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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종이에 새긴 신뢰'…화폐는 진화중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최근 1단위(BTC)당 2000만원대 가격으로 거래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임의로 만들어진 가상화폐를 지폐나 동전 같은 화폐로 볼 수 있느냐는 논쟁이다.비트코인 거래업체인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9일 2000만원대의 가격을 나타냈다. 비트코인의 국내 시세가 2000만원대를 보인 것은 2018년 1월 이후 2년10개월 만으로 올해 초 832만원이었던 데 비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페이팔, JP모간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에 뛰어드는 데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펴는 등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움직임이 빨라지리라는 관측 때문이다.비트코인은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 가상화폐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사용자의 서버에 거래내역이 암호화돼 저장되어 위·변조가 어렵다. 그러나 조직화된 발행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화폐가 아니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화폐는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이자 재화의 교환 수단이 되는 매개체다. 또한 오랜 기간 가치를 저장하는 저축의 기능을 갖기도 한다. 화폐가 안정적으로 유통되려면 각국 중앙정부나 기관의 인위적 통제가 필요하다. 대표적 화폐인 지폐나 주화가 종이쪼가리나 소량의 금속덩어리가 아니라 물건을 사거나 물건 가치만큼을 표시하는 단위로 쓰이려면 그 사용을 중앙집권화된 누군가가 보장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없는 금화나 은화가 오랫동안 화폐로 사용된 이유다. 보관과 이동이 편리한 지폐가 화폐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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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소금·금화에서 전자화폐로…화폐는 변신한다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했을 때는 거의 모든 것을 자신이 만들어 해결하는 자급자족 형태였다. 이후 농사를 짓고 여러 다양한 분업이 발생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주고받을 필요가 생겼다. 상품과 상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이 이뤄졌지만 각자가 원하는 수량이나 가치가 달라 공정하게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화폐’로 기원전(BC) 4000년 즈음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쌀, 소금, 가죽, 가축 등 통용성이 높은 ‘물품화폐’가 사용됐다. 예를 들어 로마시대 군인들은 소금을 급료로 받았는데 영어로 급료인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휴대가 간편하고 변질되지 않으며 계량하기 쉬운 것들이 주로 화폐로 사용됐다. 중국 황허강 중류 지역에서는 별보배고둥 껍데기, 서태평양제도에서는 돌이 사용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사용된 금속화폐‘금속화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가장 오랫동안, 심지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금, 은, 동, 철과 같은 금속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쉽게 교환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무나 만들 수 없는 희귀성을 갖추고 있어서였다. 화폐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었다. 현재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금속화폐는 BC 650년 무렵 지금의 터키 지역인 리디아에서 만들어진 호박금(금과 은의 자연합금)주화이며, 그리스 아테네는 BC 483년부터 은광을 채굴하여 은화를 발행했고 이는 활발한 무역과 폴리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BC 31년,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아우레우스’(라틴어로 순금이라는 뜻)라는 금화를 만들어 로마제국의 공식 통화로 사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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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경제학…저출산은 정말 재앙일까
2020년은 우리 역사에서 기록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얘기가 아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인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에 따른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리라는 경고다.통계청은 2040년까지 인구 구조 변화를 담은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을 최근 발표했다. 내국인 인구는 올해 7월 기준 5005만1000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내년 7월이면 약 2만 명 줄어든 5002만9000명으로 추산되고 2022년에는 5000만 명 선이 무너지며 4999만7000명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내국인 인구가 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출생아 숫자보다 사망자 숫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인 0.84명을 찍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채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로,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 출산율 국가다.물론 외국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총인구는 여전히 증가세이기는 하다. 3개월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은 올해 173만 명에서 2030년 212만5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8년까지는 늘어나는 외국인이 총인구 감소를 막아주지만 그 이후부터는 내국인 감소 속도가 더 빨라져 총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총인구 기준으로는 2028년 5194만2000명을 정점으로 2040년 5085만5000명으로 줄어든다는 추산이다.인구 감소로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줄면서 경제의 활력을 잃어버릴 것으로 우려된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젊은이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층은 올해 22.4명에서 2030년 39.3명으로 늘어나는 등 재앙 수준의 충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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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들면 생산 절벽" vs "AI 발달로 노동력 감소 대체"
대한민국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서 한국의 총인구(외국인 거주자 포함)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시점을 2032년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인구 감소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겼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아이 수)은 0.92명대로 전년(0.98명)보다 더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한 0명대다.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는데 한국 여성은 한 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향후 출생아를 가늠할 수 있는 결혼 건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3만9200건으로 전년(2018년)보다 7.2% 줄었다. 2012년부터 8년 연속 내리막이자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최소 기록이다.고령화 속도도 커다란 부담이다. 65세 이상 내국인 고령인구는 올해 8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1%를 차지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심각했던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24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7년이나 빨랐다.