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509호 2016년 4월 18일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글로벌 금융사들 ''한국 탈출'' 러시

◆한국 떠나는 獨 알리안츠그룹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1조1300억원에 인수한 지 6개월여 만에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그룹과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이날 한국 알리안츠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매 가격은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1채 값에 불과한 300만달러(약 35억원)다. -4월6일 한국경제신문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했던 독일 알리안츠(Allianz)그룹이 짐을 싸고 있다. 2012년 11월 이후 한국에서 철수했거나 사업을 축소한 글로벌 금융사가 10여곳에 달한다.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철수를 필두로 2013년 HSBC가 소매금융에서 손뗐고, ING그룹은 ING생명을 팔고 떠났다. 2014년 SC그룹이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매각했다. 지난해에도 씨티그룹이 씨티캐피탈을 팔고 RBS가 한국 지점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올 들어서도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등이 은행업 면허를 반납했다. 남은 외국계 금융회사도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어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엑소더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왜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한국을 탈출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알리안츠그룹은 지난 17년간 한국에서 2억4400만유로(약 3210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중 절반인 1600억원의 손실이 2012년 이후 발생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위기는 초기 외국인 경영진의 전략 부재, 고금리로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역마진에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경영진의 정상화 노력에 반대해온 노조의 행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알리안츠 노조는 회사를 압박해 2000~2005년 매년 7~14%(2004년은 동결)의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얻어냈고 2008년 초엔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하며 234일간 초장기 파업을 벌였다.

노조 반대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고정비 중 인건비 비중이 국내 23개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최고인 52%까지 치솟았다. 자산이 16조6954억원인 알리안츠생명의 점포 수는 206개, 임직원은 1178명이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메트라이프생명 한국법인보다 점포 수는 약 2.5배, 임직원 수는 2배나 많다. 생산성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한국에만 있는 까다로운 규제 역시 외국계 금융사들에는 부담이다. 해외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해도 한국에서는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화도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다. 씨티가 진출한 아시아 18개국의 총자산이익률(ROA)이 평균 1.4%인데 한국에선 고작 0.4%에 불과하다. 관치와 규제로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설령 수익을 내더라도 금리, 수수료 등 가격규제가 가해지기 일쑤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미계 금융회사들이 빠진 자리는 주로 중국 자본과 일본 대부업체들이 메우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 전수나 금융 고도화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사들이면서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단숨에 ‘빅5’로 올라선다. 두 회사를 합친 자산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등에 이어 국내 생보업계 5위권이다.

알리안츠그룹이 최초에 제시한 한국 알리안츠생명의 ‘몸값’은 6000억원이었지만 실제 매각된 금액은 300만달러에 그쳤다. 앞으로 있을 한국 알리안츠의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지출, 이미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확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규모 등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알리안츠 전(前) 임원은 “강성노조와 저금리로 인한 대규모 적자로 알리안츠그룹은 빨리 손털고 나가는 길을 모색했다”며 “알리안츠그룹에 한국은 수렁이었다”고 전했다.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산업과 금융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낙후돼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한국 탈출 러시는 그 방증이다.

급속히 늘어나는 나랏빚…6년간 350조나 불어

◆국가부채
지난해 한국의 국가부채가 1년 새 70조원 이상 늘어나며 130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2015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가장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1284조8000억원으로 2014년보다 72조1000억원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더한 협의의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7조3000억원 증가했다. -4월6일 한국경제신문

나랏빚(국가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빚의 수준은 아직 양호하다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 곳곳에서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 적절한 제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30~40년 뒤 그리스처럼 재정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랏빚은 어느 수준까지를 나랏빚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규모가 다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국가채무, D1)만을 따질 수도 있고,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일반정부 부채, D2)와 비금융 공기업 부채(공공부문 부채, D3)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연금 충당부채)은 공무원이나 군인으로부터 걷은 돈이 고갈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광의의 부채로 간주한다. 연금 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앞으로 70년간 퇴직 공무원과 퇴직 군인에게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더한 협의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590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7조3000억원 늘었다.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난 데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인구 수(5061만7045명)로 나눈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166만원 수준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1년 전보다 2.0%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이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D1 기준으로 한국은 GDP 대비 41.8%(2014년 기준)인 반면 미국(110.6%), 영국(116.4%), 일본(229.2%)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115.2%(이상 2015년 기준)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또 증가속도도 한국은 2007년 28.7%에서 2015년 37.9%로 9.2%포인트 상승한 반면 OECD 평균은 같은 기간 74.5%에서 115.2%로 40.7%포인트 올랐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 충당부채는 지난해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꾼 덕분에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됐지만 전년보다 16조3000억원 늘어난 659조9000억원에 달했다. 연금 충당부채를 합친 국가부채는 1284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9%(72조1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연금 충당부채 전부를 국가빚으로 볼 순 없다. 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이 낼 연금 납입액을 감안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급할 돈이 모자라면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로 올해에만 투입되는 세금이 3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가빚이 OECD 평균과 비교해 양호하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저성장으로 세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지출 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복지지출의 단가가 오르고 새로운 의무지출이 도입되면 국가채무는 2060년 GDP 대비 148.9%로 급등할 수 있다”며 “재원조달 대책이 없는 재정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 페이고 원칙을 도입하고 사회보험은 주기적인 장기 재정전망을 통해 선제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