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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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아픈 민족사의 상처 보듬는 가슴시린 이야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2009년에 출간한 <잘가요, 언덕>의 개정 증보판이다. 2021년에 선보인 개정 증보판이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필수 도서로 선정되면서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작가가 배우 차인표라는 점도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다. ‘배우가 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소설가 차인표’를 만나게 된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에서부터 감동이 피어오른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바쁘게 활동하던 그는 뉴스에서 ‘훈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열여섯 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로 끌려갔다가 1997년 잠시 한국에 온 훈 할머니를 본 저자는 힘든 시절을 버텨낸 어르신들의 삶을 소설에 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에 독서광인 그는 곧바로 A4 용지 20장 분량의 초고를 완성했다. 애석하게도 노트북에 저장한 글이 날아가면서 소설 완성에 대한 꿈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다 2001년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 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본 저자는 소설을 다시 쓰기로 결심하고 2006년 소설의 무대인 백두산을 방문한다. 이후 다양한 취재를 하고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는 등 단단히 준비했다.그리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소설이 2009년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마음에 품은 이야기를 무려 11년 만에 펴냈고, 책을 낸 지 15년 만에 옥스퍼드 대학교 아시아 중동학부 한국학과 교재가 되었다.“내 속에 소설 몇 권이 들어 있다.”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마음의 글을 풀어내는 사람은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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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교권 침해 막을 더 구체적인 대책 필요하다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건은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마련했고, 9월엔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 각종 법률의 교권 관련 조항이 개정됐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도 개정됐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 처분을 금지하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 학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도 학부모 입장에서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민원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일본은 일찍이 1990년대 후반 ‘몬스터 페어런츠’라고 불리는 일부 극성 학부모로 인한 문제를 겪었다. 그러면서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학생의 팔을 잡고 데리고 가는 것, 몸을 잡고 가볍게 흔드는 것, 자고 있는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 깨우는 것 등은 정당한 학생지도로 인정한다. 일본은 이를 통해 악성 민원을 차단하는 한편 교직원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고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의 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교권은 지켜져야 한다. 더 이상 교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고 서이초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조승민 생글기자(세종국제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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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심각해지는 사교육 역기능…학교 역할이 약해진다
지난해 대한민국 초·중·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8.5%에 이른다. 청소년 10명 중 8명은 학원에 다니는 등 사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다. 대부분 학생이 수학과 영어 학원은 거의 필수적으로 다닌다. 이러한 사교육은 양면성을 지닌다.사교육의 순기능으로는 학생들이 교과목을 보다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학원에 다니면 학교에서 접하는 것 이외에 학습 자료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학원은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역할도 한다. 외국 대학 입시 준비 등 일반 고등학교에선 하기 힘든 일을 해주는 학원도 있다.그러나 학원의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게 크다. 사교육이 늘어나면서 학교의 역할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야간자율학습을 예로 들어보겠다. 과거에는 많은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 필수였다. 야간자율학습을 통해 학교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줬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집중력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점이다. 학원에서 배우는데 학교 수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소득 격차가 사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성적에 반영되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다. 이 또한 사교육 증가가 낳은 어두운 면이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송지수 생글기자(예문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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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다산은 이곳으로 좌천될 줄 어찌 알았을까 [고두현의 아침 시편]
금정시참(金井詩讖)정약용금정(金井)의 찬 기운 벽오동 감싸는데물 긷는 소리 끊기고 까마귀는 울며 간다.이제야 알겠네, 해 지고 별 뜨는 즈음황혼의 시각 보내기 새삼 어려운 줄.金井寒煙鎖碧梧 聲斷度啼烏偏知日沒星生際 銷得黃昏一刻殊* 정약용(丁若鏞·1762~1836) : 조선 후기 시인, 학자.다산 정약용이 1794년 8월 5일 밤 죽란(竹欄)에 앉아 쓴 시입니다. 죽란은 다산이 살았던 서울 명례방 집의 정원 이름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문인들과 어울려 자주 시회를 가졌죠. 유명한 죽란시사(竹欄詩社)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시는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추심(秋心)’이라는 제목의 5수 연작 중 두 번째로 실려 있지요. 이 시 쓴 다음 해 금정으로 좌천당해다산이 이 시를 쓸 때 곁에는 남고(南皐) 윤규범(尹奎範, 1752~1821)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산의 육촌 형으로 26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시문으로 이름이 난 인물이지요. 다산과 자주 어울려 시를 지었는데, 특히 이 시를 극찬했다고 합니다.시정이 쓸쓸하고 가을날 황혼의 정치가 함께 어우러져 묘한 울림을 주는 시입니다. 다산이 이 시에 쓴 금정(金井)은 궁궐이나 정원에 있는 우물을 미화해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요.그런데 다산이 이 시를 쓴 다음 해인 1795년 7월에 주문모 사건에 연루돼 좌천당해 간 곳이 바로 충청도 금정이었으니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이때 역참 누각 앞에 벽오동 한 그루가 서 있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지요.어쨌거나 금정 찰방으로 쫓겨 간 이래 다산은 황혼이 깃들 즈음이 가장 괴로웠다고 고백합니다. 세상만사가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지요. ‘방금 뜬 초승달이 발을 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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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아쉬움 남는 파리 올림픽 픽토그램 디자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3회 하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여러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국민에게 큰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줬다.