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단어의 힘: '교각'은 '다리 기둥'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오전 경기 안성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각 상판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지난달 25일 경기 안성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철근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속보로 앞다퉈 내보냈다.‘교각 붕괴’와 ‘교각 상판 구조물 붕괴’언론사마다 사고를 조금씩 다른 말로 전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무너진 것이 교각인지, 교각 상판 구조물인지, 교량인지 제각각이다. 교각은 다리를 받치는 기둥을 말한다. 교각 상판 구조물이라면 다리 기둥, 즉 교각 위에 얹어놓은 보의 일종이다. 교량은 보통 완성된 다리를 가리킨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표현은 교각 상판 구조물 정도일 것이다.‘교각’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확히 쓰지 않아 정보전달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통사고 기사에서 특히 그렇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남 공주시 대전·당진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유조 차량 사고에서도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 이 사건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 난간에 부딪혀 4000L가량의 기름이 유출됐다. 많은 언론이 이를 “교각에 부딪혀…” 식으로 표현했다. 다리 위를 달리던 차량이 ‘교각’에 부딪힐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교각 붕괴’와 ‘교각 상판 구조물 붕괴’는 전혀 다른 말이라 엄격히 구

  • 경제 기타

    보호무역 강화땐 생산·소비 줄어 후생 감소

    무역은 국가의 개입 여부에 따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유무역은 국가가 무역에 간섭하지 않고 수출입 기업 간에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이며, 보호무역은 국가가 개입해 두 나라 사이의 교역에서 수출량과 수입량을 조정하는 무역 형태다. 지난주까지는 무역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으로 구분하지 않고, 교역을 하면 이득이 생긴다는 점에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무역으로 발생하는 이득은 자유무역을 하는지, 보호무역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번 주부터는 이 두 가지 무역 방식을 구분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무역의 모습을 설명하고자 한다. 자유무역의 장점자유무역을 하면 무역 이전보다 소비가 증가해 무역의 이득을 최대로 누릴 수 있다. 또한 각국의 기업들이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국가의 간섭 없이 무역하면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재의 자원 수준에서 세계경제 전체의 생산량이 최대로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량 역시 최대로 늘어나 모든 나라의 경제적 후생이 최대가 된다. 자유무역은 희소한 전 세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 밖에도 자유무역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비용 절감이나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 등과 같은 효과도 가져다준다. 보호무역의 등장자유무역의 장점이 많지만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보호무역을 처음 주장한 국가들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독일이었다. 지금은 선진국이 되어 자유무역을 옹호하면서 자유무역의 이득을 크게 누리고 있지만, 자본주의 초기만 하더라도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에 비해 낙후된 국가였

  • 숫자로 읽는 세상

    미국, 금·원유처럼 암호화폐 비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암호화폐를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지시하면서 자산시장의 주변부에 머물던 암호화폐가 주류의 지위를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가 암호화폐 보유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져 올해 하락하던 암호화폐 가격은 이날 급반등했다.포브스는 이날 “이번 발표는 당국자들이 특정 암호화폐를 국가 경제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합법적 금융상품으로 간주하는 관점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2008년에 처음 등장한 암호화폐는 높은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공식적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랬던 암호화폐가 이번 발표를 통해 원유, 금처럼 미국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그는 암호화폐가 “달러와 경쟁하는 또 다른 통화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무렵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취득하는 모든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트코인으로 축적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탈중앙화’를 추구하는 암호화폐가 달러 패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며 사그라드는 추세다. 가치를 달러에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를 달러 체제에 편입시키고 오히려 달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루크레치아 레이클린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 교수는 &l

  • 대입전략

    올해 대규모 추가합격…하위권大까지 연쇄적 영향, 내년 합격선 예측 힘들어…입시 중대 변수 떠올라

    2026학년도 무전공 선발 전형이 대입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5학년도에 무전공 선발 전형으로 의약학 및 사범 등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모든 전공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형 1과 계열·단과대 내 전공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형 2로 나누어 선발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하 서연고) 등 수도권 51개 대학과 22개 국립대에서 전체 모집 단위에서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모집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24학년도에는 6.6%에 불과하던 무전공 선발이 2025학년도에는 유형 1에서 39.1%, 유형 2에서 60.9%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2025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무전공 선발의 합격선이 당초 예상과는 상당히 차이를 둘 수 있는 상황이다. 무전공 선발에 지원한 학생 중 정시 중복 합격으로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했고, 결과적으로 추가 합격이 매우 많이 나왔다. 유형 1 선발에서 신설된 고려대 학부대학의 경우, 36명 모집 인원에서 무려 733명이 추가 합격했다. 최초 합격생은 지원자 중 36등이었으나 추가 합격자 733명이 발생해 최종 합격선 769등에서 형성되었다. 최초 36등과 최종 769등 간의 점수 차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서강대 유형1 AI기반자유전공학부도 모집 인원 36명에 추가 합격자 267명이 나왔다.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도 47명 모집에 326명이 추가 합격했다. 동국대 열린전공학부(인문)에서는 70명 모집에 217명, 열린전공학부(자연)에서는 60명 모집에 164명이 추가 합격했다.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동국대·서강대 등 5개 대학의 유형 1 선발의 경우 지난해 추가 합격은 88명에 불과했으나, 2025학년도에는 신설 학과가 늘어나 중복

