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580호 2018년 1월 29일

서양철학 여행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27) 데카르트 (상) 방법적 회의

데카르트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는 그가 대담하게도 철학의 기초를 새롭게 놓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가 새롭게 확립한 철학의 기초는 바로 ‘나 는 생각하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다. 그렇다면 이 명제는 어떻게 데카르트 철 학의 새로운 기초가 될 수 있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진리

데카르트는 수학의 정확한 방법을 철학에 도입해 철학을 기하학과 같이 확실하고 명증한 학문으로 확립하고자 했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나는 수학을 특히 좋아했는데 이것은 그 추리의 확실함과 명증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참된 용도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학이 기계적 기술에만 응용되고 있음을 생각하고서 그 기초가 아주 확고하고 견실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위에 더 높은 건물을 세우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렇다면 수학을 모델로 해서 새롭게 얻은 철학의 방법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것인가? 수학이 확실한 학문인 까닭은 공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는 직선이다’ 같은 명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성이 있는 공리다. 수학은 이런 공리에서 출발해 구성된 체계다. 수학 시간에 도형의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 ‘정리’가 참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증명을 할 때가 있다. 바로 이 증명에서 근거로 제시되는 것이 공리다. 그러나 공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리는 스스로 명백히 참인 것이고 따라서 최초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철학도 기하학처럼 자명한 공리를 발견하고 그 위에 연역적인 체계를 세울 수 있다면 수학이나 기하학처럼 발전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방법적 회의는 진리 찾는 방식

그러나 기하학에서는 이런 공리가 자명한 명제로서 주어지지만, 이런 기하학의 체계를 도입하고자 하는 철학에서 공리와 같은 것은 무엇일까? 이것을 찾는 일은 데카르트에게 철학의 새로운 기초를 세우는 관건이었다. 데카르트는 이 자명한 공리를 ‘아르키메데스의 점’에 비유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움직이지 않는 한 점만 주어진다면, 그 점을 받침대로 삼아 지렛대를 이용해 지구를 들어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아르키메데스의 점’이란 움직일 수 없는 확실한 지식의 기초, 즉 모든 것을 떠받치는 근본 토대를 의미한다. 지구를 움직이기 위해 단 하나의 확고부동한 점만을 필요로 했던 아르키메데스처럼 데카르트는 단 한 가지 확실하고 의심할 여지 없는 것을 발견하고자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지식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심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진리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의심이다. 이 점에서 데카르트의 회의를 회의론자들의 회의와 달리 ‘방법적 회의’라고 부른다. 방법적 회의는 어떤 회의주의보다도 저 지독한 회의를 통해 어떤 회의주의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토대를 확보하자는 전략인 것이다. 말하자면 적의 무기로 적을 무찌르는 역설적 전략인 셈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그동안 우리가 참된 지식으로 믿고 있던 것들의 확실성을 하나씩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는 이 과정을 썩은 것과 신선한 것이 섞여 있는 사과 한 상자에서 신선한 것을 골라내려는 일에 비유했다. 그래서 먼저 사과 모두를 상자 밖으로 집어내어 하나하나 살핀 뒤 의심쩍은 것을 던져버리고 신선한 것만 다시 담는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마음속 모든 믿음을 비우고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것들은 버리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근원적 확실성을 인간사유에서 찾자

이 과정에서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다 의심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의심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하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자기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를 기초로 연역을 통해 자신의 철학이라는 건축물을 쌓아가고자 했다. 이 명제는 근원적인 확실성을 신에게서 찾은 중세 철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사유, 인간의 자의식에서 철학의 토대가 되는 확실성을 찾음으로써 서양 사상의 새 장을 열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국제고 교사

◆생각해 봅시다

데카르트는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은 증명을 요구한다. ‘수학에서 사용하는 공리를 철학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수학이나 기하학처럼 자명한 공리를 찾는다면 그 위에 새로운 철학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공리를 찾는 수단으로 그는 방법적 회의라는 것을 썼다.

김홍일 < 서울 국제고 교사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