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논술은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아닌가요?”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논술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주어진 자료, 제시문, 논제의 요구에 따른 분석적 글쓰기, 논리적 글쓰기이다. 그러나 어떤 제시문의 관점을 취할 것인지,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주목할 만한 요인은 무엇인지, 그에 따라 모색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 가운데 어떤 대안에 주목해 문제 상황을 해결할 것인지는 서술자의 견해, 선택에 의한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생각만을 서술하는 오류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논술을 꾸준히 학습해 온 학생들 사이에서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데, 논제에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한 경우 그 정도가 심해진다.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출제자 의도, 전체적인 주제의식, 답안작성 방향에서 벗어난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논술은 논리적 글쓰기다. 논리적 글에는 논증의 과정이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자기 견해를 서술할 때도 제시문의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논술이 글짓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독해력, 논리논증력, 표현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므로 수험생은 자신이 이러한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점-원인-대책’의 논리적 관계 파악

불치병과 난치병의 차이는 바로 발병 원인이 밝혀졌는지 아닌지에 있다. 발병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치료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난치병은 치료제가 있으나 완치가 어려운 경우지만 불치병은 애초에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혔다면 치료법을 찾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넘어간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였는지, 여러 가지 발병 원인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룬 원인이 무엇인지 등과 같이 연구자의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서술자의 견해와 맥이 닿아 있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원인에 따라 해결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따라서 해결 방안을 서술하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상황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러한 문제 상황이 왜 발생하였는지 원인을 분석한 후, 문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순차적으로 생각해 나가야 한다. 문제점은 논제에서 직접적으로 밝혀주거나 제시문의 상황을 통해 드러난다. 여러 제시문 중에서 어떤 제시문은 문제 상황을, 어떤 제시문은 원인을, 어떤 제시문을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관점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 어떤 원인, 어떤 대안을 모색하는 게 적절한가는 제시문을 통해서 확인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에 집중하고 정확하게 독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다음 원인을 분석할 때는 최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현상에 한 가지 이유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련된 모든 원인을 일일이 다 언급할 필요도 없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에 집중하고 문제현상의 직접적인 원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서술할 내용을 선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해내면 그만큼 문제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결 방안 서술은 문제해결 유형에서 가장 중요하다. 해결 방안은 지나치게 피상적이거나 교과서적인 결론을 피하고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내용으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원인이 분석되면 해결 방안 역시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될 수 있고 해결 방안이 다양하다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그만큼 쉬워질 수 있다.

대안의 한계 및 효과 함께 서술해야

자신이 제시한 해결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이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는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까지 검토한다면 수험생의 주장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해결 방안 중에서도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하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떠한 관점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다른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왜 효과적이지 않는가에 대한 분석까지 포함된다면 다른 답안과 구분되는 창의적 답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강조하건대 채점자들은 수험생의 주관적인 견해 서술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해 문제적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였는지, 원인 분석 및 대안제시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다. 또한 원인을 분석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때 활용된 제시문의 내용이 논리정연하게 적용되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할 뿐이다. 따라서 논제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고 요구하였더라도 반드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명심하자!

김은희 < 로지카논술 원장 logicanonsu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