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이재민 1800여 명을 발생시키고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시킨 포항 지진(규모 5.4). 이 지진이 사람에 의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달 말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땅 밑 단층을 자극해 일어난 촉발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은 땅 밑 깊숙이 높은 압력의 물을 넣어 땅의 열로 데운 뒤 열과 전기를 발생시킨다. 연구단은 “물을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해 규모 2.0 이하의 미소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났다”며 “이런 충격이 쌓이면서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에선 연구단 발표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금까지 인위적인 요인으로 이렇게 큰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없어서다.

포항지역 피해자들은 진작부터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다’고 의심해 왔는데 연구단 발표가 사실로 확인시켜준 셈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국가와 발전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지금까지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약 1200명이다. 앞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 소송 규모가 수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진행한 사업이어서 정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국비만 185억원이 투입됐다. 지열발전사업단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정부가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포항 지진의 구체적인 원인과 파장에 대해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