세계인의 대축제였지만, 파리 올림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픽토그램이다. 픽토그램은 사물이나 시설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단순화해 나타낸 그림을 말한다.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픽토그램이다. 올림픽의 여러 종목을 재미난 그림으로 표현해 나타내기 때문이다.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패럴림픽 종목을 포함해 총 47개 종목의 픽토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난해하다거나 알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는 픽토그램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파리 올림픽 픽토그램의 특징은 경기장 형태와 도구, 유니폼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되 예술적 측면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예술성을 강조한 나머지 디자인이 복잡해졌고 직관성과 시인성이 부족해졌다. 경기 종목을 픽토그램만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이 때문에 TV로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불편을 겪었다. 예술성을 표현한 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픽토그램의 본래 역할에는 충실하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디자인도 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독창성과 심미적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능적 측면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파리 올림픽 픽토그램도 예술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기능적 측면에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더 훌륭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박혜빈 생글기자(대전신일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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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새로 지은 경기장 1곳뿐"…파리는 '가성비 올림픽'
프랑스 파리시 전체가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파격적인 무대가 됐다. 80명의 캉캉 댄서는 1820년대 파리 물랭루즈 카바레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됐던 콩시에르주리는 테라스 층마다 메탈 밴드 ‘고지라’ 멤버들이 점령했다. 노트르담대성당, 루브르박물관 등 파리의 건물 지붕 위는 성화를 든 ‘복면 신사’가 4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뛰어다녔고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들은 시청 지붕 위에서 우아한 춤을 선보였다.-2024년 7월 29일 자 한국경제신문-뜨거운 여름밤을 달구었던 파리 올림픽이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운이 이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기에 우려도 컸지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206개국 스포츠 선수들이 보여준 각본 없는 드라마에 전 세계인이 울고 웃는 시간이었습니다.올림픽의 감동이 채 식기도 전이지만 개최국 프랑스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습니다. 이 대형 이벤트로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 손익을 확인하고, 당장 손실이 났더라도 미래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일 말이지요.이번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올림픽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프랑스 정부는 경제성 확보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월드컵, 등록 엑스포와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불리는 올림픽이지만 화려한 이면에 막대한 적자를 남긴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인터넷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개최에 들어간 총비용은 약 82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200억 달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156억 달러), 2012년 런던 올림픽(171억 달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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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륙의 실수'는 옛말…차이나 테크의 역습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중형 세단 씰(SEAL)이 한국 시장에 곧 상륙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주행 실험 중인 씰을 봤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알려졌죠. 처음 보는 차라고 해도 중국산이라면 관심을 끄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테슬라를 추격하는 BYD라는 인식이 확산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어요. 영국 자동차 회사 로터스를 인수한 중국 지리차의 한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한 수 아래라 여겨졌던 중국 제조업이 전자제품, 조선 등 노동집약산업뿐 아니라 최첨단 분야에서 한국을 맹추격 중입니다. 기술력만큼은 미국 턱밑까지 갔다는 평가도 많고, 한국을 추월한 분야도 속속 나옵니다.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의 제품을 두고 한때 ‘대륙의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죠. 생각보다 뛰어난 품질에 놀라면서도 기술력을 살짝 얕보는 듯한 표현이었는데요,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전기차,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조업이 한국은 물론, 일본도 앞지르고 있습니다. 가히 ‘차이나 테크의 역습’이라 부를 만합니다.중국은 미국의 첨단산업 수출 규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 사회주의 이념 강화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첨단산업은 어떻게 성장세를 이어가는지, 새로운 국가 전략이라는 ‘신품질 생산력’과는 어떻게 연관되는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미국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의 첨단 기술력'제조강국'서 '신품질'로 전략 업그레이드중국이 세계 슈퍼파워로 우뚝 일어선 것을 ‘대국굴기(大國起)’라고 합니다. 강대국으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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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첫사랑 연인과 이별한 김소월은… [고두현의 아침 시편]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김소월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그림자 같은 벗 하나이 내게 있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오늘은 또 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 그려.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김소월(1902~1934): 평북 구성 태생. 본명은 김정식(金廷湜). 시집 <진달래꽃>.오는 9월 8일은 시인 김소월이 탄생한 지 1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에서 첫울음을 터뜨린 날이지요. 소월의 고향은 봄마다 산꽃이 지천으로 피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옥녀봉에서 만나 풀피리 불던 소녀할아버지가 개설한 독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한 그는 곧 남산소학교에 입학했지요. 같은 반 동네 소녀 오순과 친하게 된 뒤로는 옥녀봉 냉천터에서 자주 만나곤 했습니다. 바위에 올라 함께 피리를 불거나 노래를 불렀고, 숲 사이의 시냇가를 거닐기도 했죠. 어릴 때의 이런 추억은 훗날 ‘풀따기’라는 시에도 잘 묘사돼 있습니다.“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일부 발췌)오순은 의붓어미 밑에서 자랐는데 집이 매우 가난했습니다. 그 아래로 동생이 다섯 명이나 있었으니 더욱 궁핍했죠. 소월이 숙모에게 들은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시 ‘접동새’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