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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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옥상가옥 (屋 上 架 屋)
▶ 한자풀이屋 : 집 옥, 휘장 악上 : 윗 상架 : 시렁 가屋 : 집 옥, 휘장 악서평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낙양지귀(洛陽紙貴), 낙양의 종이가 귀해졌다. 책이 누군가의 호평으로 잘 팔린다는 뜻이다. 진(晉)나라 문장가 좌사는 어려서는 글을 잘하지 못하고 인물도 변변찮았으나 후엔 붓만 들면 구구절절이 명문이었다. 그가 10년간 가다듬기를 거듭해 위·촉·오 세 나라 도읍의 변화를 묘사한 삼도부(三都賦)를 완성했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장화라는 시인이 이 책을 읽고 대문장가 반고와 장형의 글과 같다고 칭찬했다. 삼도부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고, 당대 고관대작은 물론 낙양 사람들이 다투어 책을 필사하는 바람에 ‘낙양의 종이값이 뛰어올랐다(洛陽紙貴)’.동진의 문장가 유천은 양도부를 지어 당시 세도가 유량에게 평을 부탁했다. “좌사의 삼도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양도부를 앞다퉈 베껴 종이값이 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고관 사안은 달랐다. 그의 눈에 유천은 반고나 장형, 좌사의 아류에 불과했다. 그의 평가는 냉혹했다. “(유량의 호평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의 글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꼴(屋上架屋)’이다. 《진서》에 나오는 얘기다.옥상가옥(屋上架屋), 지붕 위에 또 집을 세운다는 말로 일을 번잡하게 중복해 볼품없게 만드는 것을 비유한다. 옥상가옥은 본래 옥하가옥(屋下架屋)이라 했으며, 지금은 흔히 옥상옥(屋上屋)으로 줄여 쓴다. 형식에 치우친 불필요한 서류, 이중삼중 규제는 대부분 옥상옥이다.중언부언(重言復言)은 말에 말이 얹히는 거다. 말에 말을 보태면 잔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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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 (泣 斬 馬 謖)
▶ 한자풀이泣:울 읍斬:벨 참馬:말 마謖:일어날 속삼국지는 위·촉·오 세 나라가 천하통일을 꿈꾸는 얘기다. 전술과 지략, 음모와 술수가 얽히고설켜 있다.북벌에 나선 제갈량이 위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다. 조조는 이를 갈았다. 천하의 명장 사마의에게 20만 대군을 내주며 설욕을 명했다. 제갈량도 사마의 군대를 깰 계책을 세웠다. 문제는 보급로였다. 군량 수송로인 가정(街亭)을 지켜야 제갈량이 마음 놓고 계책을 펼 수 있었다. 마속(馬謖)이 자청하고 나섰다. 마속은 제갈량과 문경지교를 맺은 마량의 친동생이다. 제갈량도 누구보다 그를 아꼈다. 하지만 제갈량은 썩 내키지 않았다. 사마의 군대를 대적하기에는 아직 어리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속이 ‘비장의 카드’를 썼다. “만약 명을 지키지 못하면 저는 물론 일가권속까지 참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가정의 지형을 살핀 마속은 욕심이 생겼다. 제갈량이 “지키기만 하라”고 수차 명했지만 적을 잘만 유인하면 몰살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속은 수하 장수들의 진언을 무시하고 산꼭대기에 진을 쳤다. 하지만 사마의 군대는 마속의 생각대로 산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식량과 물이 끊긴 마속은 사마의 수하 장합이 이끄는 군대에 대패했다. 제갈량이 마속의 죄를 묻는 자리는 숙연했다. 제갈량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다.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려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된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눈물로 마속을 참한(泣斬馬謖)’ 것이다.공정해지려면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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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지계 (迂 直 之 計)
▶ 한자풀이迂:돌아갈 우直:곧을 직之:갈 지計:꾀 계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고, 양보하는 자가 앞서간다. 정언약반(正言若反), 바른말은 반대인 듯하다. 특히 노자는 정언약반 기법을 즐겨 썼다. “공을 세우고도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빛나도 눈부시지 않고, 곧아도 방자하지 않다.” 《도덕경》에는 정언약반으로 깨우침을 주는 문구가 빼곡하다.병법의 대가 손자는 “가까운 길을 먼 길인 듯 가는 방법을 적보다 먼저 아는 자가 승리한다(先知迂直之計者勝)”고 했다. 가까운 길을 바로 질러가지 않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는 《손자》 군쟁편에 나온다. 손자는 여기에 말을 덧붙였다. “군쟁(軍爭)의 어려움은 돌아가는 길을 직행하는 길인 듯 가고 불리한 우환을 이로움으로 만드는 데 있다. 그 길은 돌기도 하고, 미끼로 적을 유인하기도 하고, 상대보다 늦게 출발해 먼저 도착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우직지계를 아는 사람이다.” 때로는 빠른(直) 길을 돌아가는 것(迂)이 세상을 사는 지혜(計)다. 적이 한 손에 잡힐 듯하다고 직선으로 돌진하다간 몰살당하기 십상이다.《열자》에 나오는 얘기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싫어했다. 그림자를 자신에게서 떼어내려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한데 그림자는 여전히 붙어다녔다. 자신의 발걸음이 늦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림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뜀박질이 늦은 탓이라고 여긴 그는 숨이 멎을 때까지 뛰었다. 그는 몰랐다.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도 사라지고 숨도 차지 않는다는 것을.속도에 얽매인 시대다. 남이 뛰니 방향도 모르고 까닭도 모른 채 너도나도 앞다퉈 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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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백보 (五 十 步 百 步)
