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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세계서 가장 많은 독일바퀴, 고향은 아시아
깜깜한 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혼비백산하며 급하게 불을 켜니, 번개처럼 빠르게 도망가 숨어버린다. 바로 해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극혐'의 대명사 바퀴벌레다. 바퀴벌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중 하나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에 따르면, 약 3억 2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바퀴벌레는 환경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나 공룡이 사라진 백악기의 대멸종 시기에도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다. 전 세계에 바퀴벌레 4600여 종이 서식하며, 열대지방부터 북극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이렇게 많은 바퀴벌레 중 인간의 거주지에서 발견되는 바퀴벌레는 약 30종 정도다. 한국에는 약 10종의 바퀴벌레가 서식하는데, 이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바퀴벌레는 ‘독일바퀴(Blatella germanica)’라고 불리는 종이다.독일바퀴는 1756년부터 1763년까지 일어난 7년 전쟁 중 군대의 식량 저장고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때는 서로 상대의 이름을 따 ‘러시아 바퀴벌레’ 혹은 ‘프로이센 바퀴벌레’로 불렸다. 그러다 1767년 ‘생물 분류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바퀴’라는 종을 명명하면서 독일바퀴라는 이름을 얻었다.그런데 이름과 달리, 독일바퀴는 독일과 크게 관련이 없다. 린네도 채집된 표본이 독일에서 온 것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게다가 독일바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지만, 야생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오직 인간의 거주지에서만 볼 수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키우는 ‘반려벌레’가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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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유럽 변두리 포르투갈 '대항해 개막전' 첫 투수로
18세기 중반 프로이센의 객관적 지표는 보잘것없었다. 유럽 국가 중 영토는 10번째, 인구수로는 13번째의 중위권 국가였고, 영토까지 산재돼 있어 언제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였다. 그런 허술한 나라가 중부 유럽의 두 강자인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잇달아 격파하고 통일 제국을 이룬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오스트리아와 벌인 7년 전쟁의 승리는 순전히 운이었다. 프로이센이 백기를 들기 직전 오스트리아의 군사적 파트너이던 러시아 황제 자리에 친(親)프로이센 인물이 등극한다. 표트르 황제는 다 이긴 전쟁에서 프로이센과 평화 협상을 벌였고 전쟁 중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반환한다는(?) 해괴한 조건으로 철군한다. 심지어 동맹국인 스웨덴까지 설득해 전쟁에서 이탈하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오스트리아 혼자 달랑 남은 이 행운을 ‘브란덴부르크의 기적’이라고 부른다.1870년 프랑스와 벌인 전쟁은 초등학생이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시비를 건 것과 같은 무모한 도발이었다. 사람 머릿수가 국력이던 시대에 인구가 7배나 더 많은 국가를 상대로 한 이 전쟁에서 프로이센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당시 프로이센은 영국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 영국이 천사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놓고 프랑스와 패권을 다투던 영국으로서는 프랑스 군인을 단 한 명이라도 유럽에 더 묶어두어야 했기에 프로이센을 대륙의 검(劍)으로 활용한 것이다. 후에 영국 총리 윌리엄 피트는 아메리카 정복은 아메리카가 아니라 독일에서 이루어졌다고 촌평했다. 모호할 때, 이해가 안 갈 때 큰 그림을 보면 답이 나온다.포르투갈, 지중해의 변두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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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진짜 국화가 가짜 연명을 마주하다니! [고두현의 아침 시편]
대국유감(對菊有感) 1인정이 어찌하여 무정한 물건 같은지요즘엔 닥치는 일마다 불평이 늘어간다.우연히 동쪽 울 바라보니 부끄럽기만 하네.진짜 국화가 가짜 연명을 마주하고 있다니.* 이색(李穡, 1328~1396): 고려 말 문신. 국화는 여러 꽃과 함께 피는 봄이 아니라 가을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 서릿발 날리는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이라고 하지요. 일찍부터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중국에서 유독 국화를 좋아한 사람은 도연명(陶淵明)이었죠. 북송의 주돈이(周敦)도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菊花之隱逸者也)”라며 “진나라 도연명이 국화를 사랑했는데 이후 그런 사람이 드물다”고 할 정도였고요.도연명은 한때 관직을 맡기도 했지만 “내 어찌 다섯 말의 쌀 때문에 향리의 어린 것들에게 허리를 굽히랴” 하며 벼슬을 버리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면서 전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유명한 시 ‘음주(飮酒) 5’도 그때 쓴 것입니다.“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문 앞에 수레와 말소리 들리지 않네./ 묻노니 어찌하여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곳이 된다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멀거니 남산을 바라보네./ 산 기운은 해 저물어 아름답고/ 날던 새들 짝지어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어/ 말하려다 말을 잊고 말았네(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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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빵 사무관'으로 물가 잡을 수 있다고?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식품 회사들이 내놓은 선물세트가 예년보다 가벼워졌다고 한다. 가격은 올리지 않고 구성품의 크기나 개수를 줄인 것이다. 이처럼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이 줄어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오른 것과 같은 현상을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일종의 꼼수 가격 인상이다. 주요 생활 물가가 급격히 오를 때마다 정부는 품목별 담당 공무원까지 정해 물가 단속에 나선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단속은 종종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실패로 끝난다. 영수·영호·광수·상철의 소금빵우리나라에 소금빵 생산자가 네 명뿐이고, 소금빵의 시장 균형 가격은 3000원이라고 가정하자. 생산자의 이름은 영수·영호·광수·상철이다. 네 사람이 소금빵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각자 다르다. 영수는 1000원, 영호는 1500원, 광수는 2000원, 상철은 2500원을 쓴다.어느 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인도에 폭우가 내렸다. 밀가루·설탕 등 재료 가격이 급등해 소금빵 생산 비용이 500원씩 높아졌다. 영수·영호·광수·상철은 각각 소금빵 가격을 3500원으로 올렸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소금빵이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쳤다. 정부는 소금빵 가격을 올리는 사람은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소금빵 사무관’도 지정했다.정부의 으름장에 생산자들은 슬그머니 가격을 3000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상철이다. 