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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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과 치유'…미국은 바이든을 선택했다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대법원 소송 등을 벌이겠다고 나서 민주주의와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등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바이든은 12일 현재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해 과반인 270명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17명을 확보한 상태로, 이날까지 확정되지 않은 몇 개 주의 개표 결과와 무관하게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됐다. 해리스는 처음으로 여성,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도)계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미국은 주별로 선거인단을 뽑고 538명인 이들이 12월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별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어서 각 주의 개표 결과가 모두 나와야 당선 여부를 최종 확정할 수 있다.바이든의 승리는 ‘러스트벨트’(동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북부 핵심 경합주에서 승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6년 대선에서 낙후된 공업지역의 재건을 약속한 트럼프를 선택했던 표심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로 요동치며 4년 만에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자국우선주의 경제정책과 중국에 대한 압박은 지속하지만 외교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고립주의를 배제하고 국제질서 회복과 미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미국의 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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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외톨이 소년이 최고령 당선인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별명은 ‘엉클 조(Uncle Joe)’다. 이웃집 삼촌 같은 인간적인 면모와 온건주의, 미국적인 가치를 상징한다. 1942년 11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아일랜드계 백인 집안의 3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어려서는 말더듬증이 있어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으나 입에 자갈을 물고 발음하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델라웨어대와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나와 1969년 변호사가 된 그는 1970년 카운티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이후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외교위원장, 법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1988년과 2008년 대선 도전에 실패했으나 2008년 경선 상대로 대선에 승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부통령으로 8년간 재임했다.상원의원 당선 한 달 뒤 교통사고로 부인과 13개월 된 딸을 잃었고 두 아들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1977년 질 바이든 여사(69)와 재혼해 딸을 얻었다.2015년 5월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던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숨지면서 그 충격으로 2016년 대선 도전을 포기했지만, 이번에 세 번째 도전에서 미국인의 선택을 받았다. 78세로 최고령 당선 기록이다.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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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투표·승자독식…독특한 미국의 선거제도
“말(馬)이 투표했다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택시가 투표했다면 우버는 없었을 것이다(If horses could vote there’d be no cars. If taxis could vote there’d be no Uber).”투표는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로 칭송된다. 하지만 이 문장은 그런 투표가 매우 회의적일 때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경쟁 수단인 자동차를 허용할 것인지를 투표한다면? 아마도 자동차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민주적 방식이라는 투표가 지닌 맹점이다.이런 씁쓸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막상 투표를 해서 지역의 대표, 국가의 대표를 선출했지만 훗날 적잖은 유권자가 ‘잘못 뽑았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할 도리도 없다. 근대 민주주의를 최초로 시행한 미국이 요즘 이 투표문제로 시끄럽다. 주요 이슈를 정리해보자. (1) 선거인단 제도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거의 모든 나라는 투표수를 모두 세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선출한다. 간단하다. 미국은 전국 득표수에서 가장 앞선 사람이 반드시 선출되지는 않는다. 미국 선거에선 전국 득표수가 아니라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해 과반수(270명)를 획득한 사람이 선출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주의 크기에 따라 선거인단을 다르게 할당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올해 선거인단이 55명이나 배정됐다. 텍사스는 38명, 플로리다 29명, 조지아 16명, 콜로라도 9명, 워싱턴DC는 겨우 3명이다. 50개 주의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이다. 상원의원 수 100명(주별 2명 동일)과 하원의원 수 438명(인구에 따라 하원의원 수는 다름)을 합한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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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중국압박 지속…고립주의 외교엔 변화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웹사이트인 ‘빌드백베터닷컴’을 개설했다. 대선공약인 ‘더 나은 재건’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가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네 가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경제 회복·인종 문제·기후변화다. 가장 먼저 9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켰고 취임과 동시에 마스크 의무착용, 코로나 검사 확대, 치료제 및 백신 무료 제공 등 적극적 방역 정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는 계속될 듯코로나 사태로 세계와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국 우선주의로 나타날 전망이다. 선거 기간 경제정책 슬로건은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였다.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확대라는 방향성은 트럼프 행정부와 같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인하한 반면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28%로 다시 올리고,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한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로 높이는 등 ‘부자 증세’를 계획하고 있다. 부자 증세로 마련된 재원을 투입해 미국 내 일자리 500만 개를 창출하고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등 중산층 재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통상에서도 보호무역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방적 관세 부과 등 무역 조치를 남발하지 않고 다자주의 중심의 통상 질서를 회복해 나가겠지만 자국 산업 보호라는 방향성은 유지할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