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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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동료에게 들키고서야 멈춘 일탈…'가짜행복'이 남긴 건 다시 쌓아 올려야 할 일상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가짜로 쌓아 올린 부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중반 급격하게 환율을 내린다. 1985년 ‘플라자 합의’의 결과물이다. 이 합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도모한다는 내용이었다. 엔화가 고평가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미국 수출기업들은 일본에 진출하기 수월해진다. 이에 일본 정부는 수출 감소를 내수경제 활성화로 극복하려 했고,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금리가 인하되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은 활발해진다. 대출이 수월해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일본 전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알 수 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다. PER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일본 주식시장의 1985년 PER은 33배였는데, 플라자 합의에 따른 금리 인하 단행 이후 급격히 상승해 1989년에는 67배에 달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1984년을 전후해 100포인트에 불과하던 일본 전국 지가는 1990년 160포인트까지 올라간다. 도쿄와 오사카 등 이른바 6대 대도시의 지가는 3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리카가 남의 돈으로 허영심 많은 생활을 즐긴 것과 같이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는 생산을 통한 부가 아니라 빚으로 쌓은 허영 속에 환락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는 앞서 살펴봤듯 자산 가격 폭락에 의한 장기 불황이었다. 과도한 자산 가격 상승에 1989년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 과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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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고객예금 빼돌려 누리는 '가짜행복' 절망이 불러온 뒤틀린 '욕망'의 끝은 …
리카(미야자와 리에 분)는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는다. 남편(다나베 세이치 분)은 직장에서 못 마친 업무에 정신이 팔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리카는 포장된 선물도 조용히 내놓는다. 남편은 “이게 뭐야?”라며 포장지를 뜯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어색한 미소에도 고마운 리카는 “일할 때 시계 필요할 거 같아서”라고 말한다. 적은 월급에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내 남편은 “운동할 때 하면 되겠네”라고 무심히 답한다. 리카는 “비싼 거 아니어서 미안해”라며 돌아서 고개를 떨군다. 버블 붕괴로 맞이한 ‘잃어버린 20년’영화 ‘종이달’의 배경은 1990년대 중반 일본이다. 리카는 정기예금 상품을 방문판매하는 계약직 은행원이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리카는 우량 고객 고조(이시바시 렌지 분)의 집을 찾았다. 고조는 집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 사는 노인이다. 리카의 방문에 고조는 ‘갑’의 지위를 한껏 즐긴다. 리카는 차를 타 오고, 고조는 리카에게 성희롱 섞인 농담을 던진다. 고조는 부엌에 있던 리카의 어깨를 만지려고까지 한다. 그 순간 젊은 남자가 불쑥 집에 들어온다. 고조의 손자 고타(이케마쓰 소스케 분)다. “괜찮나요?”라며 놀란 리카를 달랜다. 고조는 호통친다. “누구 멋대로 들어와!” 고조는 고타에게 “버러지같이 내 돈만 노리는 놈”이라고 또 한번 소리친다. 대학생인 고타는 등록금을 빌리고자 매번 고조의 집을 찾았다. 고타의 아버지는 직장에서 쫓겨났고, 아르바이트도 찾기 쉽지 않아 등록금을 댈 방법이 없었다. 고조는 부자임에도 고타를 도와주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