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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경제 살리려 통화주권 포기…'양날의 검' 달러라이제이션

    “페소는 배설물만 한 가치도 없다. 그런 쓰레기는 비료로도 못 쓴다.”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국 통화 페소를 배설물과 쓰레기에 비유하며 미국 달러를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자기 나랏돈을 없애고 남의 나랏돈을 쓰겠다니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나라가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얻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에 공짜는 없다. 달러라이제이션 역시 효과만큼이나 치러야 할 대가가 따른다.아르헨도 달러, 북한도 달러달러라이제이션은 어느 나라가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파나마,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 중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나라가 많다. 달러가 공식 통화는 아니지만 자국 통화의 가치를 미국 달러에 일정 비율로 고정해놓는 나라도 있다. 홍콩이 대표적이다. 현재 60여 개국이 달러를 법정통화로 쓰거나 페그제(특정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달러라이제이션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제주체들이 자국 통화를 믿지 못해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도 그런 사례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자 289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23.7%가 달러를 사용해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위안화를 써본 북한 주민 비율도 15.7%로 추산됐다. 북한에선 달러라이제이션과 위아나이제이션(중국 위안화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현상)이 함께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아르헨

  • 대학 생글이 통신

    하루 순수 공부 시간, 9시간이면 충분하다

    많은 수험생이 ‘하루 순(純, net) 공부 시간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저 또한 대입을 준비하며 많이 고민했던 주제입니다. 다른 친구들의 어마어마한 ‘순공’ 시간을 보고 기가 죽어 무리하게 공부 시간을 늘렸다가 금세 지치기도 했고, 공부 시간을 줄였더니 하루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이어지던 와중에 결국 저 나름대로 정답을 찾아냈죠. 저의 시간 관리 원칙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첫 번째, 휴식 없이 한 번에 50분만 공부했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50분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집중력과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이때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계속해서 앉아 있는 것은 정말 좋지 않아요. 집중이 안 되는 상태에서 2시간을 앉아 있는 것은 집중한 상태에서의 1시간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욕심내지 않고 50분을 채우면 바로 펜을 놓고 10분 정도 쉬었습니다. ‘열품타’ 같은 앱의 랭킹을 보면 하루에 18시간씩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 다수가 허수인 거 아시죠? 인간의 집중력은 18시간의 공부를 절대 소화할 수 없습니다. 시간만 채운 18시간보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보낸 9시간이 훨씬 가치 있죠.두 번째, 매일매일을 표준화했습니다. 매일 아침 7시 기상, 8~12시 오전 공부, 1~5시 오후 공부, 7~10시 저녁 공부의 루틴을 꼭 지켰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신나게 놀았습니다. 많은 수험생이 욕심을 내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곤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거나 피곤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그날 하루는 공부를 많이 하겠지만, 다음 날을 망친다면 총량

  • 키워드 시사경제

    누구나 택시 타듯…비행기가 '대중교통' 된다

    고흥만을 등지고 바라본 남도의 푸른 하늘 위로 작은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100m까지 고도를 높이던 비행기는 이내 아파트 20층 높이인 60m 상공에 자리 잡고 순항을 시작했다. 기체에 적힌 등록 부호가 맨눈으로 보일 만큼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나는데도 지상에서 큰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이뤄진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기체 사전 실증 비행 현장이다.현실과 가까워진 ‘하늘 나는 자동차’이날 비행의 주인공은 한국항공주연구원(항우연)이 만든 국내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올해는 우선 비도심 지역에서 기술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단계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쯤에는 서울 시민들이 하늘을 나는 UAM을 탈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UAM을 택시요금 정도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만든다는 게 개발자들의 청사진이다. 정기훈 항우연 국장은 “UAM이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닌 ‘대중교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UAM은 승객이나 화물을 태우고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해 도심 등 지역에서 이동할 수 있는 항공교통 체계를 뜻한다. UAM 기체는 대개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300∼600m 고도를 날게 된다. 현재의 UAM 개념은 미국 우버가 2016년에 발표한 ‘하늘을 나는 미래형 차량 호출 서비스’ 구상을 통해 처음 정립됐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헬리콥터, 소형 제트기 등과는 구분된다.UAM을 현실로 만들려면 기체는 물론 이착륙 시설, 관제 시스템 등이 필수다. 활주로를 짓기 힘든 도심에서 기체가 수

  • 영어 이야기

    입소문이 나다 'go viral'

    Mohegan Inspire Entertainment Resort on Yeongjong Island, near South Korea’s gateway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is attracting throngs of visitors on weekends as it is going viral on social media even before its grand opening in April.The luxury resort complex is the first integrated resort launched by a US company in South Korea and is expected to invigorate the casino and entertainment business on the island of calm, about 40 kilometers west of Seoul.Last January, Mohegan won the first permission in 19 years to operate a new foreigners-only casino in the country after Paradise City opened the first casino, also only for foreigners, in 2017 on Yeongjong Island. The two resorts are within a 10-minute drive of each other. Mohegan Gaming & Entertainment has invested $1.6 billion to build the complex, including the largest casino in South Korea.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위치한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오는 4월 본격적인 개장을 앞두고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이번 럭셔리 복합 리조트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 최초로 개장한 복합 리조트로, 서울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영종도에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파라다이스시티가 2017년 영종도에 첫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오픈한 이후 19년 만인 지난 1월 모히건은 국내 신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 허가를 획득했다.두 리조트의 거리는 차로 10분에 불과하다. 모히건 게이밍 엔터테인먼드는 한국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포함해 리조트 단지를 건설하는 데 16억 달러를 투자했다.해설영종도는 여의도의 두 배 가까운 면적을 지녔지만 인천국제공항과 몇몇 해수욕장을 제외하고는 그리 인기 있는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첫 미국

