 모금운동에 대해 비판해보세요. (이후에는 충분히 스스로 생각해 본 뒤에 읽도록 합니다.)
[2021학년 논술길잡이] 비판은 옳고 그름을 가리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사유
자, 이제 비판하는 법을 위해 단계적으로 생각해볼게요!

1. 옳고 그름을 나눠 봅니다.

옳은 점:(1)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함. (2) 가난한 현실을 개인이 벗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로 도울 필요가 있음. (3)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4)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므로 서로 돕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의무이며 모금운동은 이런 의무실행의 연장선에 있음 등등.

그른 점:(1) 모금운동의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모금운동을 하는 방법은 감정을 자극하고 눈시울을 적시기 위한 선정적 방식으로 이것은 이른바 ‘난민 포르노’에 가까운 것임. (2) 대상을 돕기 위한 취지가 무색하게 상대를 더 곤경에 빠뜨리거나, 물질적 도움을 준다는 미명하에 근본적으로 상대의 인격, 자존감 등을 망가뜨리고 있음. (3) 모금은 근본적으로 도덕적 의미를 가져야 하는데, 이런 모금운동은 기부하는 사람들을 속이고 요구조자들은 스스로를 거짓되게 연출하고 있으며 그 매개자들은 국제기구도 모금행위를 성공하는 것만 생각하며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므로 이 모든 활동의 전개과정에서 진실한 도덕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음. (4) 모금활동의 목적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도덕적 의무의 실현에 있으나, 그림 2의 현실을 보면 모금운동의 성공으로 목적이 변질돼 목적전치(주객전도)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 등등.

2. 그렇다면 옳고 그른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누군가를 설득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거나 말을 해봅시다. (물론 위와 같은 생각을 모두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풍부하면 설득력이 높아지니, 최대한 풍부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답: 모금행위는 일반적으로 도덕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림 1 속 아이의 모습이 상징하는 것처럼 알려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알아채기 힘든 인간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필요하며 옳은 행위다. 그러나 그림 2의 상황처럼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게 왜곡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옳으나 실질적인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근거1: 우선 옳은 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격차가 해소되지 않아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러한 불평등이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 언제나 타자를 구호하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적인 의무가 된다. 인간은 혼자서만 독립적으로 살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미디어의 발달과 교류의 확대 등으로 기존 국가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상호 간의 연결범위가 매우 확대된 이른바 세계화의 공간 위에 서 있다. 따라서 인간의 기본적 의무도 그만큼 확대된 셈이며,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누군가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도울 도덕적 의무를 세계적인 시선에서 가꿔야 한다. 그러므로 국제구호기구(NGO 등)의 모금운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행위의 발로이며, 타자에게 무관심하거나 어떤 정보도 갖지 못해 공감할 기회가 없었던 다수에게 연민과 공감, 그리고 그에 기반한 적극적 부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행위다.

근거2: 그러나 그른 점도 분명하다. 그림을 살펴보면 국제구호기구의 모금운동이 지닌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른바 ‘빈곤 포르노’라 불리는 사진 속의 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전달받는 빈곤아동의 고통은 보통 그림1을 통해 전달되지만, 이런 장면은 그림 2와 같이 연출된 것일 수 있다. 즉 사람들의 공감과 모금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 본래 목적인 인간에 대한 구조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감정적 자극과 기부금 총량 증대가 목적으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래 목적을 잃지 않고 도덕적인 인간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모금운동의 방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imsammail@gmail.com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imsammail@gmail.com
비판은 옳고 그름을 나누는 사고와 판단을 뜻합니다. 따라서 비판과 평가의 ‘나누는’ 판단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둬야 합니다. 게다가 비판과 평가의 사고유형은 대입시험에서 핵심일 뿐 아니라 대학 진학 이후에도 아주 중요한 사고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