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종이달 上
자산 가격 하락은 단번에 끝나지 않는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금융회사는 부채 상환을 요구하고 채무자들은 너도나도 자산을 매각하게 된다. 하락이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1990년 시작한 일본의 자산 가격 하락은 2005년까지 지속됐다. 2002년엔 1990년 대비 자산 가치 하락 규모가 1500조엔(약 1경5645조75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도 불린다. 가짜 위에 쌓는 쾌락리카는 고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리카는 고타를 연민하게 된다. 리카 또한 일본 경제에 그늘이 드리운 상황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겨우 계약직을 따낸 여성이다.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자신의 삶을 억누르며 어두운 터널을 건너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 날 리카는 지하철역에서 고타를 우연히 만난다. 둘은 홀린 듯 강한 끌림을 느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리카는 죄책감보다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에 도취된다.
그러다 리카는 끝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는다. 고타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조의 예금에서 돈을 몰래 빼오며 횡령을 저지른다. 처음에는 “고타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어려운 법. 즐거워하는 고타의 모습에 리카는 점점 더 대담해져 간다. 고조의 돈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들의 예금에도 손을 댄다. 빼돌린 돈으로 그들은 초호화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명품 가방과 옷을 거침없이 사며 행복해한다. 가짜로 이뤄진 허영 속에서 당장의 순간만을 살며 쾌락을 느낀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포인트1. 1990년대 일본 경제에서 버블이 붕괴된 원인에 대해 찾아보자.
2. 버블이 붕괴되면 경제적 악순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학습해보자.
3. ‘역(逆) 부의 효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자.
![[시네마노믹스] 유한계급의 과시성 예술후원이 타인의 꿈 이뤄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30000743.3.jpg)
![[시네마노믹스] 단지 여자란 이유로 시대가 가로막은 예술가의 꿈…낭패를 낭만으로 바꾼건 깨어있는 누군가의 후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907543.3.jpg)
![[시네마노믹스] VR슈트 등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 더 흐릿해질 것](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830491.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