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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노믹스

    오만이 불러온 위기…코로나는 '지구의 절규'일 수도

    안전지대에 있던 잭은 아들을 구하러 뉴욕으로 간다. 이미 눈보라가 시작된 뉴욕은 정부조차 포기한 지역이었다. 샘은 아버지의 조언대로 추위와 눈보라를 피해 건물 안(도서관)에 있었다. 함께 대피했던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남쪽으로 가야 한다며 도서관을 떠나려 했다. 샘은 나가면 얼어 죽을 수 있다고 설득하지만 듣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논리적 이유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따르는 ‘밴드왜건’ 현상을 보인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도서관을 떠나 걷던 그들은 대부분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길에서 얼어 죽고 만다.미래에 이 같은 기후변화를 겪을 가능성은 얼마나 클까. 경제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태통합기후경제(DICE) 모형으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그는 기후변화라는 제약 요인을 성장모형에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최적 소비와 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할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노드하우스 교수는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탄소세’를 제안한다. <그래프>에서 보듯 세금은 물건값을 올리고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은 덕분으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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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난화에 무관심…지구 덮친 빙하기 '기후재앙', 완전히 망가지고 나서야 깨닫는 '공유지의 비극'

    잭 홀 교수(데니스 퀘이드 분)는 기존 학계 정설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기후학계의 이단아다. 그는 온난화가 빙하를 녹이고, 빙하에 축적된 천연온실가스가 배출돼 더욱 심각한 온난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온난화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의 기후 냉각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후 온난화가 결국 빙하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요 관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잭 역시 이런 재앙이 당장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100년 정도 뒤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휴리스틱(경험적 접근)의 문제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과 극복을 다룬 영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변수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영화에서 정부와 잭이 당장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간의 경험칙에 의존한 결과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경제 발전을 해왔고, 환경 이슈도 꾸준히 지적됐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처럼 가장 이상적인 해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경험에 따라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답을 찾는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인간이 완벽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이유가 ‘휴리스틱(경험적 접근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보통 경험에 의한 판단은 심리적 편향(바이어스)을 유발하게 된다. 정부 관리와 잭의 안일한 생각은 ‘현상유지 바이어스&r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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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 안보려는 마음 파고들어…쇼맨은 부를 얻었죠

    바넘이 광고를 통해 비판적인 여론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오늘날 행동경제학자들이 꼽는 인간의 불합리적 판단과 이를 공략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담겨 있다. 오늘날 경제학계의 주축으로 올라선 행동경제학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그 토대를 제공했다. 카너먼은 동료 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1979년 ‘전망 이론:리스크 상황에서 인간의 판단에 대한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그는 전망 이론을 통해 현실의 인간이 기존 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결코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의 이익과 손실을 평가할 때, 절대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이익과 손실이 존재한다면 손실을 기피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 전망 이론의 핵심이다.그래프<전망이론이 제시한 소비자의 효용함수>에서 보듯 손실과 이익의 효용은 S자 모양을 띠는데, 손실영역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다. 같은 금액이더라도 손실이 이익보다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기피’라고 정의한다.바넘은 다음 공연까지 관객에게 할인 티켓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내걸면서 사람들의 손실기피 심리를 자극했다. 관객에게 다음 공연까지 할인을 받지 않으면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일종의 손실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백화점이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할인할 때 기간을 제한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손실을 인식시켜 소비자의 손실기피 성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카너먼은 나아가 인간이 이익과 손실을 절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일정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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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하게 포장될수록 '믿는 대로 보이는' 마법…그릇된 것들도 '그럴듯함'으로 현혹하는 쇼쇼쇼

