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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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우산지목(牛 山 之 木)
▶ 한자풀이牛: 소 우山: 뫼 산之: 갈 지木: 나무 목맹자는 본래 인간의 심성이 선하다고 믿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인의예지의 단초다. 인간은 사단(四端)을 품고 있기에 본성이 선하다는 게 맹자의 생각이다.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은 인간을 바라보는 맹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어느 날 맹자는 제자들에게 본성이 선한 인간이 사는 세상이 왜 이리 혼탁해졌는지, 그 까닭을 들려줬다. “옛날 우산의 나무(牛山之木)는 원래 아름다웠다. 한데 큰 나라 수도의 교외에 있는 까닭에 도끼로 그 나무들을 찍어댔으니 아름다워질 수가 있겠는가. 밤낮으로 자라나고, 우로(雨露)를 받아 싹이 돋기도 하지만 다시 소와 양을 끌어다 자라는 족족 먹이니 저리 빈둥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 민둥산을 보고는 원래 거기에는 나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우산지목(牛山之木)은 말 뜻 그대로 ‘우산의 나무’지만 ‘인간 본래의 선함’을 비유한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고 우산의 나무처럼 아름다운데 이기심·탐심·권력욕이란 도끼로 연일 본성을 찍어대니 어찌 선함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맹자는 탄식했다. “사람은 자신이 기르던 가축이 집을 나가면 온 집안이 다 찾아나서지만 정작 양심이 마음을 떠나면 찾아나서는 사람이 없다”고.맹자는 속세의 낮에 생긴 사특한 기운을 고요한 밤에 걸러내면 타고난 선이 간직되지만, 밤사이에도 그 기운이 걸러지지 않으면 인간은 하루하루 짐승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인간은 물질이나 권력을 얻으려고 ‘인간’을 잃어가기도 한다. 작은 이익을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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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合 從 連 衡)
▶ 한자풀이合: 합할 합從: 좇을 종連: 잇닿을 연衡: 가로 횡중국 전국시대 강대국 진(秦)·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전국칠웅(戰國七雄)’은 한 해가 멀다하고 전쟁을 치렀다.서쪽 대부분을 진나라가 차지하고 나머지 여섯 나라가 동쪽을 분할한 시기. 귀곡자에게 수학한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세 치 혀로 명성을 날렸다. 소진이 동쪽 여섯 나라를 돌며 설득했다. “약한 나라가 뭉치지 않으면 바로 망합니다. 여섯 나라가 한마음으로 맞서면 진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치 있는 논리였다. 남북 나라들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합종(合從)으로 군사동맹을 성사시킨 소진은 그 공로로 여섯 나라 재상직을 겸했다.1 대 6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을 때 장의가 연횡(連衡)을 들고 나왔다. 장의는 약한 나라들끼리 손을 잡는 것보다 강한 진나라와 화친을 맺어야 백성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고만고만한 남북의 종(從)보다 강자와 손을 잡는 동서의 횡(衡)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이 또한 이치 있는 설득이었다. 장의의 ‘개별격파’가 먹혀들면서 소진의 합종책은 곳곳에서 균열이 생겼다. 외교술이 탁월한 사람을 종횡가라고 부르는 것은 《사기》에 나오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뿌리다. 전쟁에선 혀보다 칼이 더 위력이 센 법이다. 진은 합종을 무너뜨린 뒤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 천하를 거머쥐었다.합종연횡은 흔히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손을 잡는 경우에도 자주 쓰인다. 제휴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다. 하지만 뭉치고 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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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脣亡齒寒)
▶ 한자풀이脣:입술 순亡:잃을 망齒:이 치寒:찰 한춘추시대 말엽 진나라 헌공은 괵나라를 공격할 야심을 품고 우공에게 우나라를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나라와 괵나라 사이에 우나라가 있어 우나라 땅을 통과하지 않고는 괵나라 공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나라의 현인 궁지기가 헌공의 속셈을 꿰고 우왕에게 간언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이나 다름없어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괵나라와 우나라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빌려줘서는 안 될 것입니다.”하지만 우왕은 진나라의 뇌물 공세에 판단이 흐려졌다. “진나라와 우나라는 동족의 나라인데 진이 어찌 우리를 해치겠소.” 우왕은 궁지기의 충언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우나라는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궁지기는 이 말을 남기고 후환을 피해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다. 궁지기의 예언은 적중했다. 진나라는 그해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침공해 우왕을 사로잡았다. 