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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53호 2019년 11월 18일

Cover Story

취업 포기자 역대 최다…''비경제활동인구''에 숨은 취업난

경기가 가라앉으면 실업률이 오른다.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서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면 실업률이 거꾸로 떨어지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진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만 실업자로 분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취업난에 절망해 아예 일할 의사마저 잃은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1990년대 초 장기 불황에 진입한 일본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실업률이 단기 급등했다가 ‘취업 포기자’가 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현상이 최근 한국 고용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률이 오르고 있지만 취업포기자 등을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도 가파르게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게 근거다. 각종 고용 통계의 움직임이 ‘장기 경기침체’에서 나타나는 모양새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고용률 역대 최고 기록했지만…

지난 8월 고용률은 61.4%로 1997년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높았다. 통계가 발표되자 정부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봐 고용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정부 입장과 반대로 고용시장의 한파가 심해지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33만 명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가사나 학업처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구직 등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사람(217만3000명)도 역대 최다였다.

‘쉬었음’ 인구가 급증한 건 경기 침체로 휴·폐업이 늘고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쉬었다고 답한 이유는 △몸이 좋지 않아서(41.7%) △원하는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16.9%) △퇴사 및 정년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16.3%) 순으로 많았다.

특히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직장이 문을 닫아 쉬었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늘었다. 쉰 이유를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순으로 보면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1.6%포인트 증가) △직장의 휴·폐업으로 쉬고 있음(0.7%포인트 증가) △일자리가 없어서(0.4%포인트 증가) 등이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아예 취업활동마저 그만두고 ‘그냥 쉰’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수출 감소 등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사정도 급격히 나빠져

서민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함께 발표한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 통계를 보면 8월 기준 직원을 두고 장사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153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6000명 감소했다.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29만6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혼자 또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장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1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7000명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 상황이 나빠지자 “고용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10월과 12월을 제외하면 매달 늘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매달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매달 감소하고 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월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내수가 안 좋아 40~50대 위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하지 못해 신규 창업하는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출발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고 충분한 준비 없이 급하게 자영업을 시작한 비율도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의 절반 이상은 3개월에도 못 미치는 준비기간을 거쳐 창업했다. 신규 자영업자의 44%는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종잣돈’을 들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NIE 포인트

일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일자리를 찾지 않는 ‘쉬는 인구’가 늘어나면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정부가 다양한 경제 통계를 함께 읽지 않고 한 가지 통계로만 현실을 보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논의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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