    가난한 봉제사의 아들인 피니어스 바넘(휴 잭맨 분). 첫사랑인 채리티에게 평생 꿈과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을 약속하지만, 현실은 무역회사 말단 직원이다. 그는 어느 날 회사가 보유한 선단이 남중국해에서 폭풍에 휩쓸려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회사가 파산하자 한순간에 길거리에 내몰린 바넘. 그는 침몰한 선단의 등기서류를 빼돌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는다. 바넘은 미국 각지의 기이한 인물을 끌어모아 뉴욕 한복판에서 서커스 공연을 하며 평생 꿈꿔왔던 환상적인 쇼를 준비한다.‘위대한 쇼맨’은 근대적 서커스의 창시자인 피니어스 바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다. 영화는 개봉 당시 국내외에서 악인인 바넘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그만큼 바넘의 삶과 업적들이 당시는 물론, 현대의 기준으로 봐도 논란의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바넘은 장애인과 외국인을 전시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문제의 사업가였다. 동시에 이들 한 명 한 명과 계약서를 체결하고, 당시 기준으로 높은 임금을 준 이색적인 인물이었다. 바넘은 말년에 노예해방운동가가 됐고, 브리지포트시의 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광고·마케팅의 아버지 피니어스 바넘바넘의 찬반론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점은 그가 현대적인 의미에서 광고를 활용한 선구자라는 사실이다. 바넘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거짓말과 과장,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체중이 220㎏인 단원은 350㎏으로 몸무게를 ‘뻥튀기’했다. 장신의 미국인을 지지대 위에 서게 해 ‘아일랜드의 거인’으로 둔갑시켰다. 실제 역사 속 바넘은 고령인 흑인 여성을 ‘워싱턴의 간호사’로 홍보해 큰 성공을 거둔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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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에 눈 오는 것처럼…싱글맘의 기적같은 성공, 끝까지 이 길이 옳다고 확신했기에 이룰 수 있었죠

    평범한 싱글맘에서 혁신을 낳는 기업가로 변신한 조이는 한국 경제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부가 조이와 같은 창업가를 더 양성해야 경제성장의 정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조지프 슘페터는 저서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경제발전은 외부 여건 변화에 의한 단순한 순응과 수용이 아니라 경제 체제 내부에서 발생한다”며 “기업가의 혁신, 즉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이 경제발전을 자극하는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슘페터에 따르면 기업가의 혁신만 있다면 자본주의는 무한히 발전하고, 노동자의 생활 수준도 개선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도 기술과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슘페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이 영화는 정부가 창업 기업에 무엇을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조이가 사업화와 마케팅,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같이 수많은 창업자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많은 창업자가 효과적인 정책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판로·마케팅·해외진출 지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단순히 ‘돈’만 뿌릴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이 영화의 포스터는 눈을 맞는 조이다. 텍사스에서 회사를 살리는 협상을 끝내고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장난감을 사기 위해 장난감 가게 쇼윈도 앞에 서 있다가, 가게에 설치된 기계에서 흩날리는 가짜 눈을 맞는 조이를 포착한 것이다. 대체로 온난한 기후의 텍사스에 눈은 드문 일이다. 영화 포스터는 그 드문 확률을 만들어내는 조이의 기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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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계곡'을 건너 '천사'를 만나고, 5월에 눈을 맞는 기적…그게 창업이었어

