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모차르트가 쓴 편지, 천재의 열정이 살아 움직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9/AA.41853194.1.jpg)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편지는 열세 살 때 엄마에게 보낸 것이다. 모차르트는 여섯 살 때부터 연주 여행을 했는데, 첫 편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내용에 추신 형식으로 붙였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 전 이번 여행이 얼마나 즐겁고 기쁜지 모르겠어요”라고 시작한 짤막한 편지는 별 내용 없이 “엄마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는 아들임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랍니다”라고 끝냈다.
이 책의 제목을 ‘천 번의 입맞춤’으로 지은 이유는 편지의 마지막에 꼭 “천 번의 입맞춤을 보낸다”라고 썼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힘껏 지원한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다. 레오폴트의 편지에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모차르트는 하나뿐인 누나 난네를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누나에게 게임 얘기 써 보내여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의 창작 열정은 편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열네 살 때 아버지에게 “제 오페라가 잘되도록 빌어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발랄한 10대답게 누나에게 게임 얘기를 써 보내기도 했다. 열여섯 살 때 누나에게 “여기 밀라노에서 게임을 하나 배웠어. 메르칸테 인 피에라라는 건데 집에 돌아가는 대로 바로 누나와 해볼 작정이야”라고 썼다.
10대 때 이미 다른 음악가와 수준 높은 교류를 한 모차르트의 깊은 음악적 통찰과 비평도 편지에 담겨 있다. 20대 때 아버지에게 작곡에 대한 고민, 생활 문제까지 세세하게 털어놓으며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작곡할 음악이 없어질 때까지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당부했다. 성인이 된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충돌하는 내용도 실려 있다.
모차르트는 베버 씨의 딸 알로이지아를 좋아했으나 아버지는 가난한 성악가를 환영하지 않았다. 알로이지아는 비극 배우 랭과 결혼했고, 모차르트는 스물여섯 살 때 알로이지아의 동생 콘스탄체와 결혼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콘스탄체를 “다른 자매들의 뒷바라지까지 하는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으며, 가장 총명하기도 해 최고의 규수라고 할 만합니다.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상식을 갖추었으며, 낭비벽이 없습니다. 말쑥하고 깔끔한 편이지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지요. 게다가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종교심, 이웃 사랑, 명예콘스탄체를 선택한 이유에서 모차르트의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차르트는 자신을 “종교 관념이 너무 강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명예심이 너무 크다”고 평한 바 있다.

모차르트는 재정적 문제로 늘 고통받았다. 비용을 받고 작곡하느라 바빴고 개인 교습에 시간을 빼앗겼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치지 않고 곡을 만들었던 모차르트는 “작곡을 하는 모든 이에게 질투심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천재의 열정이 살아 꿈틀거리는 모차르트의 편지를 읽으면 열심히 달려야 할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