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은 군주정을, 로마사 논고는 공화정을 옹호
마키아벨리는 더 나은 국가를 만들려고 한 거죠"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21) 마키아벨리(중) 로마사 논고
어느 작품 하나로 유명하게 된 배우가 그 후 다른 작품에서 배역을 꽤 괜찮게 소화했는데도 처음 배역에 워낙 그 배우의 이미지가 고정되는 바람에 여간해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는 정치 철학에서 마키아벨리에게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키 아벨리하면 《군주론》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마키아벨리가 원래 공화주의의 대가였다는 사실도 지금까지 많이 가려져 있는 편이다.《군주론》이 마키아벨리 정치 철학의 전부인 것처럼 간주하 는 경향은 마키아벨리에 대해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군주론에 묻힌 로마사 논고

《군주론》이 갖는 단편성을 보완하면서 마키아벨리의 정치 철학 전반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균형을 잡아주는 그의 또 다른 저작이 바로 《로마사 논고》다.

《로마사 논고》는 비록 《군주론》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대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대해 논평한 것으로, 근대 공화국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저서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로마사 논고》 서문에서 마키아벨리는 고대 로마 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방식과 질서를 발견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가 ‘새로운 방식과 질서’의 필요성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그가 《로마사 논고》를 통해 제시한 새로운 방식과 질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군주정의 한계와 공화정의 장점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21) 마키아벨리(중) 로마사 논고
마키아벨리가 ‘새로운 방식과 질서’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군주론에서 제시한 정치체제로서 군주정이 갖고 있는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군주론은 당시 대내적으로는 소국들이 정치적으로 분열해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외세 침략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문제를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군주에게 제시한 책이다. 《군주론》이 정치적 혼란과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저술된 책이란 점에서 그것은 시대적 타당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실 국가를 새로 세우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가의 기틀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군주의 모습이 폭력적이고 잔학할 수도 있다는 《군주론》의 주장은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는 군주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국가를 세우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군주론》에서 그의 주장이 국가를 유지하는 데까지 충분한 조건일 수는 없었다. 《로마사 논고》는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가 이와 같은 《군주론》이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위대한 국가를 이루는 데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통치원리를 찾으려 한 것이었다.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는 정치체제로서 로마 공화정의 장점을 간파하고 있다. 《로마사 논고》에서 그는 공화정이 위대한 국가에 이를 수 있는 정치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마 공화정의 성공 원인을 로마의 ‘자유’에서 찾았다. 그리고 로마가 자유를 향유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으로 로마 공화정의 탁월한 정치제도를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모든 국가가 위대함에 이르는 비결인 자유 그 자체는 어떻게 획득되고, 또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공화정이라는 정치제제가 바로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방식과 질서’ 정치체제라는 것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로마 공화정의 탁월한 점은 원로원으로 대변되는 귀족세력과 민회로 대변되는 민중세력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서로 갈등하고 협력해 온 데 있었다.

좋은 국가…결국 한곳을 지향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21) 마키아벨리(중) 로마사 논고
하지만 마키아벨리 당시의 지배적인 정치체제는 군주정이었다. 그래서 군주를 비롯한 지배층들은 평민들의 정치 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공화주의자인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를 통한 풍부한 논증으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는 《군주론》에서는 군주정을 옹호했고, 《로마사 논고》에서는 공화정을 선호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관심은 《군주론》의 마지막 장에 나와 있듯이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자기 조국이 고대 로마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마키아벨리의 두 저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서울 국제고 교사

◆기억해주세요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는 정치체제로서 로마 공화정의 장점을 간파하고 있다. 「로마사 논고」에서 그는 공화정이 위대한 국가에 이를 수 있는 정치 체제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로마 공화정의 성공 원인을 로마의 ‘자유’에서 찾았다. 그리고 로마가 자유를 향유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으로 로마 공화정의 탁월한 정치제도를 들었다.

김홍일 <서울 국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