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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이슈 찬반토론

    한국 농업,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선진화 못 하죠

    [사설] 농가에 '재정지원 중독' 아닌 자생력을 길러줘야 한다지난해 농가 연평균 소득(4207만원)이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었다는 소식이 반갑다. 농가 소득이 한 해 전(3824만원)에 비해 10% 증가한 것도 주목된다. 때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선제적 시장격리’에 따른 쌀값 안정이 농가 소득을 향상시킨 첫 번째 원인”이라고 설명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내놨다. 정부가 2017년 9월, 공공비축미 외에 쌀 37만t을 추가 매입한 덕분에 시중 쌀값이 상승해 농가 소득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농식품부는 시의적절한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것을 알리려고 이 자료를 냈겠지만, ‘이런 식의 정책이 합당한 것인가, 또 언제까지 지속 가능하겠는가’ 등의 생각이 들게 한다.우선 ‘선제적 시장격리’에 들어간 비용 문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2017년 농민들로부터 쌀 37만t을 추가 구매하는 데만 약 7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쌀 추가구매는 가뜩이나 ‘처치 곤란’ 상태인 쌀 재고물량을 더 늘렸고, 재고관리를 위한 예산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식생활 변화로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2000년 93.6㎏→2018년 61.0㎏)이 크게 줄고 있지만, 대다수 농가가 보조금 타기 쉽고 짓기 쉬운 쌀농사를 고집하고 있어 ‘쌀 과잉’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이다. 2016년 236만t이었던 정부 쌀 재고물량은 2017년 244만t으로 늘어 쌀 재고관리비로만 7560억원이 쓰였다.정부가 쌀 농가 소득을 받쳐주기 위해 투입한 막대한 돈이 세금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2017년 기준으로 농가 세금 감면 등 간접 지원액을 제외한 정부의 직접적인 쌀 농사지원 예산은 농식품부 전체 예산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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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회계 투명성 객관적으로 다룰 조정기관 필요

    [사설] 회계감리 투명성과 신뢰 높일 '심판원'도입, 검토할 때 됐다투명한 기업 회계는 자본시장 선진화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전 규제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제재가 비현실적으로 과도해질 경우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서 ‘회계 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바이오분야 같은 신산업에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지난주 한국회계학회 특별세미나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돼 주목된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해준다는 차원에서 국세심판원과 비슷한 성격의 ‘회계심판원’ 같은 기구 설립을 검토해보자는 주장이었다. 회계위반으로 기업이 중징계를 받으면 주가가 폭락하고 상장폐지에 내몰리는 등 존폐 위기에 처하지만 구제 제도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도 본격적인 법률 쟁송에 앞서 조세 특허 토지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심판 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회계는 특유의 전문성 때문에 이 제도에서 사각지대로 밀리고 있다. 따라서 국세처분에서 고유의 구제 기능을 하는 조세심판원 같은 기관을 두고 회계처리기준, 회계감사기준, 제재 양정기준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조세심판원의 납세자 주장 인용률이 27%(2017년)에 달한다는 사실에도 시사점이 있다.고의성 있는 회계 위반에 대한 엄격한 대응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체제에서는 해석과 재량의 여지가 많아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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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단위 변경은 편익과 부작용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사설] '리디노미네이션' 앞서 경제체질 개선이 먼저다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주장이 국회 일각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기상조”라며 신중론을 내놓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게 주목된다.1000원을 새로운 1원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京) 단위 통계까지 나오면서 불편이 커지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0원 단위에서 비롯되는 ‘국격(國格)’ 문제도 있다. 돈 단위가 계속 커지면서 원화와 대한민국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화폐 단위 변경 비용, 물가 상승 자극이 대표적이다. 지금 같은 불황 국면에서는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어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2.6%로 전망했던 올해 성장률을 석 달 만에 더 낮출 정도로 경제 여건이 만만찮다.파장이 메가톤급인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에 앞서야 할 일이 있다. 성장과 혁신 동력을 회복하며 장기 침체에서 조기에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궤도에 다시 오르도록 정책을 전면 재점검하고, 부문별 체질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 국제 규준과 따로 가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논의, 노조 쪽으로 계속 기울어지는 고용과 노사관계 법규, 지지부진한 규제 혁파 등 당장 궤도 수정이 필요한 현안이 쌓여 있다. 과도한 재정 팽창과 공공부문 비대화에 따른 보완책과 국제 경쟁의 첨단에 서 있는 기업들 기(氣)를 살려줄 전략도 시급하다.당위론이나 긍정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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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무상교육, 중장기적 재원조달이 먼저 해결돼야

    [사설] 고교 교육 질 떨어뜨리고 '무상'만 확대, 안될 일이다정부와 여당이 논란 많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올해 2학기부터 바로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우선은 고3 학생부터 하되 후년부터는 전면 확대한다는 일정까지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1년 앞당겨 이행하겠다는 것인데,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재정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기상조론’을 폈던 게 불과 넉 달 전이다.고교 무상교육이라는 큰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내놓은 재정 추계와 재원대책은 5년짜리에 그쳤다. 정부와 교육청이 47.5%씩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5%를 맡는 방식에 벌써부터 교육청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정파가 다르면 사사건건 정부와 맞서는 게 교육청들이다. 설사 지금은 동의해도 선거로 교육감이 바뀌어 돈을 못 내겠다고 하면 4~5년 전 ‘누리과정 사태’가 되풀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재원대책과 분담원칙에 대한 합의도 없이 정부가 3~5세 보육(누리과정)을 통합 책임지겠다며 서둘러 발표한 뒤의 혼란과 극심한 갈등을 그새 잊었나.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다.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한국만 고교 무상교육을 않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고교의 실상을 안다면 그런 말을 쉽게 못 할 것이다. OECD의 선진국들은 고교과정에서도 수월성 교육에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으로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문제가 된 기초학력 미달률 급증 등을 봐도 하향평준화된 한국의 공교육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지경이다.전인교육은커녕 ‘건전하고 독립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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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가 제 기능을 못하면 국가 안위를 보장할 수 없죠