  • 학습 길잡이 기타

    도형수를 계산할 땐 패턴을 찾아보세요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학과 함께 새로운 반과 선생님을 만나 올해도 잘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학해서 여러모로 힘들 테니,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정삼각형을 아래와 같이 배치하면 점의 개수는 총 6개가 됩니다. (그림 1) 위에서부터 가로선에 놓은 점의 개수는 1개, 2개, 3개로 하나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1+2+3의 결과로서 6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 그림 아래에 정삼각형을 한 줄 더 붙여 전체의 모양을 유지하며 확장한다면 다음 그림이 됩니다. (그림 2) 이때 필요한 점의 개수는 어떨까요? 직접 세어봐도 좋겠지만, 패턴을 찾아본다면 더 쉬울 겁니다. 위부터 가로를 기준으로 더해나간다면 1+2+3+4로 계산할 수 있고, 총 10개의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여기에서 나오는 6, 10과 같은 수를 바로 ‘삼각수’라고 부르는데요, 점 하나부터 시작해 점 세3개의 삼각형을 포함한다면 삼각수는 순서대로 1, 3, 6, 10, ⋯⋯ 으로 이어지게 됩니다.한 변의 길이를 더 늘린다면 어떨까요? 밑변에 총 100개의 점이 찍힐 때까지 확장한다면, 그때 놓여 있는 점은 총 몇 개일까요? 이런 상황에서라면 덧셈을 조금 더 길게 해야 할 것입니다. 1+2+3+⋯⋯+99+100을 계산해야겠죠. 이 계산으로 유명한 가우스라는 수학자가 있습니다.가우스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 선생님께서 이 문제를 냈는데 선생님이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답을 내서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가우스가 떠올린 수학적 아이디어는 바로 수끼리 짝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1+2+3+⋯⋯+99+100을 (1+100)+(2+99)+(3+98)+⋯⋯+(49+52)+(50+51)로 짝을 지어준 것입니다. 그러면 괄호마다 101이 되고 총 50개가 있으므

  • 대학 생글이 통신

    효율적 시간 관리를 위한 3가지 팁

    시간을 아껴 쓰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봤을 것입니다. 수험 생활에서도 시간 관리는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한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시간 관리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우선 식사와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요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 관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가 다니는 대학교 학습 상담사님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식사와 수면, 기상을 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규칙성 없이 살면 멈춘 기차가 다시 출발할 때처럼 의욕을 다시 다지고 새로운 에너지를 발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달리던 기차가 계속 달리는 것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할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두 번째로 메모입니다. 메모가 어떻게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학교 수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을 메모해두면 오래 기억할 수 있고, 나중에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쌓는 지름길인 셈입니다. 노트든 휴대폰이든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추천합니다.마지막으로 플래너나 스톱워치로 나의 시간 활용을 점검해나가는 것입니다. 자신이 오늘 하루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계획했던 것과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비교하면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방법입니다. 굳이 플래너나 스톱워치까지 동원하는 방법이 번거롭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간단히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처음부터 자신

  • 커버스토리

    한한령…무역장벽 그리고 정치경제학

    중국 내 한류 콘텐츠의 유통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이 이르면 오는 5월께 풀릴 수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지가 관심인데요, 한한령 해제는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계기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초 중국 하얼빈에서 만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양국) 문화 교류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한한령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우리나라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 배치가 결정될 때 중국 측이 반대와 항의의 표시로 시작됐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우리나라 관광·면세점·화장품 등 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며 한한령이란 용어가 정말 많이 회자됐습니다. 사드 기지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을 모두 정리했고, 관련 손실이 10조원을 넘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후 우리 산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 지역을 넓히며 충격파를 줄여갔습니다. 지금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 전쟁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어서 한한령 해제는 우리 경제에 분명 이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중국의 보복 성격이 강한 한한령을 경제적 측면에선 어떻게 봐야 할까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높여 보호주의를 강화하는데, 이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이런 부분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재 수출·관광업 피해 준 한한령 정치적 목적이 강한 비관세장벽이죠중국의 ‘한한령’을 경제적 측면에선 어떻게 볼 수 있을 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한령은 ‘비관세장

  • 진학 길잡이 기타

    "생글·신문으로 공부…국내외 명문대 합격 비결"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의과대학 입학생,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외국 대학 경제학과 합격생.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생글기자 출신 대학 합격생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중고생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 지면에서 활약한 생글기자 중에서 서울대, 의과대학, 외국 대학 등 다수의 명문대 합격자가 나왔다. 이들은 “생글생글이 대입에 큰 도움이 됐다”며 “생글기자 경험은 대학 입학 후에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가천대 의예과에 입학하는 이수아 학생은 “생글기자로 활동하며 특정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다져진 사고력이 대입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꿈인 그는 고교 1학년 때인 2022년 생글기자로 선발돼 2023년엔 최우수 생글기자로도 선정됐다. 미국 시카고대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할 예정인 최선호 학생은 “생글기자 활동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하게 됐다”며 “초기에 쓴 글과 나중에 쓴 글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발전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생글생글 구독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작성에 도움이 됐다는 학생도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는 김예림 학생은 “생기부 탐구 주제 중에 인구 문제와 관련된 것이 있었는데 저출산과 맬서스의 함정 등을 다룬 생글생글 기사를 많이 참고했다”며 “어려운 내용도 쉽게 해설해줘 고교생이 읽기에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조민아 학생은 위스콘신 매디슨대, 럿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