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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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분업과 특화의 마술
짙은 안개가 깔린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街) 221B에는 키 크고 깡마른 남자가 산다. 그는 파이프 담배를 즐겨 태우며, 사건이 터지면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푹 눌러쓴 채 현장으로 달려간다.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경찰도 쉬이 해결하지 못하는 온갖 미제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남자의 이름은 바로 셜록 홈스.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사립탐정이자 세계적인 명탐정이다.셜록 홈스의 전문화홈스의 무기는 탁월한 관찰력과 통찰력이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도 출생지, 직업은 물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조차 단박에 알아낸다. 초능력자처럼 상대의 이력을 족족 집어내는 홈스의 추리력은 언제 봐도 신통방통 경이롭기 그지없다.이처럼 코난 도일은 뛰어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사건 추리에 특화된 가상인물 홈스를 통해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을 세계에 널리 알렸고, 작가적 지위와 부, 명성까지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홈스가 탐정의 대명사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위상을 구축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소설 속에서 묘사된 홈스의 생활은 꽤 흥미롭다. 평소에는 한없이 게으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법이 없지만,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마치 딴사람인 양 변한다. 꼼꼼하게 현장을 관찰하고 증거를 모아 사건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얼핏 완전 범죄로 보이는 사건도 끝내 풀어내고야 마는 놀라운 추리력! 홈스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진범을 잡고, 사건을 해결한 대가를 받아먹고 산다. 이처럼 홈스가 사건 수사만 하고도 문제없이 살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 즉 추리에 특화한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이 있기 때문이다.특화와 분업의 관계특화는 분업과 연관된 경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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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석유가 고갈나지 않는 이유
오랫동안 인류는 석유가 고갈된 미래를 상상하며 공포에 떨었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실렸던 “30년이면 석유가 고갈된다”는 문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30년 뒤면 석유 고갈”이란 말은 인류가 석유를 채굴하기 시작한 한 세기 전부터 거의 매해 나왔던 얘기다. 그러니까 ‘30년’이란 숫자는 약 100년 전부터 끊임없이 갱신돼온 셈이다. 어째서 이런 이상한 일이 가능했던 걸까?‘30년 뒤면 고갈?’마르지 않는 석유의 기적이 가능했던 건 시장 가격의 힘, 다시 말해 시장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석유 생산량은 결국 얼마나 많은 유전이 발견됐느냐에 달려 있다. 유전 탐사엔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에 석유의 시장가, 즉 유가가 낮으면 새 유전을 탐사하기 어렵다. 이 말을 다시 쓰면 유가 수준이 탐사되는 유전의 규모를 결정하고 미래의 석유 생산량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지난 100년간 석유의 잔존 기간이 신기하게도 항상 30년을 유지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판단할 때 석유의 적정 탐사량은 향후 30년을 쓸 정도라고 여겼던 것이다. 지난 세기 석유 탐사량이 유전 규모에만 달려 있었다면 이젠 기술의 진보도 석유의 추정 탐사량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채굴 기술이 진보하면서 과거엔 몰랐던 유전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발견되고 나서도 경제성이 없어 그냥 뒀던 유전들을 개발하고 있다.채굴 기술과 셰일 에너지더구나 셰일처럼 기존 기술로는 자원이 아니었던 것까지 개발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기존 석유 추출 기술로는 셰일은 좀 심하게 말하면 탄소가 많은 돌에 불과했다. 그러던 게 이젠 노다지가 된 셈이다. 셰일오일이 다른 기술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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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엔히크 왕자의 모험
인류는 매우 오랫동안 세습적 신분 사회를 유지해왔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결정된 신분에 따라 살아야 했고, 타고난 신분에서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나긴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신분제가 타파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며 그전까지는 소수의 권력자만이 독점했던 부를 수평적 경쟁으로 누구나 얻을 수 있게 된 덕분이었다.슘페터의 기업가정신자연히 신분적 불평등이 해소되면서 타고난 신분에 따라 차별받던 개인의 존엄이 평등하게 변화했다. 누구든 자기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사회에서는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자본주의는 신분제 사회를 무너뜨린 일종의 혁명이자 인류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한 성장 방식이다. 부를 창출하는 다양한 기회를 보장하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그것이 곧 자본주의다.자본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경쟁의 주체, 기업가들은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며 엄청난 사회적 발전을 이끄는 선도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명명했다. 기업의 부가 단지 물질적 가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활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봤기 때문이다.포르투갈의 발전과 왕자예를 들어 15~16세기 유럽의 폭발적인 성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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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지식과 경험이 자본이다