  • 교양 기타

    봄날 경주역에서 처음 만난 목월과 지훈 [고두현의 아침 시편]

    완화삼 - 목월에게조지훈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 리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꽃은 지리라.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 출생. 1939년 <문장(文章)>으로 등단. 시집 <풀잎단장> 등.1942년 봄이었습니다. 2년 전 문예지 <문장>으로 등단한 청년 시인 조지훈이 같은 잡지로 데뷔한 박목월에게 편지를 보냈지요. 얼굴은 모르지만 잡지에 실린 주소를 찾아 문우(文友)의 근황을 묻고 언제 한번 보자고 썼습니다. 며칠 뒤 목월의 답장이 도착했죠.“경주박물관에는 지금 노오란 산수유 꽃이 한창입니다. 늘 외롭게 가서 보곤 하던 싸느란 옥적(玉笛)을 마음속 임과 함께 볼 수 있는 감격을 지금부터 기다리겠습니다.”한지에 이름 써서 들고 기다린 목월지훈은 그길로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경주 건천역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의 해거름 무렵이었지요. 한가로운 시골역의 플랫폼에 내리자 한지에 자기 이름을 써서 들고 선 목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때 지훈은 스물둘, 목월은 스물일곱 살이었죠. 두 젊은이는 경주 시내 여관방에서 문학과 삶을 얘기하며 거의 매일 밤을 새다시피 했습니다. 낮에는 목월의 안내로 불국사며 석굴암이며 왕릉 숲길을 거닐었지요.그렇게 열흘 이상 어울리고서야 둘은 헤어졌습니다. 지훈은 고향인 경북 영양의 옛집에 들러 목월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며 목월을 위해 쓴 시 한 편을 동봉했지요. 그 시가 바로 ‘목월에게’라는 부제를 단 ‘완화

  • 역사 기타

    영국, 백년전쟁 패했지만 부강한 나라 된 이유는

    가난을 물리쳐보자며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는 국책 가요가 나온 게 1962년이다. 그리고 그게 ‘몰라보게 좋아졌네’라는 노래로 바뀐 게 딱 10년 후인 1972년이다. 10년 만에 좋아졌다. 그것도 눈에 띌 정도로. 인류 역사상 이런 나라는 없었다. 다시 10년여가 흐른 1983년, 이번에는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담은 노래까지 등장한다.그렇게 우리는 ‘빨리빨리’의 민족이다. 뭐든 급하게 빨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100년 걸렸다는 근대화를 20년 만에 끝냈다. 단점도 있다. 급하니까 빨리하고 빨리했으니 건너뛴 공정 끝에 다리가 끊기고 백화점이 무너졌다.우려스러운 것은 이 조급증이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불과 40년 전 광주에서 있었던 ‘사태’의 성격을 완전히 정리했고, 이제는 그걸 헌법 전문에 넣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역사는 그 일과 몸으로 엮인 사람들이 세상을 다 떠나야 그때부터 역사다. 특별히 손해 볼 사람도 없고 덕 볼 사람 역시 없어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역사의 반대말이 기억인 이유다.대부분의 역사적 사실은 그 일이 있고 난 후 적어도 한 세기는 지나서야 명칭이 붙고 의미가 명확해진다. 기원전 3세기에서 2세기까지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벌어진 전쟁을 ‘포에니전쟁’이라고 부른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14세기에서 16세기까지 유행하던 르네상스도 19세기 중반에야 이름표를 달 수 있었다. 14세기에 시작해 15세기에 끝난 백년전쟁도 마찬가지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 116년 동안 프랑스 땅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연 가득한 인물들,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다

    한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고등학생이 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미성년자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함께 힘을 합쳐 아이를 잘 키우는 커플도 있지만, 홀로 아이를 떠안아 힘들게 사는 애처로운 모습도 보인다.<틈새 보이스>의 주인공 김무, 17세 고등학생이다. 엄마 김난희가 17세 때 김무를 가졌고 사귀던 대학생 오빠는 무책임하게 사라졌다. <틈새 보이스>는 <고딩엄빠>가 방송하기 훨씬 전인 2016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마치 <고딩엄빠>의 후속 편을 보는 듯하다.<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로 두 번이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은 가벼운 문장으로 스토리를 편하게 이어가는 편인데, <틈새 보이스>는 문학성 짙은 문장으로 섬세하고 진중하게 풀어나간다. 의미를 새겨가며 읽으면 우울하고 머리 아픈 현실이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생활설계사로 일하는 김난희는 아이를 혼자 키우기 힘들어 두 번이나 다른 데 맡긴다. 김무는 자신이 두 번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방황을 많이 한다. 공부는 뒷전이지만 그림은 잘 그리고, 학교는 빠져도 미술 학원은 꼭 가는 김무가 자주 들르는 곳이 제일분식이다. 큰 건물 사이에 끼어 있어 ‘틈새’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종종 김밥과 라면을 먹지만 김무는 그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출생의 비밀에 반항기 가득김무가 틈새에 자주 가는 것은 건너편 가정의학과의원의 의사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 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