소금빵 생산 비용이 3000원으로 높아진 상철은 3000원에 팔아서는 이윤을 낼 수 없다. 고민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소금빵을 아주 살짝 작게 만드는 것이다. 상철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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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스펙 쌓아봤자 백수…중국 청년도 운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했는데 일당은 60위안(약 1만1300원)밖에 못 받았어요.”중국 후베이성에 사는 아만다 천은 첫 직장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사표를 냈다. 의약대학을 졸업한 그는 연구원이 되고 싶었지만 130번 넘게 지원서를 내도 원하는 일을 얻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한 국영기업에 영업직으로 입사했으나 열악한 처우에 실망했고, 커리어 패스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中 청년 실업률 20% 육박…“이러려고 공부했나”중국에서 고학력 백수 또는 저임금 노동자를 뜻하는 신종 노동계층인 란웨이와(爛尾娃)가 등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를 지칭하는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따온 말이다. 란웨이와를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다. 좋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끝이 좋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란웨이와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직업이든 찾기도 하지만, 일부는 범죄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해마다 1000만 명 넘는 대졸자가 쏟아지는 중국은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16∼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내부 동요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6개월 뒤 재학생은 빼고 집계하는 새로운 청년 실업률을 공표하기 시작했는데, 수치가 14.9%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기준을 바꿔 집계한 청년 실업률조차 다시 뛰어 올 7월 연중 최고치인 17.1%를 기록했다.윈저우 미국 미시간대 사회학과 조교수는 “더 좋은 일자리, 더 밝은 인생, 사회적 지위 상승 등 대학 학위가 약속했던 모든 것은 중국에서 점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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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검역 강화로 쌓는 비관세장벽, 바람직한가
한국이 농산물 수입에 대한 검역을 강화해야 하느냐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수입 농산물 검역을 통해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병해충이나 질병들이 국내 농업과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검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반면 과도한 검역 강화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국제적인 무역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입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주요 수입국과의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수출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찬성]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기본 책무…농가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검역 강화는 수입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절차다. 농약 사용, 유전자 변형, 방사능 오염 등의 문제가 있는 국가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이 충분한 검역 없이 유통될 경우 소비자 건강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수입 농산물에 포함될 수 있는 외래 해충이나 병원균은 한국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과일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대표적이다. 과수화상병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사과 묘목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부터 한국의 사과·배 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실보상금으로 연평균 247억원, 방제 작업에 연평균 365억원을 투입했지만, 병해충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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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GDP가 궁금해
주니어 생글생글 제129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입니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 규모와 부유한 정도를 측정하고, GNI는 각 국민이 평균적으로 얼마큼의 소득을 얻는지 산출하는 지표라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서는 20세기 최고의 주식투자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피터 린치의 삶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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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공무원 증원 제동…'작은 정부' 본격화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정원을 사실상 감축하면서 ‘작은 정부’ 기조를 본격화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후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10대 핵심 규제개혁 과제도 확정했다. 비대해진 공공부문 몸집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은 높여 민간이 주도하는 역동적 경제가 구현되도록 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57개 중앙행정기관의 내년도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을 35만43명(군 장병 제외)으로 편성했다. 올해(34만9935명)보다 108명 늘어난 수치다. 2023년 1811명, 올해 451명에 이어 내년엔 공무원 정원 증가 폭을 더 줄인다.올해 신설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정원(293명)이 내년 공무원 정원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청은 기존 부처에서 110명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나머지 183명은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군 장병을 제외한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연평균 1만1268명씩 증가했다. 하지만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정부 효율성은 낮아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정부 효율성 부문은 2017년 28위에서 올해 39위로 추락해 종합 순위(20위)를 크게 밑돌았다.이에 정부는 작은 정부 기조를 본격화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공무원 정원 축소와 함께 공공부문의 역할도 필수적인 대국민 공공서비스에 집중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민간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은 최근 국정 후반기에 역점을 둘 10대 핵심 규제개혁 과제를 확정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산업단지 입지규제 해소, 각종 부담금 폐지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