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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왜 하필 남포(南浦)에서 이별할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임을 보내며(送人)정지상비 개인 긴 둑에 풀빛 짙은데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꼬,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보태거니.* 정지상(鄭知常, ?~1135) : 고려 시인고려시대 최고 서정 시인으로 꼽히는 정지상의 절창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시재(詩才)가 뛰어나서 5세도 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요. 강 위에 떠 있는 해오라기를 보고 “어느 누가 붓을 집어/ 을(乙) 자를 강물 위에 썼는고”라는 시를 즉석에서 지을 정도였습니다.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이 시에서도 천재적인 감성을 보여줍니다. 제목은 <동문선(東文選)>에 ‘송인(送人)’으로 기록돼 있지만,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대동강(大同江)’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봄비 그친 강둑 위로 풀빛이 푸르러 오는데 정든 임과 이별하는 가슴은 슬픔으로 미어집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강물에 떨어지니 대동강 물인들 마를 날이 있을까요. 참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입니다. 대동강 부벽루에 걸린 이 시를 보고 중국 사신들이 모두 탄복했다고 하지요.대동강 하류에도 남포가 있지만…그런데 헤어지는 장소가 왜 하필이면 남포(南浦)일까요? 어떤 사람은 대동강 하구에 있는 남포를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한때 증남포, 진남포로 불렸던 곳이지요. 하지만 한시를 좀 아는 분들은 빙그레 웃음을 짓습니다. 남포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후 거의 모든 시인에게 이별을 상징하는 정운(情韻)의 시어로 쓰였기 때문이지요.정민 한양대 교수도 <한시 미학 산책>에서 “남포라는 단어에는 유장한 연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연원의 끝에 중국 문학사상 가장 오

  • 사진으로 보는 세상

    4족 보행 로봇 체험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종로구 청소년 진로직업박람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스마트기술센터 부스를 찾은 학생들이 건설 현장의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4족 보행 로봇을 작동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시사 이슈 찬반토론

    50년 넘은 미술품 해외 판매 금지, 합리성 있나

    한국에는 제작된 지 50년이 넘은 미술 작품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법이 있다.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제39, 60조)과 그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문화재청이 관할하는 법이다. 문화재청 산하의 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반출을 막기 위한 법이다. 이 법 때문에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같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명품이 국제 미술품 시장에 내걸릴 수가 없다. 최근(2023년 10월 11~15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 마스터스’에 참가하려던 국내 굴지의 한 화랑도 이 법 때문에 한국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국제 무대에 선보이지 못했다. 문화재 규제가 ‘문화 쇄국’을 만들면서 한국 예술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국내 미술품의 국제시장 판매 제한, 정당성·합리성이 있나. [찬성] 전반적인 고급 문화재 보호 차원…한국 작가의 명작·걸작 국내 향유 유도국내 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막는 문화재보호법의 근본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외 판매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게 아니라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판매하게 한다. 아예 막는다기보다 제한을 가하는 정도다. 원래 이 법의 근본 취지는 국보와 보물 등 ‘지정문화재’를 잘 보호하자는 데 있다. 그러다가 그림·조각 같은 ‘일반 동산 문화재’를 포함시켰다. 큰 틀에서는 한국의 문화재를 한국인들 손이 바로 닿는 곳에서 보호하자는 의지가 깔려 있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아르헨티나 같은 데서는 현존 작가의 해외 전시 자체가 허가제다. 작가 작품의 해외 판매, 수출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걸작 예술 작품의

  • 커버스토리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苦)' 또 불어닥친 경제 한파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곧 단풍 드는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겠지요. 경제에도 계절 변화와 비슷한 주기가 있습니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처럼 경제활동이 활발할 때도 있지만, 요즘 날씨처럼 차갑게 식을 때도 있습니다. 경제의 전반적 상황, 즉 ‘경제 날씨’를 경기(景氣)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경제 날씨는 맑지 않습니다.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가 가계와 기업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습니다. 물론 경기는 변합니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합니다. 날씨가 달라지고 계절이 바뀌듯 말이죠. 이것을 경기변동 혹은 경기순환이라고 합니다. 경기가 항상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황 끝에서 불황이 찾아오고, 불황의 정도가 지나쳐 심각한 위기로 치닫기도 합니다. 경기변동은 계절의 변화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일까요. 경기변동이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과거에 경험한 경제위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확장 → 후퇴 → 수축 → 회복 사계절처럼 경제도 순환하죠우리나라 경제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간혹 경제 상황이 유난히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기업이 만든 물건이 잘 팔리지 않고,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생산, 투자, 고용 등이 경기에 좌우됩니다. 자연에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듯, 경기는 확장→후퇴→수축→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이웃을 '따라 배우고 싶은 사람'으로 대하자

