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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488호 2015년 10월 19일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막기 위해 2017년부터 ''구글세'' 물린다


◆ 구글세

국제조세제도의 허점 및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8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인 조세회피 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위를 타깃으로 이른바 ‘구글세’를 걷을 수 있도록 각국이 각종 조세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다.

-10월11일 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이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구글(Google)은 잘 알다시피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구글세란 무엇이고 왜 세계 각국이 이런 세금을 물리려고 하는 걸까?

구글세는 다국적 기업에 매기는 세금

구글세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같은 다국적 IT업체가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지식재산권 사용료, 이자 등의 명목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다국적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금을 아끼거나(절세) 종종 탈루(탈세)한다. 이익이 적거나 적자를 내고 있는 법인, 세금이 싼 나라의 법인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법이 주로 동원된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원재료나 제품 및 용역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이전가격(transfer price, 移轉價格)이라고 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나라마다 세금 종류나 세율이 다른 점에 착안, 세계 각국의 자회사와 거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 등을 유리하게 조정한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선 이전가격을 상향 조정하고 세율이 낮은 나라에서는 이전가격을 낮춰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세금이 없거나 세율이 극히 낮은 조세회피처(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회사를 세우고, 각국 간에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맺은 조세조약의 허점을 악용한다. 때론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할 목적으로 이전가격 자체를 조작하기도 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규모는 연간 1000억~2400억달러(약 116조5000억~279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의 상당수는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은 수익을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이전해) 조세를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위가 적지 않았다. 2013년에 해외법인 9532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52개 기업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5곳이나 된다. 물론 다국적 기업의 국내 법인이 이익이 나지 않으면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지만, 조세회피 행위에 따라 이익이 ‘0원’으로 조정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OECD는 2012년 이후 주요 20개국(G20)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왔으며 지난 5일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 대응 관련 최종 보고서’를 통해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15개 과제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60여개국이 찬성한 이 대응 방안은 10월 8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을 받았으며, 11월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한국을 비롯한 합의국은 국가별로 세법을 개정, 이 조세 회피 방안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이르면 2017년부터 구글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가격을 통한 세금 탈루 방지가 목적

OECD 조세회피 대응책의 핵심은 이전가격을 활용한 다국적 기업의 절세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은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 이전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아껴왔다. 고세율 국가에 있는 해외 법인이 거둔 이익을 지식재산권 사용료나 경영자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비용을 공제받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급 사용료나 수수료의 적정성을 엄밀하게 따져 비용공제를 인정해주지 않기로 했다.

이자비용 공제제도도 대폭 강화된다. 해외 법인의 자본을 최소화하고 대출 이자로 수익을 빼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자 비용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의 10~3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계 사모펀드로 외환은행을 샀다가 팔아 큰 이익을 챙긴 론스타 사례처럼 제3국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워 우회투자하는 절세 수단도 차단될 전망이다. 국가 간 조세 협약을 악용해 이자배당세나 주식양도세를 최소화하려는 우회투자 관행에 제동을 걸어 ‘제2의 론스타’ 사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예를 들어 세금이 없는 조세회피 지역인 룩셈부르크에 자회사인 ‘구글 룩셈부르크’를 설립한다. 이어 구글 본사는 구글 룩셈부르크에 미국을 제외한 해외 법인의 지식재산권 등 모든 소득원천을 넘긴다. 구글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확보한 지식재산권 등을 활용, 세계에서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해외법인으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받는다. 구글 룩셈부르크에 세계 구글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모이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룩셈부르크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미국(구글 본사 소재국)은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세원이 줄어들고 이 수입이 자회사가 있는 룩셈부르크로 넘어가는 ‘소득이전’이 발생한다. 구글 룩셈부르크는 실제로는 세계에서 수입을 얻었지만 룩셈부르크에 회사가 있는 까닭에 해당 국가에서 비거주자(외국인)로 간주돼 룩셈부르크의 세법을 적용받는다. 룩셈부르크는 조세회피처로 법인세율이 아주 낮거나 아예 부과하지 않아 세금을 적게 내거나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만약 구글 본사가 로열티를 받았다면 미국의 세법이 적용돼 수익의 35%가 법인세로 부과되는 데 구글 룩셈부르크가 수입이 있는 것으로 함으로써 세금을 한 푼도 안내게 되는 셈이다.

구글은 국내에서도 앱(응용프로그램) 판매로 매년 1조5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율이 아주 낮은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해 왔다.

“나라살림 개선에 기여할 것”

국제적인 대응 방안은 다음달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된다. 이렇게 되면 이전가격을 악용한 다국적 기업들의 탈세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OECD는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으로 인한 법인세 감소액이 매년 세계 법인세 수입액의 4~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1000억~2400억달러(약 116조5000억~279조7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5년 후에는 BEPS로 인한 법인세 수입 감소액이 5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각국이 구글세를 도입하면 나라 살림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경기부양 차원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막대한 재정적자와 나라빚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구글세가 부과되면 정부의 조세수입이 많아져 어려운 국가재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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