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군사의 통솔 능력을 뜻했지만
다방면에서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로 쓰임 -사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다다익선(多多益善)
▶ 한자풀이

多: 많을 다
多: 많을 다
益: 더할 익
善: 좋을 선

건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믿을 만한 신하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세운 뒤 그들을 하나둘 숙청한다. 막강 공신의 힘은 자칫 군주를 향한 비수가 되는 까닭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왕실 안정을 위해 개국 공신을 줄줄이 내쳤다.

항우군 토벌에 결정적 공을 올려 초왕이 된 한신은 한의 왕실에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그는 본래 항우 수하에 있다가 한나라에 귀순했다. 제나라를 정복한 뒤 스스로 제왕에 올랐다. 이제 유방에게 한신은 ‘사냥을 마친 개’였다. 한신 자신의 표현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고조 유방이 계락을 써 한신을 포박 압송해 회음후로 좌천시키고 도읍 장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다. “과인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는가?” “황송하오나 폐하는 10만 명을 거느리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럼 그대는 어떠한가?” “신은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그럼 그대는 어찌 10만 명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됐는가?” “그건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라 장수의 장수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입니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는 말로 고조의 의심을 더 산 한신은 결국 자신은 물론 삼족이 죽임을 당했다. 어쩌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다다익선에 매몰돼 사는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면 행복하다는 믿음에 평생을 움켜쥐다 되레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도 많다. 인간이 물질의 종이 된다면 그건 다다익선이 아니라 다다익손(多多益損)이다.

신동열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