미국의 어느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 라인의 기계가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여러 달 동안 세심히 조사했지만 수리는커녕 고장의 원인조차 밝혀낼 수 없었다. 미국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독일의 어느 유명한 자동차 전문가에게 수리를 의뢰했다. 독일인 전문가는 얼마간 이런저런 관찰과 분석 과정을 수행하더니 고장난 기계의 어느 한 부분에 연필로 선을 하나 그었다. “여길 뜯어서 열고 그 부분의 회선을 아홉 개로 줄이세요.”미국 공장에서 벌어진 일그의 조언대로 했더니 정말 기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과에 만족한 자동차 회사가 수리 견적서를 요청했다. 그런데 독일 전문가는 무려 1만달러를 청구했다. 그의 요구에 미국 엔지니어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선을 하나 그은 대가로 1만달러를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반응에 독일인은 이렇게 응수했다. “선을 그리는 건 1달러의 가치밖에 없죠. 하지만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아는 건 9999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산업화 시대에 노동은 육체노동이 중심이고 정신노동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말하자면 자본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육체노동은 노동자가 맡고 정신노동은 경영자가 맡는 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계화, 자동화로 육체노동의 중요성이 약해지면서 양자의 구분도 점점 모호해졌다. 이제 노동의 무게중심도 육체에서 정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이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노동의 형태도, 결과물도, 그에 따른 성과 평가도 다르다. 육체노동자는 업무 실적을 시간으로 계산하거나(시급) 생산한 물리적 수량으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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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예산과 복지
‘I am on a budget’이라는 말은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뜻이다. budget은 예산이란 단어로 쓰이는데, 원래 고대 켈트어로 ‘가죽 주머니’란 뜻이었다. budget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예산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이자 영국 최초 총리였던 로버트 월폴 때문이다. 월폴은 재무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에 매년 하반기가 되면 큰 가죽 주머니에서 예산안을 꺼내 읽었다. 이런 월폴의 행동 에 대해 사람들은 ‘open the budget’이란 말을 썼다.‘I am on a budget.’어느덧, 이 표현은 일반 영어로 정착되고 우리가 쓰는 ‘budget(예산)’이 됐다. budget의 유래가 국가 재정이기 때문인지 우리가 예산이란 단어를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경우도 국가 재정을 말할 때다. 정부 정책은 모두 예산 범위에서 행해진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과 예산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정부가 복지를 활발히 펼치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34년 영국의 구빈법을 시작으로 보면 180년 정도다. 비스마르크의 사회보장법으로는 130년이며,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70년에 불과하다. 그만큼 정부가 복지를 담당한 역사는 길지 않다. 역사적으로 빈민을 구제하는 책임은 정부가 아닌 종교 혹은 마을 공동체에 있었다. 정부가 빈민 구제를 책임지고 나선 시발점은 엘리자베스 1세가 1601년 제정한 구빈법이었다. 이후 1834년 새로운 구빈법이 제정됐다. 이후 1880년대 독일에서 비스마르크의 사회보장법이 등장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근로자들의 불안 요인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체제 변혁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해야 했다. 근로자들을 달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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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역사 에세이 『로마인 이야기』에 담긴 세계성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 여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필생의 역작으로 쓴 열다섯 권의 역사 에세이다. 1992년부터 한 해에 한 권꼴로 출간되기 시작해 2008년에 모두 완간됐다.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항상 우리나라와 일본의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했다.일본인이 쓴 로마 에세이우리나라의 경우 작가 특유의 일본식 문체를 번역가가 한국인들에게 다가가기 쉽게 고쳐 쓴 게 주효했다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는 대학 도서관 등에서 오랫동안 대출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였다. 책을 많이 읽는 층에서 특히 큰 인기를 얻었고 엄청난 판매량에 책을 낸 출판사는 돈방석에 앉기도 했다.