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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해킹, 해킹, 또 해킹…속출하는 이유는?
자고 일어나면 해킹 사건이 터져 나옵니다. 지난 4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의 유심(USIM, 통신사 인증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담은 작은 칩)과 단말기 정보가 해커에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큰 충격을 줬죠. 통신 회사를 돌아가며 해킹 사건이 벌어지는 건지, 이번엔 KT에서 불법 펨토셀(초소형 기지국)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소액결제 피해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진 대표적 네트워크 장비 해킹 사례입니다. 최근엔 롯데카드 회원의 3분의 1가량인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흔히 ‘정보화 사회의 그늘’이라고 하지만, 해킹 사건은 요즘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물론 B2C(기업-소비자 간) 영역인 통신 회사와 소액결제, 신용카드 회사에서 사고가 터져 체감상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패치, 주요 정보의 암호화, 계정 관리 등을 소홀히 한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웠습니다. 이미 사용자 피해가 벌어지고 있는데 상황 파악도 못 한 경우가 있어요. 비단 이들 회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다른 통신 회사나 금융회사들의 정보보호 사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해킹과 관련한 기술적 내용은 이해도 어렵고, 이 글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주목적도 아닙니다. 해킹의 역사와 진화 양상, 국내 해킹 사건의 공통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킹은 과연 범죄인지, 필요악인지도 4·5면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랜섬웨어, 디도스 공격, 웜GPT… AI 만난 해킹, 경제·안보에 큰 위협 해킹이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웹사이트 등에 무단 침입해 시스템이 본래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하게 만들거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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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모차르트가 쓴 편지, 천재의 열정이 살아 움직인다
위대한 음악가를 꼽을 때 모차르트는 늘 맨 앞을 장식한다. 35년의 짧은 생애 속에서 남긴 620곡이 세월이 갈수록 더 사랑받기 때문이다. 흔히 모차르트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그는 누구보다 노력했고, 수많은 작품을 남기는 동안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은 모차르트가 주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에 쓴 내용도 실려 있다. 그가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한 글에는 위대한 작곡가의 치열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이 책에 실린 첫 번째 편지는 열세 살 때 엄마에게 보낸 것이다. 모차르트는 여섯 살 때부터 연주 여행을 했는데, 첫 편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내용에 추신 형식으로 붙였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 전 이번 여행이 얼마나 즐겁고 기쁜지 모르겠어요”라고 시작한 짤막한 편지는 별 내용 없이 “엄마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는 아들임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랍니다”라고 끝냈다.이 책의 제목을 ‘천 번의 입맞춤’으로 지은 이유는 편지의 마지막에 꼭 “천 번의 입맞춤을 보낸다”라고 썼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힘껏 지원한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다. 레오폴트의 편지에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모차르트는 하나뿐인 누나 난네를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누나에게 게임 얘기 써 보내여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의 창작 열정은 편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열네 살 때 아버지에게 “제 오페라가 잘되도록 빌어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발랄한 10대답게 누나에게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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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사람 몸에서 가장 빨리 늙는 기관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는 사회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최근 생물학적으로도 의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9월 호주 모나시대와 덴마크 제약 기업 노보노디스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장기는 사람의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속도로 늙는다. 즉 노화 관점에서 보면 장기마다 다른 나이를 지니는 것이다.연구팀은 각 장기의 노화 정도를 알아내기 위해 ‘DNA 메틸화’에 주목했다. 모든 세포에는 일종의 설계도인 DNA가 존재한다. DNA는 늘 똑같이 발현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켜지고 어떤 유전자는 꺼지며 세포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 이때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DNA 메틸화다. DNA의 특정 위치에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메틸기’가 붙었다 떼어지며 유전자의 스위치를 켰다 끈다. 