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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마음 맞는 사람과는 천 잔도 부족하고… [고두현의 아침 시편]

    무제작자 미상술은 지기를 만나면천 잔도 부족하고말은 뜻이 안 맞으면반 마디도 많다네.酒逢知己千杯少話不投機半句多.“살다 보면 어떤 걸 외우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보다 애초에 잘못된 걸 기억하고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아요.”한시에 조예가 깊은 한 시인의 말입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젊은 시절에 듣고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애송해온 시구 얘기더군요. “술자리서 지기 만나면 천 잔도 부족하고/ 의기가 맞지 않는다면 반 마디 말도 많네(酒逢知己千杯少 意氣不和半句多)”라는 멋진 구절이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구양수 전집에는 이런 내용 없어“30여 년이 흐른 뒤 우연히 출처를 찾아보았더니 세상에나! <구양수 시문집>은 물론 <사고전서(四庫全書)> 어디에도 없어요. 인터넷이 되지 않던 시절이라 검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억으로만 여러 자리에서 인용하곤 했는데 원문이 보이지 않다니….”온갖 방법을 동원해 찾아본 결과 구양수의 시 ‘봄날 서호에서 사법조에게 부치는 노래(春日西湖寄謝法曹韻)’에 후세 사람이 덧붙인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내용인즉, 시 중간의 “저기 호숫가에 한 동이 술이 있으니/ 만 리 밖 하늘 끝 사람을 떠올리노라(遙知湖上一樽酒 能憶天涯萬里人)”라는 구절을 한 번 더 반복하면서 그 앞에다 “술은 지기를 만나면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은 뜻이 안 맞으면 반 마디도 많다네(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라는 구절을 집어넣었다는 것이지요.이 구절에 ‘후인수개판(後人修改版)’이라는 주석이 붙어 있는데, <구양수

  • 대학 생글이 통신

    수능 '선택' 좋아하는 과목이 효율성도 높아

    수능은 과목 선택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과목일 때 최대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죠.과목을 잘 선택하기 위해선 먼저 과목에 대한 흥미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학습하면서 지루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능은 내신시험처럼 준비기간이 짧지 않고, 시험범위가 적지 않습니다. 1년간 꾸준히 잘할 수는 없겠죠.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힘을 내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관심이 적은 과목을 억지로 공부하다 보면 쉽게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흥미 있는 과목은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과목을 공부하다가 힘들다고 느낄 때 그 과목을 공부하며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흥미를 느끼는 과목에선 공부량도 자연히 늘어납니다. 제 경우에는 인문계열 학생이지만 수학2를 공부하면서 함수와 미적분에 관심을 가져 미적분을 선택했습니다. 국어·영어를 공부하다가 집중이 안 되거나 공부하기 싫을 때 미적분을 공부하면서 휴식을 취했고,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다음으로 학습한 경험이 있는 과목 택하기입니다. 수능에 응시하기 전, 학교 내신이나 자습을 통해 학습한 적이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고교 1학년 때는 공통과목을 배우지만, 2학년 때부터는 탐구 과목을 선택해 수강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이 고3이 되어 수능 과목을 결정합니다. 이때 학교에서 선택한 과목들을 수능 때까지 계속해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합니다.그 이유로는 먼저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 계획을 짜기 쉽고 내용이 익숙하다는 점입니다. 또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알 수 있어 유리합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자어 '백(白)'이 만들어낸 우리말 가지들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를 만들고 있다. ‘백서(白書)’의 사전적 풀이는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따위의 각 분야에 대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보고서”다. 교육 백서, 노동 백서, 외교 백서 등 수많은 백서가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백서’는 본래부터 쓰던 우리말은 아니고 영어를 번역해 들어온 말이다.사람 인(人)과 결합한 백(伯)은 ‘맏이’를 의미백서란 말은 애초 영국 정부가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던 책에서 유래했다. 이 보고서의 표지가 하얀색으로 된 데서 일명 ‘white paper’라고 불렀는데, 이를 ‘흰 백(白), 글 서(書)’로 직역한 게 ‘백서’다. 요즘은 좀 더 폭넓게 쓰여 ‘언어의 의미확대’ 현상을 볼 수 있다.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 시민 단체 등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때도 백서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백서는 표지색 ‘white’에서 온 말이긴 하지만, 의미적으로도 ‘낱낱이, 명백하게 밝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자어 ‘백(白)’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희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긴 하지만, ‘분명하다/깨끗하다/밝다/빛나다’ 등의 의미를 나타내며 무수한 단어를 파생시켜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준다. 자백, 고백을 비롯해 백미, 백색선전, 백일하, 백주대로, 백병전, 백일장, 백수건달, 백숙, 백안시, 백일몽 등이 모두 그렇게 만들어진 단어다.한자 白은 글자 유래에 대해 명료하게 밝혀진 게 없이 여러 설이 분분하다. 촛불의 불꽃

  • 경제·금융 상식 퀴즈

    6월 3일 (848)

