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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얼음표면의 '준액체층'이 윤활유 역할

    33℃가 넘는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얼음 동동 띄운 음료로 더위를 달래며 겨울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며 스케이트를 타는 상상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과학자들은 150년간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19세기 중반, ‘켈빈 경’으로 유명한 윌리엄 톰슨은 압력으로 인해 얼음이 녹아 미끄러운 층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스르륵 미끄러지는 이유는 우리의 체중과 면적이 좁은 스케이트 날 때문에 얼음 표면에 큰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얼음이 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학 시간에 배운 물의 상평형 그래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고체에 온도를 높이거나 압력을 가하면 액체로 바뀐다.이 가설은 오랜 시간 가장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가설대로라면 -10℃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얼음이 녹지 않아 스케이트를 탈 수 없어야 하고, 일반 신발을 신고 얼음 위를 걸어도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1기압 올라가도, 얼음의 녹는점은 겨우 0.01℃만 내려갈 뿐이기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 스케이트를 타려면 수백 kg의 무게가 나가는 코끼리 발에 스케이트를 신겨도 불가능할 만큼 엄청난 압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압력만으로는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그래서 과학자들은 다른 가설을 생각해냈다. 얼음 위를 움직이면 마찰이 생기는데,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태어나지 못한 아기가 전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최근 ‘36주 태아 낙태’ 경험담을 올린 유튜브 영상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다 자란 아기가 태어나지 못한 일에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낙태한 여성을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우리나라에서 매년 3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니 “원치 않는 임신, 부모의 형편, 여성과 아이의 인생, 낙태 찬반” 등 질문이 잇따라 떠오른다. <톡톡톡>을 쓴 공지희 작가는 “잉태된 순간 목숨의 주인은 그 아이입니다. 목숨의 주인 의견이 궁금하네요. 사람은 누구라도 배 속의 아이였으니, 나도 그 입장이 되어 생각해봅니다”라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쉽지 않은 소재를 다룬 <톡톡톡>은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톡톡톡>이 “이미 죽어버린 태아가 현실 공간에 나타나서 문제 제기를 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고 평했다.낙태라는 문제 앞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행방과 그들의 생각 아닐까. 아무리 궁금해도 들을 수 없는 답을 공지희 작가가 상상의 나래로 풀어내 우리에게 전달한다. 생명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톡톡톡>을 읽다 보면 마음이 아려오면서도 안도하게 되고, 저며오는 슬픔 속에서도 가녀린 희망을 갖게 된다. 귀신놀이터에서 만난 노랑모자한적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달림은 자신을 콩쥐라고 생각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가 성적 좋고 예쁜 언니 해림을 공주처럼 모시면서 달림은 마구 부려 먹기 때문이다. 고교생 해림의 방은 예쁘게 꾸며주었지만 달림은 오래된 가

  • 경제 기타

    부자 떠나는 나라엔 기업·일자리도 사라진다

    한국은 돈만 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치안도 좋으니 돈만 있으면 뭐가 걱정이겠느냐는 얘기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기업 헨리앤드파트너스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국에서 유동자산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가 1200명 순유출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부자가 별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나라다. 왜 부자들은 한국을 떠나려 할까. 부자가 떠난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부자가 떠나는 나라의 공통점헨리앤드파트너스가 발표한 부자 순유출 상위 10위권 국가엔 공통점이 있다. 권위주의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치안이 불안하거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이 그런 나라다.눈에 띄는 예외가 2위 영국과 4위 한국이다. 이 두 나라만의 공통점이 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한다는 점이다. 영국은 32만5000파운드(약 5억7000만원)가 넘는 자산을 물려받는 사람에게 초과분의 40%를 상속세로 부과한다. 영국보다 더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상속 재산에 최고 60%의 세율을 적용한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배우자 상속세도 있다. 남편이 죽으면서 남긴 재산을 아내가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한 번 내고, 아내가 죽으면 자식들이 상속세를 한 번 더 내야 한다.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정부 세입이 늘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기 쉽다.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 버리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2022년 자산 2000만

