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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05호 2018년 9월 3일

서양철학 여행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51)] 프래그머티즘(중)-제임스의 실용주의적 진리론


역사적으로 인간은 외적인 힘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는 자유스러운 정신으로 진리를 찾고자 했다. 왜냐 하면 진리는 단순히 이론상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에 좌표를 제공하고 사회를 바람직한 방 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를 찾는 일은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인간답 게 살기를 원하는 모든 인간에게 절박하고도 공통된 과제였다

퍼스가 만들고 제임스가 꽃피워

19세기 말 미국에서 등장한 실용주의 철학, 프래그머티즘 역시 행동의 관점에서 진리와 지식을 새로 해석한 철학이다. 실용주의는 간단히 말하면 ‘지식과 진리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해석’이다. 여기에 핵심적인 공헌을 한 철학자가 윌리엄 제임스다. 그는 뉴햄프셔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에는 정식 학교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많은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혔다. 10대 후반에 하버드대에 입학해 화학, 해부학, 생물학, 의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독일 베를린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위대한 제임스가 하버드대에서 34년이나 가르쳤기 때문에 19세기 말, 20세기 초 하버드대가 위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실용주의 철학을 대중화하기 위해 일상적인 용어를 즐겨 쓰고, 나아가 다양한 비유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퍼스가 실용주의를 제창해 씨를 뿌렸다면 제임스는 실용주의를 보급해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소의 발자국을 따라가니

제임스의 실용주의에서 핵심 사상은 그의 실용적 진리관이다. 그에 이르면 진리란 어떤 실제적인 문제의 해결이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제임스가 즐겨 드는 유명한 예를 살펴보자.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이 ‘길을 잃으면 소의 발자국을 따라가라’는 말을 떠올리고 소의 발자국을 찾아 그 발자국을 따라갔더니 인가가 나왔다고 하자. 이때 이 사람의 ‘소 발자국을 따라가면 인가가 나오리라’는 생각은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져 유용한 결과에 도달함으로써 진리가 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어떤 학생이 ‘자기 주도적 학습은 창의력을 기른다’고 생각하여 그 방법을 적용해봤는데, 실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 그 판단은 진리가 된다.

‘유용성’이 진리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제임스는 ‘현금 가치’라는 비유를 사용한다. “당신이 실용주의 방법을 따른다면 당신은 당신이 추구하는 것에서 실질적인 현금 가치를 도출하고 당신의 경험 안에서 그것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관념 자체는 본래적인 진리나 가치가 없으며, 관념이 진리가 되려면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어떤 유용한 결과, 즉 실제적 현금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제임스는 이와 같은 자신의 실용주의적 진리론을 종교 개혁에 비견하고 ‘철학의 무게중심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임스가 보기에 실용주의 등장 이전까지 철학자들은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를 찾기 위해 끝나지 않는 형이상학적 논쟁을 해왔다. 이런 논쟁에 대해 제임스는 관념의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일어나면 그 각각의 실제 결과들을 추적하고 그 개념이 누군가에게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가를 따짐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가령 두 가지 개념이 산출하는 결과들 사이에 아무런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두 개념은 실제로 같은 것이고 모든 논쟁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쥐를 잡으면…

제임스는 더 나아가 이런 논리를 종교에까지도 적용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신의 존재가 과연 증명될 수 있을지는 물을 필요가 없다. 단지 신을 믿거나 믿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차이를 초래할 것인가를 묻는 일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데?”라는 실용주의적 질문은 개념, 진리,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논쟁을 해결하는 데 만능키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 냉전 시대에 중국의 이념의 문제를 해결한 중국 덩샤오핑의 유명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실용주의라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쥐를 잘 잡는다’는 결과가 동일하다면 그 고양이가 ‘희다’거나 ‘검다’거나 하는 이념상 차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실용주의 철학이다.

●기억해주세요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데?’라는 실용주의적 질문은 개념, 진리,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논쟁을 해결하는 데 만능키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 냉전시대에 중국의 이념의 문제를 해결한 중국 덩샤오핑의 유명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실용주의라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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