    1.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다음 투자처 가운데 이자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고르면?① 미국 국채 ② 달러화 ③ 엔화 ④ 금2. 미국이 지난달 비트코인에 이어 이 암호화폐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시가총액 2위 코인인 이것은?① 이더리움 ② 솔라나③ 도지코인 ④ 스테이블코인3. 라이칭더, TSMC, 자취안지수에서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곳은?① 태국 ② 대만③ 필리핀 ④ 인도네시아4. 중소기업을 벗어나면 각종 정책 지원이 끊겨 불리하다고 판단한 중소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은?① 황금낙하산② 공유지의 비극③ 절약의 역설④ 피터팬증후군5.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의 재정 상태를 나타낸 재무제표다. 자산은 왼쪽에, 부채와 자본은 오른쪽에 적는 이것은?① 대차대조표 ② 손익계산서③ 현금흐름표 ④ 자본변동표6.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질 때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고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가리키는 용어는?① 재무적투자자 ② 전략적투자자③ 기관투자자 ④ 연기금7.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최소한의 금액으로 주택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릴 때 활용하기도 하는 이 방식은?① 조각투자 ② 분산투자③ 갭투자 ④ 분산투자8.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이 금융상품은?① CMA ② MMF ③ ELS ④ REITs▶정답 : 1 ① 2 ① 3 ② 4 ④ 5 ① 6 ① 7 ③ 8 ③

  • 역사 기타

    日 지폐 모델 교체…한국선 언제 새 인물 나올까

    일본의 국왕 얼굴은 몰라도 이 사람 얼굴은 다 안다. 작년만 해도 700만 명 가까운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가기 전 환전 창구에서 이 사람을 만났다. 1만 엔권 지폐의 주인공인 일본 근대화의 선구자 후쿠자와 유키치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가자며 조선을 재촉하더니 갑신정변 주역의 가족들이 연좌제로 몰살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런 야만스러운 종족과 동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병합에 동의한 사람이니 우리와 좋은 인연은 아니다.그래서인지 왠지 심술 맞아 보이는 이 사람의 얼굴을 오는 7월부터는 보지 않게 됐다. 일본이 자국 지폐 인물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후임자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여우 피하니 호랑이가 온다더니 우리에겐 딱 그 꼴이다.그 나라에서 뭐라 불리던 뭔 상관이냐고 할 문제가 아닌 게, 이 사람은 대한제국 시기에 발행된 제일은행권 앞면을 제 얼굴로 장식한 인물이다. 당시 일본 제일은행은 외국 돈 유통을 금지한 대한제국을 압박해 제일은행 지폐를 유통시켰고 시부사와는 그 은행의 총재였다. 악연으로 엮여 있다 보니 일본이 근대화를 강조할수록 우리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셈이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지폐에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을 내세우면 된다. 이봉창은 일왕을 노렸고, 윤봉길은 관동군 수뇌부를 반토막 냈으며,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그러나 배려 없는 나라에 맞대응한다며 유치한 나라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주변에 이런 발언하시는 분 있으면 뜯어말리시라.현재 5000엔권과 1000엔권의 얼굴은 히구치 이치요와 노구치 히데요다. 겹치는 글자가 많

  • 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51)

  • 생글기자

    대학 과목 선이수제, 한국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지난달 6일부터 2주 동안 미국의 2만여 고교와 더불어 민사고, 외대부고, 청심국제고 등 국내 76개 고교 시험장에서 미국 AP(Advanced Placement, 대학 과목 선이수제) 시험을 실시했다. AP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1년간의 수강을 마무리하고 학점을 인정받기 위한 최종 시험을 각자의 학교에서 치른 것이다.AP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컬리지보드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이다. 미국의 대다수 고교는 대학 과정 수강 기회인 AP 과정을 운영하며, 2022년 기준으로 미국 고등학생의 34.6%가 한 과목 이상을 수강했다. 현재 36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학(52만 명 수강), 미국사 (45만 명 수강), 영문학 (31만 명 수강), 세계사(30만 명 수강)가 대표 과목이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미적분학과 컴퓨터과학 과목도 인기가 많다.1년간의 과정을 잘 이수하고 5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세계 유수 대학 입시에 큰 도움이 된다. 대학 진학 후에도 이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학업 기간 단축으로 학비를 절약하거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에 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 1학년 과목을 미리 경험해봄으로써 학생 스스로 본인의 지적 호기심과 적성에 대해 고민하고 전공 방향성을 잡아가는 소중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해외에서는 학생들이 대학교 학문을 준비하는 것(College Readiness)이 고등학교의 목표이고, 개별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을 중시하기 때문에 AP와 같은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최선호 생글기자(청심국제고 3학년)

  • 대학 생글이 통신

    정확한 발음연습, 외국어 구사능력 키워

    언어학에서 외국어의 발음은 대개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이 아닌 언어수행(linguistic performance)으로 봅니다. 발음이 유창하지 않더라도 언어능력은 뛰어날 수 있기에 발음에 과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음을 통해 우리는 ‘언어의 중추’라고 불리는 브로카 영역과 그 밖의 다른 뇌 영역들을 연결시키는 학습을 할 수 있고, 언어마다 어떤 단위로 분절해 이해하고 산출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영어의 경우 정확한 음절의 변별보다 강세에 의한 변별이 더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발음 자체는 좋지 않더라도 강세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합니다. 영어를 일정한 톤으로 아무런 속도 변화나 휴지(pause) 없이 읽는 사람이라면 강세와 그 구분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이는 영어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적절하게 영단어와 영문장을 분석하고 있는지 등을 나타내주기 때문입니다.신경해부학적으로 사람은 암기와 관련된 학습을 하거나 언어 관련 활동을 할 때 Lt. VL PFC(좌 복측 전전두피질)의 음운 루프에서 내적 암송을 진행합니다. 내적 암송이 빠른 사람은 일반적으로 암기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실제 말하기 속도와 내적 암송 속도도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따라서 영어 발음 학습은 단순히 더 멋있는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뇌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자극 입력 과정이라고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이런 발음 학습을 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까요? 저는 영어로 된 영화를 보며 영어 자막을 켜놓습니다. 한 문장 단위로 멈춘 뒤 그대로 따라 하고, 이후에는 원서를 소리 내 읽는 과정을 수없이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