  • 숫자로 읽는 세상

    과학고 조기졸업 요건 강화…상위 20% → 15%로

    전국 과학고 정원이 7년 만에 소폭 증원됐다. 과학고의 조기 졸업·진학 요건은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지원 전 달라진 전형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2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과학고 정원 내 모집 인원이 기존 1638명에서 1642명으로 전년 대비 4명 늘었다. 2018학년도에 12명이 증가한 이후 약 7년 만의 일이다. 이는 전북과학고가 있는 익산이 교육발전특구 시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다. 증원에 따른 수혜 대상은 주로 전북 학생들이지만, 광주 학생들 역시 혜택을 받게 된다. 광주에는 영재학교가 있지만 과학고가 없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예외적으로 다른 지역 과학고에 지원할 수 있다.자소서는 과학고 입시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다. 서류 평가뿐 아니라 면담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자기소개서 작성 항목이 바뀐 학교가 있다. 부산일과학고는 자소서에 ‘자기주도학습’ 항목을 추가했다. 기존 수학 탐구·과학 탐구 활동의 분량은 각 1200자에서 900자로 줄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기존보다 적은 분량 안에서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미사여구를 빼고 핵심 내용 위주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과학고 면접은 수학·과학 문항에 대해 지원자가 20~30분 준비한 뒤 면접위원 앞에서 답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중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하지만 단순 교과 지식을 묻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과목을 융합하거나, 정답 없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열린 문항을 출제한다. 이에 답할 때는 정형화된 문제풀이 방식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과학고가 영재학교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조기 졸

  • 커버스토리

    AI발 가짜뉴스 '비상'…사회 뿌리째 뒤흔든다

    여름방학 기간 중 한국에 ‘메달 풍년’을 안긴 파리 올림픽이 열렸지만, 황당하고도 심각한 파장을 낳은 가짜뉴스(fake news)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선 래퍼 치트키, 배우 탕웨이의 사망설이 뜬금없이 나왔다가 금세 가짜뉴스로 드러났죠. 영국은 가짜뉴스가 촉발시킨 반(反)무슬림 폭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말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어린이 3명이 살해되고 10명이 다친 사건이었어요. 영국 태생의 17세 소년이 범인으로 판명났지만, 처음엔 ‘이슬람 망명 신청자가 범인’이라며 무슬림식 가짜 이름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한 계정에 올라오면서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이것이 영국 전역에서 폭력과 방화를 동반한 반무슬림 폭력시위로 이어진 거죠.영국 폭동의 빌미가 된 가짜뉴스는 인공지능(AI)이 출처가 불분명한 게시물을 뉴스 형식의 글로 둔갑시키고 소셜미디어 추천 알고리즘이 이를 퍼 날랐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양상이 많이 다릅니다. AI 기술이 고도화하면 가짜뉴스의 위협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이민자에 대한 뿌리 깊은 영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가짜뉴스를 만나 폭발하면서 사회 안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임에도 영국 경찰이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입니다.가짜뉴스가 어떻게 대중화됐고 그 양태는 어떠한지, 최근의 생성형 AI발 가짜뉴스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합리적 여론 형성 막는 '허위 정보'민주주의 작동 시스템 위협하죠가짜 뉴스(fake news)는 2000년대 중반, 뉴스 형식으로 정치를 풍자한 미국의 TV 코미디

  • 시사·교양 기타

    대한민국 60년 경제 발전사

    주니어 생글생글 제125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대한민국 60년 경제 발전사입니다.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한국이 기적과 같이 성장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까지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파독 광부, 경부고속도로 준공식 등 경제성장 과정을 담은 흑백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서는 못생겼지만 편안한 신발 크록스를 창업한 린든 핸슨, 스콧 시맨스, 조지 베데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생글기자

    그림자 아동 방지 위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동’을 없애기 위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됐다. 출생통보제는 아기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한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가명으로 출산하고 입양 절차 등을 밟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2015~2022년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그림자 아기’가 20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에는 한 30대 여성이 병원에서 출산한 딸과 아들을 살해한 뒤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집 냉장고에 보관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출생통보제가 시행됨에 따라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의료기관은 14일 이내에 아이의 정보를 시·읍·면에 통보해야 한다. 이로써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중 ‘유령 아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미혼모 등 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임산부들이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의 0.2%는 병원 밖에서 태어났다. 출생통보제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작지 않은 것이다.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가 보호출산제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를 악용해 출산 후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들린다.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과 미혼모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전지민 생글기자(대전관저고 1학년)

  • 생글기자

    코로나·백일해 등 동시 유행…방역에 만전 기할 때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가 한 달 사이 여섯 배 가까이 늘어났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도 4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와 해외발 감염 위험도 높다.백일해, 수족구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여러 질병이 동시에 유행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발작성 기침이 주요 증상인 백일해는 지난 6월부터 전국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감염자의 90% 이상이 7~19세 청소년층이어서 2학기 개학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입과 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수족구병은 6세 이하 영유아 환자가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발생했다. 기침과 고열을 일으키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도 입원 환자 수가 급증했다.폭염으로 인한 냉방기기 사용 증가와 여름 휴가철에 지역 간 이동이 증가한 것이 전염병 유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다발적 전염병 유행에 정부는 호흡기감염병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과 영유아의 경우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족구병은 예방접종이 별도로 없는 만큼 어린아이와 신체 접촉을 한 뒤에는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는 등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손을 자주 씻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공민지 생글기자(경주여자정보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