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30) 화폐
돌 화폐
돌 화폐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통신망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마포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 등 일대 통신이 한동안 먹통이 됐다. 또한 ATM기와 카드결제도 이용할 수 없었다. 이 일대 주민과 직장인들은 인근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현금 결제를 해야 했다. 신용카드·체크카드·간편결제 서비스를 주로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다양한 종류의 화폐

이 사건은 ‘화폐’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쉽게 해주는 수단이다. 화폐를 매개로 재화가 교환되고 유통되는 경제를 화폐경제라고 부른다. 화폐 경제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발전해왔다. 우리 선조들은 현재의 기준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개껍질을 화폐로 사용했었고, 커다란 돌과 동물 뼛조각도 마다하지 않았다. 금·은과 같은 여러 귀금속도 화폐 기능을 했다. 당시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이는 것들이 거래수단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분업을 이끈 화폐의 출현

그렇다면 화폐는 어떻게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을까? 화폐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물물교환이 성행했다. 각자가 필요한 것이 있을 경우, 각자가 가진 물건을 일정 비율로 교환했다. 가령, 사과를 가진 이가 배를 가지고 싶고, 배를 가진 이가 사과를 가지고 싶은 경우 서로 합의하면 교환거래가 성립했다. 하지만 욕구의 일치를 찾는 과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불편하기도 했다. 매번 큰 물건을 가지고 오가기도 어려웠다. 화폐가 출현하면서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화폐가 출현하자, 교환은 더 활발하게 일어났다. 더 많은 교환을 위해 개개인이 잘하는 영역을 특화해 많이 생산했고, 더 많은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화폐를 주고 물건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살 수 있게 됐다. 예술작품도 구매할 수 있었다. 예술가는 더 많은 화폐 소득을 얻기 위해 예술 활동을 특화했고, 일반 직장인은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해 화폐 소득을 올렸다. 그 화폐를 자기계발에 쓰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거나, 여행비로 쓸 수 있었다. 화폐가 사회적 분업을 촉발시켰고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화폐의 역할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화폐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환의 매개수단, 회계 단위의 기준, 가치저장의 수단 등 세 가지가 기본적인 역할이다. 원하는 물건을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파는 사람에게 화폐를 지불할 때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다. 회계 단위의 기준이란 마트나 편의점 등에 붙어 있는 재화에 대한 가격을 정할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돈을 모아 은행에 저축을 해두는 것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예다. 이런 화폐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우리는 실물화폐가 없는 전자화폐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화폐의 기본 성격과 중요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