『로마인 이야기』는 종종 『이문열 삼국지』와도 비교되는데, 이문열의 삼국지 작업 덕에 국내에 삼국지 붐이 일었던 것과 비슷하게 이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로마사 붐이 형성됐다는 점이 그렇다. 어쩌면 『로마인 이야기』에 논란이 많은 건 이 책이 그만큼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라는 방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정통 역사서가 아닌 작가의 주관적 견해가 많이 반영된 역사 에세이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삼국지연의』에 빗대 일종의 ‘로마사연의’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이 로마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뛰어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해석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서양 문명의 뿌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사실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만큼 세계적인 책이다. 역사상 출현한 제국 중 로마만큼 오늘날까지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제국은 드물다. 로마의 언어 라틴어와 그들이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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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밭 속의 금은보화
예부터 내려오는 우화 가운데 자신의 운만 믿다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청년 시절, 남자는 점쟁이에게서 ‘부자로 잘살 것이다’는 예언을 들었다. 본래 농사꾼이던 남자는 점쟁이 말만 믿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밭을 갈지도 않고, 씨를 뿌리지도 않았다. 날마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으며 놀기만 했다. 집안 살림이 가난해져도 남자는 의기양양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부자가 될 테니까!’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부자가 될 거”라는 우화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남자는 부자가 되지 않았다. 노인이 돼서도 여전히 가난하고 힘들게 살 뿐이었다. 어느덧 하루 끼니조차 이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밭에 나갔다. 일을 하지 않다가는 굶어 죽을 판이었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괭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괭이를 땅에 휘두르는 순간, 괭이 끝에 뭔가가 닿았다. 깜짝 놀라 땅을 파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땅속에는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묻혀 있었다.부자가 될 거라는 점쟁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남자는 백발 노인이 됐고, 이미 많은 세월을 낭비해왔다. 이제 와서 금은보화를 얻는다고 한들, 그 부귀영화를 누릴 날이 머지않은 셈이었다. 남자는 땅을 치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아, 그때 밭에 나와 괭이질만 했더라도!”“의료는 공공영역” 규제 또 규제이 우화는 ‘노력 없이는 행운도 발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집 앞마당에 금은보화를 묻어 두고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가난한 농부, 현재 우리나라 의료 부문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료 부문은 영미권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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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현금 없이 신용카드로 돈을 내는 시스템… 시장경제를 꽃피우게 하는 것이 신용이죠
1949년, 미국의 사업가인 프랭크 맥나마라가 중요한 고객들을 뉴욕의 유명 음식점에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하였다. 그런데 식사를 끝내고 음식값을 지불하려는 순간, 프랭크는 그만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갑을 사무실에 놓고 왔던 것이다. 프랭크는 고객들 앞에서 뜻하지도 않게 곤욕을 치르며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 뒤 프랭크는 그 일을 계기로 현금이 없을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고안하게 되었는데, 바로 신용카드의 효시인 ‘다이너스 카드’이다.1949년 신용카드 첫 등장오늘날 사람들은 신용카드라는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 하나로 당장 돈을 내지 않고도 다양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매매할 수 있다. 장을 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각종 공과금도 내며,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바다 건너 이웃 나라에 있는 신상품까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신용카드의 기능에서 알 수 있듯 신용이란 말의 경제적 의미는, ‘거래한 재화의 대가를 앞으로 치를 수 있는 능력’으로, 간단히 말해 지급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는 당사자들 간 상호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신용이 없이는 어떠한 거래도 참여하지 못한다. 특히 장기 거래의 경우 신용이 더욱 중시되는데, 계약이 잘 지켜질지 의심되는 사회와 계약이 잘 지켜지는 사회에서 행해지는 거래는 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약속과 계약을 잘 지키는 사회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회, 부정과 거짓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자기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약속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