그런데 몸속에서 DNA 메틸화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유전자 발현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DNA 메틸화의 변화는 암 또는 노화에 따른 장기 기능 저하의 지표로 여겨진다.연구팀은 노화에 따른 인체의 메틸화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전례 없이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18세부터 106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서 피부, 근육, 폐, 위, 망막, 간 등 총 17개 인체 조직에서 취한 1만5000여 개 샘플을 분석한 것이다. 그리고 약 90만 개의 DNA 위치를 하나하나 살피며, 나이 들수록 메틸화가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했다. 쉽게 말해 인체의 노화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이 노화 지도로 알아낸 첫 번째 발견은 장기별 노화 속도다. 분석 결과, 가장 노화가 빨리 일어나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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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중세의 상징' 고딕성당은 어떻게 탄생했나
“책이 건물을 죽이리라.”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에 등장하는 가톨릭 사제의 독백으로 도도한 시대의 변화를 전한다. 인쇄술의 등장에 따라 정보 유통이 빨라지면서 성당 벽과 스테인드글라스에 빼곡하게 <성서>의 장면을 담아 문맹인 신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던 가톨릭교회가 <성서> 해석의 독점권을 장악하던 ‘대성당의 시대’가 저무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위고의 표현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을 지닌 대성당은 중세의 상징이었다. 1248년 착공에 들어가 600여 년 뒤인 1880년 완공된 독일 쾰른 대성당과 같은 거대한 대형 석조 건물은 중세 유럽의 사회·경제적 역량이 장기간에 걸쳐 총결집된 작품이었다.중세 봉건영주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건물은 방어시설이었다. 수천 개에 달했을 중세시대 요새는 수없이 파괴됐고 재건됐다. 요새는 공격 무기와 방어 기술 간 끊임없는 경쟁을 의미했다. 성벽은 갈수록 높아졌고, 진입로는 복잡해졌다. 성벽과 탑은 모양이 바뀌고 더욱 견고해졌다. 프랑스 동부 랑그르 요새의 성벽 두께는 6.4m에 달했다. 노르망디 방어를 위해 사자심왕 리처드가 레장들리에 건설한 샤토 가이야르는 방어시설의 길이가 총 3170m에 달했다.당시 건축 설계자들은 오늘날 설계 전문가처럼 상세한 도면을 작성했다. 건축 마이스터는 목공품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나무판과 점토, 슬레이트에 도면을 그렸고, 13세기 이후에는 양피지에 건축 도면을 남겼다. 당시의 양피지 도면 22개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보존돼 있기도 하다.오늘날 중세를 상징하는 건물은 대부분 돌로 만들었지만, 처음부터 석조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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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환율 통제되면 통화정책 효과는 크게 줄어요
이번 주는 고정환율제도에서 통화정책을 이용한 경제안정화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겠다. 현재 완전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모든 국가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느 정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으므로 가장 강력한 개입 방식인 고정환율을 가정하고 설명하면 그보다 완화된 개입의 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확대통화정책의 효과경기침체를 줄이기 위한 중앙은행의 확대통화정책은 폐쇄경제에서는 총수요를 늘려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가져온다. 변동환율제도의 개방경제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 이자율을 떨어뜨리면 국내에 유입된 해외자본은 국외로 빠져나가 외환시장에 달러의 공급이 감소하여 환율이 상승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순수출이 증가하므로 총수요가 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므로 총공급은 줄어든다.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총수요와 총공급의 변화 정도는 총수요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확대통화정책이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가져오는 정도는 폐쇄경제에 비해 커진다. 즉 확대통화정책의 경제안정화 효과는 폐쇄경제보다 경제가 개방되어 있을 때 더 크다. 고정된 환율과 확대통화정책고정환율에서도 확대통화정책은 일단 GDP 증가와 물가상승을 유발한다.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 개입이 필요하다. 개방경제에서 중앙은행의 통화량 증가로 이자율이 하락하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고정된 환율 수준에서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달러에 대한 초과수요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율은 상승하려는 압력이 생긴다.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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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그곳 '그림자의 섬'에 가고 싶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그림자의 섬김구슬그림자 섬 영도(影島),분홍 대문이우리를 맞이한다.