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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로 내려간 '기생충' 가족…소득탄력성이 좀 더 낮았다면 어땠을까
칸영화제,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휩쓴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개봉한 지난해 5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경제학의 관점으로 기생충에 접근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가족의 가난은 영화의 설정일 뿐이지만 경제학의 돋보기를 들이대면 맥락이 보인다.기우 가족은 어쩌다 가난해졌나엄마 아빠 아들 딸. 가족 넷은 이렇다 할 벌이가 없다. 반지하에 살면서 피자 상자를 접어 소일하는 게 전부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족은 ‘반지하 인생’을 산다. 평균보다는 조금 낮은 곳, 하지만 창밖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계단을 오르는 날을 꿈꾸는 삶이다.주인공 가족에게 계층 이동의 기회는 별안간 찾아왔다. 첫째 아들 기우(최우식 분)의 명문대생 친구 민혁(박서준 분)이 자신이 하던 고액과외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면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이선균 분)의 딸을 가르치게 된 기우는 한 계단씩 꿈에 가까워진다. 동생부터 부모님까지 차례로 박 사장 집에 취직시키며 소득을 늘린다. 그렇게 기우 가족은 박 사장 가족과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았다.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기우 가족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건 아니다. 기우는 대입 4수생이지만 영어만큼은 문제없이 과외를 할 정도다.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은 미대 진학을 꿈꾸는 재수생이다. 아마도 남매는 어릴 때부터 영어와 미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반지하에 살았다면 가능하지 않을 법한 일들이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건 아버지인 기택(송강호 분)의 대만 카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