    2016년 개봉한 영화 ‘조이’에서 조이(제니퍼 로렌스 분)는 방 안에서 드라마에만 빠져 사는 어머니, 바람둥이인 아버지, 무능력한 전남편, 여기에 할머니와 두 아이까지 떠안고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싱글맘이다. 어릴 때는 수많은 것을 만들며 발명가를 꿈꿨던 그는 정작 자신이 꿈꿨던 인생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 속에서 지쳐간다. 어느 날 걸레로 깨진 와인잔을 치우며 손을 다치게 된 조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결국 그가 가진 ‘아주 특별한 능력’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천사’를 만나고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창업조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스타트업과 비슷하다. 조이는 손을 쓰지 않고도 깨끗하게 물기를 짜낼 수 있는 대걸레 ‘미라클 몹’을 구상하고 아버지의 부유한 애인인 트루디(이사벨라 로셀리니 분)로부터 투자를 받아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트루디와 같은 ‘엔젤투자자’는 스타트업에 천사 같은 존재다. 엔젤투자자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볼 때 사업성이 있으나 제품 개발자금이 부족한 창업 초기 단계에 투자금을 지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다. 엔젤투자자로부터 자금을 공급받던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하고 육성하는 기관)’나 ‘벤처캐피털(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로부터 대형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불린다. 이같이 혁신을 키우는 벤처투자는 국내에서만 4조원대 규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규 벤처투자액은 2015년 2조858억원에서 2019년 4조2777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우여곡절 끝에 시제품을 만들었으나 조이는 마땅한 판매채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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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에게 들키고서야 멈춘 일탈…'가짜행복'이 남긴 건 다시 쌓아 올려야 할 일상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가짜로 쌓아 올린 부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중반 급격하게 환율을 내린다. 1985년 ‘플라자 합의’의 결과물이다. 이 합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도모한다는 내용이었다. 엔화가 고평가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미국 수출기업들은 일본에 진출하기 수월해진다. 이에 일본 정부는 수출 감소를 내수경제 활성화로 극복하려 했고,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금리가 인하되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은 활발해진다. 대출이 수월해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일본 전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알 수 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PER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일본 주식시장의 1985년 PER은 33배였는데, 플라자 합의에 따른 금리 인하 단행 이후 급격히 상승해 1989년에는 67배에 달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1984년을 전후해 100포인트에 불과하던 일본 전국 지가는 1990년 160포인트까지 올라간다. 도쿄와 오사카 등 이른바 6대 대도시의 지가는 3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리카가 남의 돈으로 허영심 많은 생활을 즐긴 것과 같이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는 생산을 통한 부가 아니라 빚으로 쌓은 허영 속에 환락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앞서 살펴봤듯 자산 가격 폭락에 의한 장기 불황이었다. 과도한 자산 가격 상승에 1989년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 과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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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예금 빼돌려 누리는 '가짜행복' 절망이 불러온 뒤틀린 '욕망'의 끝은 …

    리카(미야자와 리에 분)는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는다. 남편(다나베 세이치 분)은 직장에서 못 마친 업무에 정신이 팔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리카는 포장된 선물도 조용히 내놓는다. 남편은 “이게 뭐야?”라며 포장지를 뜯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어색한 미소에도 고마운 리카는 “일할 때 시계 필요할 거 같아서”라고 말한다. 적은 월급에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내 남편은 “운동할 때 하면 되겠네”라고 무심히 답한다. 리카는 “비싼 거 아니어서 미안해”라며 돌아서 고개를 떨군다. 버블 붕괴로 맞이한 ‘잃어버린 20년’영화 ‘종이달’의 배경은 1990년대 중반 일본이다. 리카는 정기예금 상품을 방문판매하는 계약직 은행원이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리카는 우량 고객 고조(이시바시 렌지 분)의 집을 찾았다. 고조는 집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 사는 노인이다. 리카의 방문에 고조는 ‘갑’의 지위를 한껏 즐긴다. 리카는 차를 타 오고, 고조는 리카에게 성희롱 섞인 농담을 던진다. 고조는 부엌에 있던 리카의 어깨를 만지려고까지 한다. 그 순간 젊은 남자가 불쑥 집에 들어온다. 고조의 손자 고타(이케마쓰 소스케 분)다. “괜찮나요?”라며 놀란 리카를 달랜다. 고조는 호통친다. “누구 멋대로 들어와!” 고조는 고타에게 “버러지같이 내 돈만 노리는 놈”이라고 또 한번 소리친다. 대학생인 고타는 등록금을 빌리고자 매번 고조의 집을 찾았다. 고타의 아버지는 직장에서 쫓겨났고, 아르바이트도 찾기 쉽지 않아 등록금을 댈 방법이 없었다. 고조는 부자임에도 고타를 도와주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