우왕은 궁지기를 그리며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공자가 편찬한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다.입술(脣)이 망가지면(亡) 이(齒)가 시리다(寒). 그건 입술과 이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까닭이다. 덧방나무(輔)와 바퀴(車)는 서로 의지해야 수레가 제구실을 한다. 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날고, 만물은 음양이 조화를 이뤄야 번성한다. 입술과 이,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처럼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하나가 무용지물이 되는 관계는 세상에 무수하다. 이 시대의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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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孟母三遷)
▶ 한자풀이孟: 맏 맹母: 어미 모三: 석 삼遷: 옮길 천맹자는 유가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유학에서 성인 공자 다음가는 아성(亞聖)으로 학문이 깊고, 뜻이 크고 강했다. 그가 주창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자신의 기상이기도 하다.맹자는 어렸을 적에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 처음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는 상여 메고 곡하는 흉내를 내고 놀았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여겨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한데 이번엔 장사꾼 흉내만 내고 다녔다. 이곳 또한 아니다 여겨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맹자가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어머니는 자식 교육에 합당한 곳이라 여기고 이곳에 정착했다.나이가 들어 고향을 떠나 공부하던 맹자가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물었다. “공부는 마쳤느냐?”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맹자의 대답에 어머니는 베틀의 날실을 끊어버리고 아들을 꾸짖었다.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날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다. 그런 마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맹자는 어머니 말에 크게 깨달아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배움에 매진했다.첫 번째 글은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관한 얘기고, 두 번째는 날실을 끊어 맹자에게 깨달음을 줬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에 관한 얘기다. 공통어는 스승(어머니)·환경·교육이다. 출처는 《열녀전》이다.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다. 비관적 유전자는 좀처럼 낙관적 유전자로 바뀌지 않는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고난 그대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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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多多益善)
▶ 한자풀이多: 많을 다多: 많을 다益: 더할 익善: 좋을 선건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믿을 만한 신하들의 힘을 빌려 나라를 세운 뒤 그들을 하나둘 숙청한다. 막강 공신의 힘은 자칫 군주를 향한 비수가 되는 까닭이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고조 유방도 왕실 안정을 위해 개국 공신을 줄줄이 내쳤다.항우군 토벌에 결정적 공을 올려 초왕이 된 한신은 한의 왕실에는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그는 본래 항우 수하에 있다가 한나라에 귀순했다. 제나라를 정복한 뒤 스스로 제왕에 올랐다. 이제 유방에게 한신은 ‘사냥을 마친 개’였다. 한신 자신의 표현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한고조 유방이 계락을 써 한신을 포박 압송해 회음후로 좌천시키고 도읍 장안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물었다. “과인은 얼마나 많은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는가?” “황송하오나 폐하는 10만 명을 거느리는 장수에 불과합니다.” “그럼 그대는 어떠한가?” “신은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그럼 그대는 어찌 10만 명의 장수감에 불과한 과인의 포로가 됐는가?” “그건 폐하는 병사의 장수가 아니라 장수의 장수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이 포로가 된 이유의 전부입니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얘기다.‘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는 말로 고조의 의심을 더 산 한신은 결국 자신은 물론 삼족이 죽임을 당했다. 어쩌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다다익선에 매몰돼 사는지도 모른다. 많이 가지면 행복하다는 믿음에 평생을 움켜쥐다 되레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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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학아세(曲學阿世)