▶ 한자풀이五:다섯 오十:열 십步:걸음 보百:일백 백步:걸음 보양혜왕이 맹자를 초청해 물었다. “선생이 천 리를 멀다 하지 않고 이리 와주셨으니 저희에게 어떤 이익을 주시려는지요.” 맹자가 답했다. “어찌 이익만을 말씀하시는지요.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선비까지 이익만을 논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저는 인(仁)과 의(義)를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뒤통수를 맞은 양혜왕이 다시 물었다. “주변국 왕들과 견줘보면 나는 그들보다 백성을 잘 다스리고 있습니다. 한데 이웃 나라 백성들이 우리 땅으로 넘어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지요.”맹자가 다시 답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비유를 하나 들어보지요. 양쪽 군사가 북을 울리고 싸움을 하는데 한 병사가 겁을 먹고 도망을 쳤습니다. 그런데 오십 걸음쯤에서 멈춰서 백 걸음 도망친 자를 보고 비겁하다고 삿대질을 한다면 가한 일인지요?” “말이 안 되지요. 오십 보나 백 보나 비겁하게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맹자가 속뜻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오십 보나 백 보나 그게 그거지요. 왕께서 이웃 국가보다 정치를 잘한다고 하지만 그건 오십 보 백 보 차이입니다. 그 차이로는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지 않습니다.” 흔히 쓰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가 생겨난 연유다.오십보백보는 피차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 겉만 다를 뿐 속은 그게 그거다. 뿌리가 같으면 가지도 비슷하다. 생각이 고만고만하면 행동도 거기서 거기다. 한데 발상 자체를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흔히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보고, 흔들어 보라 한다. 통념이나 상식에서 멀찍이 떨어져 사물을 바라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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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지리 (漁 父 之 利)
▶ 한자풀이漁: 고기잡을 어夫: 사내 부之: 갈 지利: 이로울 리전국시대 조나라 혜문왕이 연나라를 치려 했다. 제나라에 많은 군대를 파병한 연나라에 기근이 들자 혜문왕은 이때가 절호의 기회다 싶었다. 때마침 연나라에는 진나라에 맞서는 계책으로 합종책을 펴 여섯 나라 재상을 겸한 소진의 동생 소대가 있었다. 연나라 소왕이 소대에게 혜문왕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혜문왕을 마주한 소대가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 역수(易水)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마침 조개가 강가에서 입을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는데 황새가 갑자기 뾰족한 부리로 조갯살을 쪼았습니다. 깜짝 놀란 조개는 입을 오므려 황새 주둥이를 물었습니다. 당황한 황새가 ‘오늘내일 비만 오지 않으면 너는 바짝 말라 죽을 거다’고 하자, 조개는 ‘오늘내일 내가 입을 벌려주지 않으면 너는 굶어죽을 거다’고 되받아쳤습니다. 둘이 그리 버티고 있는데 어부가 마침 그 광경을 보고 황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망태에 넣어버렸습니다.”소대가 얘기의 결론을 꺼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려 하는데 두 나라가 서로 버티어 백성이 지치면 강한 진나라가 어부가 될 것입니다.” 소대의 비유가 일리 있다고 판단한 혜문왕은 연나라를 칠 생각을 접었다. 《전국책》 연책에 나오는 고사로, 어부지리(漁父之利·어부의 이득)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장자의 ‘밤나무밭 이야기’는 이익에 매인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어느 날 밤나무밭에 내려 앉은 까치를 쫓던 장자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매미 한 마리가 밤나무 그늘에서 자신을 잊은 채 마냥 울고 있는데, 바로 뒤에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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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逆 鱗)
