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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5호 2017년 11월 20일

서양철학 여행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22) 마키아벨리(하)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

고전(古典)을 가리켜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하는 데는 그것이 오랜 기간 마르지 않는 생명력을 유지할 뿐 아니 라 늘 새롭게 재해석되기 때문이리라. 고전에 대한 이러한 비유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적 저작인《군주론》과 《로마사 논고》가 왜 고전인가를 설명하는 데 꼭 들어맞는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지난 500여 년 동안 혹독한 비판과 검증을 견디고 사람들에게 지혜와 통찰력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근대정치철학을 여는 데 기여한 저작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지금까지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두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고전은 마르지 않는 샘

마키아벨리에 대한 뜨거운 논쟁 중 하나는 그가 ‘군주론자인가 아니면 공화주의자인가’라는 문제다. 이 문제는 마키아벨리의 주저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 사이에서 보이는 상반된 입장에 기인한다. 물론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 두 저서 모두 현실 정치를 중시하는 마키아벨리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군주론》만을 볼 때 마키아벨리는 정치 체제로서 군주정을 옹호하고 있는 반면, 그보다 뒤에 쓴 《로마사 논고》에서 그는 공화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이 두 권의 책을 같은 사람이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둘 사이에는 의견 차이가 크다.

이제 마키아벨리가 진정으로 군주정을 옹호하는 군주론자이냐 아니면 공화정을 지지하는 공화주의자이냐는 수수께끼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철학자들이 제시한 몇 가지 해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세 가지의 다른 해석

첫 번째 해석은 《군주론》을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에서 ‘일탈’로 보는 견해다.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였으나 공직에서 쫓겨난 뒤 메디치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군주론》을 집필했으나, 거절당하자 다시 예전의 공화주의자로 돌아와서 《로마사 논고》를 썼다는 의견이다.

두 번째는 사회계약론자인 루소의 해석이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마키아벨리는 국왕들을 가르치는 척 가장하면서 실은 국민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공화주의자의 교과서다.” 이는 외견상 《군주론》이 군주에 대한 조언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군주가 사람들을 통치할 때 사용하는 온갖 종류의 술책을 폭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군주정의 해악을 알리기 위한 계몽서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군주론》은 공화주의자로서 쓴 저서이며, 《로마사 논고》에서 비로소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의 감춰진 모습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세 번째는 미국 정치철학자 월린의 해석으로, 그는 《군주론》이 옹호하는 군주정을 공화정으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본다. 말하자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는 총체적인 부패 상황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군주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로마사 논고》에서는 일단 정치공동체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군주정이 공화정으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키아벨리가 보기에 공화정이 사람들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위대한 국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역사철학자 크로체가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를 일컬어 ‘아마도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고백한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를 둘러싼 해석과 논쟁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저작들이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통해 고전으로서 생명력을 이어가는 데는 적어도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마키아벨리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뒤엎는 재해석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해석이 더해질수록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적 저작이 고전으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는 더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하는 우리들의 몫

그런데 마키아벨리가 죽은 지 5세기가 지나도록 우리 사회에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위자가 어떤 것에 대해 해석을 해버리면 그대로 따라가는 우리네 속성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데 있어 철학적 태도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철학은 이전 견해를 비판하는 데서 자기의 출발점을 삼기 때문이다.

◆기억해주세요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지난 500여 년 동안 혹독한 비판과 검증을 견디고 사람들에게 지혜와 통찰력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근대정치철학을 여는 데 기여한 저작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지금까지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두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김홍일 <서울 국제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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