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3시22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을 쏘아 올렸다. 크루드래건은 발사 후 12분 만에 추진 로켓에서 분리된 뒤 약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궤도에 올라섰다. 이후 약 19시간 만에 ISS에 안착했다.

민간 기업이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스페이스X는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회사다. 머스크 CEO는 스페이스X를 세운 뒤 달과 화성 여행을 목표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왔다. 이번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여행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은 과거 옛소련과 경쟁하며 국가 주도로 우주 개발을 이끌어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라는 이름이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를 상징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업 4년 뒤인 2006년 NASA와 ISS에 물자를 수송하는 운송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우주 개발을 민간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버진갤럭틱 등도 민간 우주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로 시작된 우주 개발은 이제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시장 논리에 따라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민간 기업은 냉전시대 정부 주도 탐사를 ‘올드스페이스(old space·낡은 우주)’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뉴스페이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뉴스페이스는 기업가정신과 무한한 상상력, 효율과 경쟁 등이 특징이다.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은 과거에 비해 비용을 크게 감축하고 있다. 크루드래건 개발에 NASA가 분담한 비용은 17억달러(약 2조원) 정도다.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우주선 개발 비용은 현재의 화폐 가치로 따질 때 309억달러에 이른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등도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중국국가항천국(CNSA) 등은 달과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이 우주탐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내 우주탐사의 대표주자로 2022년 달 탐사 궤도선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천문연구원은 NASA 개발 프로젝트에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참여하고 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