작은 풀꽃 가득한 정원에 스민 차가운물기는진한 핑크빛 독일 장미의관능을 씻어내고,벽에 걸린 톨스토이의 노자적 표정은초록 풀들의 속삭임을 금한다.차가움과 뜨거움,움직임과 정지의 교란 사이에황홀한푸른 식탁이 펼쳐진다.진지한 런치 후의담백한 티 타임,'천 권 시집의 집'카페 '영도일보'는극지와 열대 사이의긴장과 조화를 구현한‘그림자의 섬’이다.이 시에 나오는 영도(影島)는 특이하게 ‘그림자 영(影)’ 자를 이름에 씁니다. 왜 그럴까요?부산 앞바다 섬 영도는 신라 때부터 조선 시대까지 절영도(絶影島)라고 불렀습니다. 이곳에 국가가 경영하는 말 목장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자란 말이 워낙 빨라 그림자(影)가 끊어져(絶) 보일 정도였다고 합니다.달리는 말의 그림자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라는 이야기는 이 시의 ‘그림자’ 모티브와 연결됩니다. 그림자는 실체와 함께 있지만 실체와 다른 차원의 존재이지요. 영도라는 섬의 존재도 그렇습니다. 영도는 지도 위의 한 섬일 뿐만 아니라 땅과 바다, 과거와 현재, 전쟁과 피란, 생과 사를 잇는 역사적 기억의 교차로입니다.시집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지명 ‘영도’김구슬 시인의 ‘그림자의 섬’은 최근 나온 시집의 표제작인데, 시집 속에 영도라는 지명이 자주 등장합니다. ‘묘박지’라는 시에도 “어린 시절 듣던 영도다리의 사연들이/ 이제 대교 저 높이 걸려 있다”, “배들은,/ 부두도 아니고 뱃길도 아닌 곳에서/ 부동도 움직임도 아닌 상태로/ 닻을 내리고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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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시사경제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美 빅테크 '경악'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100배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미국 기업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H-1B 비자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발급 수수료를 1인당 1000달러(약 140만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로 크게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예고 없는 정책 급변…기업 불안감 커져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을 위한 비자로, 추첨을 통해 연간 8만5000건을 발급한다. 기본적으로 3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고, 최대 3년 더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미국 기업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노동자를 들여와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해왔다. H-1B 비자는 70% 이상을 인도 출신이 보유하고 있다.포고문에도 기존 H-1B 비자 프로그램이 미국인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분명히 드러났다. 2000~2019년 외국인 STEM 노동자 수가 120만 명에서 250만 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STEM 분야 고용은 44.5%만 늘었다는 통계가 인용됐다. 이날 서명식에 함께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대통령의 입장은 미국을 위해 가치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새 수수료 규정은 21일부터 발효됐다.하지만 H-1B 비자는 미국이 세계 최고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는 해마다 수천 명 규모의 H-1B 비자 인력을 채용해 과학기술 인재풀을 넓혀왔다.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발표된 조치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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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엔비디아가 인텔에 투자한 이유는?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개인용 컴퓨터(PC)·데이터센터용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인텔 살리기’ 행보로 해석된다.-2025년 9월 20일자 한국경제신 -시가총액이 무려 4조30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엔비디아가 한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였지만 최근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컴퓨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의 강자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요.얼핏 보면 그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단순한 소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두 기업의 협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하는 팹리스인 엔비디아가 인텔과 차세대 반도체 설계를 함께하는 것을 넘어 개발한 칩 생산을 인텔의 파운드리에 맡긴다면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그런데 ‘팹리스’와 ‘파운드리’ 같은 단어가 다소 생소하지요.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 기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해야 합니다.먼저 반도체는 전기가 흐르기도 하고 차단되기도 하는 성질을 지닌 물질입니다. 이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계산하고 처리하는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뿐 아니라 자동차와 비행기, 공장과 발전소,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에 반도체가 들어갑니다.반도체 산업은 워낙 방대하고, 분야마다 요구하는 기술과 전문성이 달라 산업이 세분화돼 있습니다.팹리스(F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