    [사설] 한국에 근린외교의 중장기 목표는 있는 것인가최악으로 치닫는 한국과 일본 관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을 겨냥한 세무조사, 통관 지체, 수출 제재 같은 일본 측 움직임이 심상찮다. 일본산 기계·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국내의 일부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로 예정됐던 50년 역사의 한일경제인회의도 연기됐다. 정부와 정치 차원의 대립이 경제와 민간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외교적 마찰이 경제·산업 쪽으로 확산되면 양국 모두 심각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당장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로 촉발된 최악의 한·일 관계가 걱정이지만, 차제에 우리 외교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경제와 안보에서 중요한 이웃 나라들과의 근린외교에서 전략과 목표가 제대로 설정돼 있는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대일(對日) 외교만이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장기 관점의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저자세 논란’이나 되풀이될 뿐, 북한핵 조기 폐기라는 안보 현안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직도 다 풀리지 않은 ‘사드 보복’ 등을 보면 단기적 협력과제도 명확지 않다. 최근의 여러 징후를 보면 러시아도 확실히 북한에 경도돼 있다. 전통적 가치 동맹이자 오랫동안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이었던 미국과의 관계도 영 매끄럽지 못하다. 오는 11일 워싱턴DC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재확인을 기대하지만,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우리 외교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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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책이 잘못됐다면 안 바꿀 이유 없죠

    [사설] "경제 나빠진 이유, 잘못된 정책 탓" 국민 목소리 듣고 있나국민의 80%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한경의 설문조사 결과(4월 2일자 A1, 4, 6면)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나 비판은 다양하게 이어졌지만, 일반인들의 인식도 이만큼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전국 7대 도시의 118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1%)이 ‘시장에 부담 주는 정책’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답했다.한경 설문조사는 한마디로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정책 리스크’를 비(非)전문가들도 폭넓게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에 힘겹게 올라섰으나 ‘형편이 나아졌다’는 응답이 15%에 그친 대목도 주목된다. 곳곳에서 기득권의 공고화, 격차 심화, 미래성장동력 약화 등 여러 가지로 비정상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우리 경제의 민낯이 이 응답에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올 들어 우리 경제는 급격히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투자·소비·고용 모두 지지부진한 가운데 버팀목인 수출에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초(超)슈퍼예산’도 모자라 매년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돈을 풀지만 성장률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그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2.6% 성장도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도 강조했듯이 구조 개혁, 규제 혁파, 고용시장의 유연안정성 확보(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높이기)는 더 미룰 수 없는 ‘3대 과제’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급등한 최저임금 문제나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대책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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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이 특정 계층을 징벌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되죠

    [사설] '특소세' 닮아가는 종부세, 고가주택 기준 조정 필요하다올 들어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늘어나는 보유세가 중산층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됐다. 지방세로 세금 증가 상한이 전년 대비 150%인 재산세와 달리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최대 300%로 늘어날 수 있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중산층에서도 종부세 납부 대상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9억원(다주택자 6억원) 이상인 ‘고가주택’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다음달 말 확정되면 서울에서만 종부세 부과 대상은 21만9862가구에 달하게 된다. 지난해보다 56%, 약 8만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3.7배나 된다. 대상도 당초 서울 강남지역의 중대형 주택에서 강북은 물론 부산 등 지방으로도 많이 확대된다.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 등으로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는데도 종부세 부과기준이 10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 한 채 가진 보통 직장인도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종부세 세율과 기준시가를 함께 올리는 데 이어 시장가격에 대한 실질 과세율인 ‘공정시장가격 반영비율’까지 4년간에 걸쳐 10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급락하지 않는 한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종부세는 특별소비세를 연상시킨다. 도입 초기 특소세는 TV와 피아노, 심지어 커피와 설탕까지 ‘사치품’으로 규정해 고율의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소득과 소비의 증대로 이 법은 개별소비세로 바뀌면서 법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 지금은 탄력세율이 적용돼 정부의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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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은 일자리 창출효과 큰 高부가가치 산업이죠

    [사설] "국가전략이 안 보인다"는 관광, 정부는 각성해야한경의 ‘펄펄 나는 일본 관광, 주저앉은 한국 관광’(3월 15일자 A1, 5면, 16일자 A9면) 기획기사는 ‘관광 한국’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관광산업에서 정체상태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최근 몇 년 새 비약적 성장을 하고 있다. 문화 숙박 교통 음식 등으로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민관 모두 더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119만 명으로, 한국(1534만 명)보다 2배나 많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한국 방문객이 많았으나 완전히 역전됐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2012년의 836만 명과 비교하면 일본의 성과는 놀랍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챙겨온 육성정책과 규제완화가 거둔 성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관광만을 주제로 장관 전원이 참석하는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해마다 2차례 주재하고 있다. 2003년 전 정권이 수립한 ‘관광입국 계획’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현 정부 들어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총리 주재로 격하시키고, 청와대의 관광진흥비서관도 없앤 한국과 대조적이다. 관광활성화, 여행인프라 선진화 과제를 정부가 다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관광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휴가비 지원 등을 통한 국내여행 장려 정책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관광을 산업보다 복지 등 공공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마디로 ‘전략 부재’다.세계적으로 개방과 교류가 확대되고 소득이 증대되면서 해외여행객이 늘어나고 관광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