▶ 한자풀이逆: 거스를 역鱗: 비늘 린“유세가가 대신을 논하면 군주는 이간질로 여기고, 하급 관리를 논하면 권력을 팔아 사사로이 은혜를 베풀려는 것으로 여기고, 군주의 총애를 받는 자를 논하면 그의 힘을 빌리려는 것으로 여기고, 군주가 미워하는 자를 논하면 군주 자신을 떠보려는 것으로 여긴다.”유가와 법가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은 사상가 한비는 《한비자》 세난(說難)과 난언(難言)에서 말의 어려움을 실감나게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유세(遊說)가 어려운 것은 내 지식으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유세가 진짜 어려운 건 상대의 의중을 헤아려 거기에 내 말을 맞추는 일이다.한비는 그러면서 용 얘기를 꺼냈다. “무릇 용이란 짐승은 잘만 길들이면 등에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 하지만 턱밑에 한 자쯤 거꾸로 난 비늘(逆鱗)이 있는데, 이걸 건드리면 누구나 죽임을 당한다. 유세하는 자가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목숨을 잃지 않고 유세도 절반쯤은 먹힌 셈이다.” 한비는 최고의 화술은 수려한 언변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독심(讀心)임을 강조한다. 유세의 핵심은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인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고 감싸는 것이라 한다.동양인,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용이 나왔으니 용에 관한 얘기를 덧붙인다. 옛날 중국의 어떤 사람이 천만금을 주고 용 잡는 기술을 완벽히 익혔다. 한데 세상에 나와 용을 잡으려니 용이 없었다. 겉은 그럴듯해도 정작 쓰임새가 없는 것을 이르는 도룡술(屠龍術)의 배경이 된 얘기다. 대선 시즌의 단골 메뉴 잠룡(潛龍)은 《주역》이 출처다. 잠룡은 물에 잠겨 아직 날 준비가 안 된 용이고, 현룡(見龍)은 물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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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 (白 眉)
▶ 한자풀이白: 흰 백眉: 눈썹 미촉나라 유비가 형주를 다스릴 때였다. 형주에는 자(字)에 모두 상(常)이 들어가는 다섯 형제가 있었다. 형주 사람들은 그들 형제를 ‘마씨오상(馬氏五常)’이라 불렀는데 하나같이 재주가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눈썹이 흰(白眉)’ 마량의 재주가 특출났다.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어서 형주 사람들은 그를 흰 눈썹, 즉 백미라고 불렀다. 유비는 그에게 두루 중책을 맡겼고, 제갈량은 마량과 의형제를 맺었다.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참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속은 마량의 동생이다.같은 또래, 또는 같은 분야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사람을 백미(白眉)라고 부르는 건 《삼국지》 촉지마량전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쓰임이 넓어져 현재는 사람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일컬을 때도 백미라는 표현을 쓴다. 백미는 재능에 보내는 최고의 칭찬이다.“거지가 시기하는 사람은 백만장자가 아니다. 그건 자기보다 조금 형편이 나은 거지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이다. 인간은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은 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러러보고 존경한다. 시기의 대상은 자기보다 처지가 조금 나은 사람, 자기와 엇비슷한 사람이다. 그러니 당신이 누군가를 시기한다면 그건 당신이 기껏해야 그와 같거나 그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니체는 “경기는 완벽하게 이길수록 좋다”고 했다. 그래야 상대가 아쉬움으로 상처받지 않고 승자를 오롯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인생이란 게임에서 완승하려면 갈고닦아야 한다. 재능을 닦고, 학문을 닦고, 인품도 닦아야 한다.백(白)은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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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대토 (守 株 待 兎)
▶ 한자풀이守: 지킬 수株: 그루터기 주待: 기다릴 대兎: 토끼 토땀 흘리지 않은 결과물은 초라하다. 세월을 익히지 않은 열매는 조그맣고, 정성을 쏟지 않은 작품은 허접하다. 뿌린 대로 거두고, 심은 대로 거두는 게 이치다. 행운이란 것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최선의 부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다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었다. 뜻하지 않게 토끼 한 마리를 잡은 농부는 다른 토끼도 그렇게 달려와 죽을 줄 알고 쟁기를 세워둔 채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토끼는 다시 나오지 않았고, 농부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한비자》 오두편에 나오는 얘기다.‘토끼를 기다리며 그루터기를 지켜본다’는 수주대토(守株待兎)는 어떤 착각에 빠져 안 될 일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헛된 믿음으로 생각이 완고함을 꼬집는 말이다. 원래 한비는 요순(堯舜)의 이상적인 왕도정치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얘기를 지어냈다. 사람들이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참고로 어리석음과 연관된 고사성어에 나오는 인물은 주로 송(宋)나라 사람이다. 불필요한 인정을 베풀다 거꾸로 화를 입는다는 송양지인(宋襄之仁), 잔꾀를 부린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송나라 사람이다. 중국 역사에 송나라는 세 번 등장하는데, 하·은에 이어 세워진 주나라의 조그마한 제후국이 고사성어에 나오는 그 송나라다. 나라가 작고 세력이 약한 데서 연유하지 않았나 싶다. 남북조 시대의 송나라(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