▶ 한자풀이曲 굽을 곡學 배울 학阿 아첨할 아世 세상 세한나라 6대 황제에 즉위한 경제는 어진 선비를 널리 구했다. 산동에 원고생이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성품이 강직하고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경제가 그를 불러 박사(博士) 벼슬을 주었다. 나이가 90이나 되는 고령인 데다 직언을 잘하는 원고생은 다른 신하들에게 ‘눈엣가시’였다. 신하들이 경제에게 거듭 간했다. “원고생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폐하를 괴롭게 할 사람입니다. 그의 등용은 불필요한 걱정거리를 만드는 것이오니 부디 거둬주시옵소서.” 경제는 쏟아지는 ‘중상모략형 상소’를 모두 물리쳤다.병으로 사퇴한 그를 7대 황제 무제가 다시 불렀다. 당시 함께 등용된 공손흥이라는 젊은 선비가 있었는데 그 역시 원고생을 시골 늙은이쯤으로 깔보고 무시했다. 원고생은 그의 이런 태도를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학문의 바른길이 어지러워져 잡된 것들이 유행하고 있네. 이대로 두면 학문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말걸세. 자네는 젊은 데다 학문을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네. 부디 올바른 학문을 닦아 세상에 널리 알려주게. 결코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曲學阿世)’ 일이 없기를 바라네.”공손흥은 자신의 무례함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또 원고생의 제자가 되어 훗날 황제가 신임하는 신하가 되었다. 《사기》 유림전에 나오는 고사다.곡학아세(曲學阿世)는 배운 것(뜻)을 굽혀서 세속에 아부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꾸면서까지 세상과 타협하고 권력에 굴복하는 태도를 비유한다. 지식이나 학문으로 권력에 아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배운 자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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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지신(尾生之信)
▶ 한자풀이尾 꼬리 미生 날 생之 어조사 지信 믿을 신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어느 날 미생은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늦지 않게 다리 아래로 나갔으나 웬일인지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기다렸고 갑자기 쏟아진 장대비로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마냥 여자를 기다리다 교각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 《사기》 《장자》 《전국책》 《회남자》 등에 두루 나오는 얘기다.‘미생의 믿음’이란 뜻의 미생지신(尾生之信)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약속을 굳게 지키는 것을, 하나는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음을 비유한다. 말하고자 하는 뜻에 맞춰 인용되지만 후자, 즉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함’을 이르는 경우가 많다.장자는 도적의 우두머리인 도척의 입을 빌려 미생의 융통성 없고 어리석음을 통박한다. “이런 인간(미생)은 제사에 쓰려고 찢어발긴 개나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 아니면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거지와 다를 바 없다. 쓸데없는 명분에 빠져 소중한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놈이다.”《전국책》에서도 미생의 신의는 단지 사람을 속이지 않는 데 불과할 따름이라고 혹평하고, 《회남자》에서도 미생의 신의는 차라리 상대방을 속여 순간의 위험을 피하고 후일을 꾀하는 것만 못하다고 꼬집었다.믿음은 껍질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 알맹이는 무엇을, 왜 믿느냐에 관한 거다. 자신의 이익에만 맞춤한 믿음은 이기심의 우아한 포장일 뿐이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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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
▶ 한자풀이矛 창 모盾 방패 순전국시대 초나라에서 무기를 파는 상인이 시장에서 방패를 흔들며 외쳤다. “이 방패는 아주 단단해 어떤 창이라도 막아냅니다.” 이번에는 창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 창은 아주 예리해 어떤 방패도 단번에 뚫어버립니다.” 그러자 상인을 지켜보던 한 구경꾼이 물었다. “그럼 그 예리한 창으로 그 단단한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는 거요?” 말문이 막힌 상인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어긋남을 비유하는 모순(矛盾)은 《한비자》에 나오는 창(矛)과 방패(盾) 파는 상인 얘기가 유래다.‘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에 관한 일화 하나. 어느 날 한 청년이 돈이 없어도 논법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프로타고라스가 말했다. “좋네, 공부가 끝난 뒤 치른 첫 재판에서 이기면 그 돈으로 수업료를 내게.” 한데 외상(?)으로 논리 공부를 마친 청년은 수업료를 낼 마음이 전혀 없는 듯했다. 재판에도 관심이 없고 놀기만 했다.참다 못한 프로타고라스가 청년을 고소했다. 재판정에서 마주친 청년에게 그가 넌지시 말했다. “어차피 자네는 수업료를 내야 할 걸세. 자네가 재판에서 이기면 나와의 계약대로, 지면 재판장의 판결대로 수업료를 내야 하지 않겠나.” 청년이 바로 응수했다. “어차피 스승님은 수업료를 받지 못합니다. 스승님 말씀처럼 재판장이 수업료를 내라 하면 제가 재판에 진 것이니 안 내도 되고, 내지 마라 하면 재판장의 판결이니 그 또한 낼 이유가 없습니다.”모순이나 이율배반(二律背反)은 논리적·사실적으로는 근거가 대등하면서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