    을 읽으면 신중한 언어생활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아울러 세상에 왜 이렇게 나쁜 사람이 많은지 화가 나고, 그런 사람에게 속수무책 당하는 사람들이 답답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훈계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만 할 뿐 실천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따라 하기 힘들지만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김예원 변호사는 ‘자기 스스로 권리 옹호가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10년 넘게 무료로 대리해왔다. 그는 의료사고로 한쪽 눈이 없이 자랐다. 부모님의 응원으로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됐고, 피해자를 더 잘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성폭력전문상담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누구보다 바쁘게 법정을 오가지만 무료 변론이다 보니 강의나 집필, 연구용역, 자문을 통해 수입을 보전한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분주하지만 피해를 당하고도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출동해 시위도 하고, 철저한 준비로 재판에 임한다. 세 아이의 엄마인 김예원 변호사는 갓난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아이를 안은 채 법정에서 변호하기도 했다.세심한 언어 사용 필요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이 등장한다. 아직 사회를 잘 모르는 청소년,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 지체장애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을 속이고 괴롭히고 등쳐먹는 악한 인간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호해야 할 사람과 멀리해야 할 악한 사람을 구분해 보여준다. 지적장애가 있거나 사회를 잘 모르는 청소년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대응을 못

  • 사진으로 보는 세상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며, 고교 내신 평가체계가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을 40% 이상 유지하는 ‘정시 40% 룰’도 대입 안정성을 위해 유지하기로 했다. 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 경제 기타

    팀별 성과 측정하면 서로 감시하는 긍정효과 생겨

    비대칭적 정보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상황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지난주에 설명했는데, 이번 주에는 시장실패를 야기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본질적 이유는 대리인의 감춰진 행동이므로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대리인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는 시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시장별로 구분해 대리인에 대한 감시와 대리인에게 유인을 제공하는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서비스 상품은 비용을 나중에 지급해야상품시장 중 서비스의 공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서비스 공급자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용의 지급을 최대한 나중에 해야 한다. 서비스 구매자가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공급 과정을 자주 살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서비스 사용료를 서비스의 공급 이전에 지급하면 서비스 공급자는 더 이상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비스를 구매하는 입장에서 도덕적 해이의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사용료를 가능한 나중에 지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운동시설이나 놀이공원 같은 대다수 서비스가 사용료를 미리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서비스 공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서비스 이용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 과학과 놀자

    어둡고 험준…착륙 속도 조금만 안 맞아도 추락

    인류가 달에 닿은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인류에게 쉬이 닿을 수 없는 존재다. 지난 8월 20일 러시아가 쏘아 올린 무인 착륙선 '루나 25호'도 달에 착륙하지 못하고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 지난 4월 일본 민간 기업이 개발한 ‘하쿠토-R 미션1’의 달 착륙선도 월면과 충돌해 통신이 두절됐으며, 2019년에도 이스라엘의 민간 달 탐사선 ‘베레시트’와 인도의 ‘찬드라얀 2호’가 달 착륙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반세기 전의 기술로도 성공했는데, 인류는 왜 아직도 달 착륙에 애를 먹고 있는 걸까. 반세기 전과 지금 달 탐사에서 가장 다른 점은 착륙지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의 달 착륙선은 주로 달의 적도 부근에 착륙했다. 당시는 ‘달’이라는 가까운 존재에 누가 먼저 닿는지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착륙 난이도가 가장 중요했고, 평지가 많고 밝은 달의 적도 부근이 착륙지로 선택됐다. 지금은 달 탐사의 목표가 완전히 달라졌다. 달에 착륙하는 순위를 경쟁하던 시대가 저물고, 달에서 자원을 발굴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목표 착륙지도 바뀌었다. 어둡고 험준한 ‘달의 남극’이다. 달의 남극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있어 얼음, 즉 물이 존재한다. 물을 구할 수 있다면 인류가 거주할 수 있음은 물론, 분해해서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로켓 연료를 지구에서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화성 또는 다른 외계 행성으로 나아갈 기지로 최적의 조건이다. 문제는 달의 남극이 달에서 가장 착륙하기 까다로운 지역이라는 점이다. 크레이터가 많아 험준하고, 운석이 달 표면에 충돌하며 만들어낸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 확보도 어렵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