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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천동설을 무너뜨린 밝은 별, 금성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8)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요즘 새벽 동쪽 하늘에서 아주 밝은 별 하나를 볼 수 있다. 금성이다.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은 태양에 가까워 달을 빼면 가장 밝게 보이는 천체다. 한창 밝을 때의 금성은 1등급 별보다 100배 가까이 밝아 별(행성)이 아닌 UFO나 비행기, 인공위성으로 착각하기도 한다.하늘에 금성이 떠 있다면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별보다 월등히 밝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성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성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궤도를 도는 내행성(안쪽 행성)인데, 내행성은 지구에서 봤을 때 항상 태양 근처에서만 관측된다. 따라서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이나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잠깐 동안만 볼 수 있다.금성을 맨눈으로 보면 밝은 별처럼 보이지만 천체 망원경으로 보면 달과 비슷한 모양으로 보인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태양빛을 반사해 매일 매일 모양이 달라진다. 금성도 달처럼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지구에서 보이는 모양(위상)이 바뀐다.금성은 보름달에 가까운 둥근 모양에서 점점 상현달(오른쪽이 둥근 반달),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다가 다시 그믐달, 하현달(왼쪽이 둥근 반달) 모양으로 변한다. 보름달에서 하현달, 그믐달, 초승달, 상현달 순서로 변하는 달과 반대다.금성은 모양뿐만 아니라 크기도 변한다. 사실 모든 태양계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돌고 있어 지구와의 거리가 수시로 달라진다. 그 결과 보이는 크기(겉보기 크기)도 달라진다.태양, 금성,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다. 이때 지구와 금성의 거리는 대략 3800만~4000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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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핵 추진 로켓 만들면 유인 화성탐사 가능해진다

    지난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됐다.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가 목표 고도인 700㎞에 도달하고, 위성 모사체 분리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크게 감동했다. 대한민국 고유 기술만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올해는 누리호 2차 발사와 달궤도선 발사라는 대규모 이벤트가 연달아 예정돼 있다.또 2030년 달착륙선을 쏘아올리고자 누리호 엔진의 성능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우주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보니 한발 나아가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누리호를 타고 화성에 갈 수 있을까? 화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떤 엔진이 필요할까?화성은 달과 함께 인류의 주된 관심사였다. 지구와 화성 간 거리는 태양계 공전 궤도에서 계속해서 변하는데, 가장 가까울 때는 5460만㎞고 가장 멀 때는 4억100만㎞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실제 우주 임무엔 사용할 수 없는, 지구와 화성 간 직선거리를 계산한 것이다. 화성으로 가는 우주 지도우주선의 궤도는 일직선이 아니다. 지구든 태양이든 무언가의 중력에 의해 타원형 궤도를 그린다. 게다가 지구와 화성은 계속 움직인다. 우주탐사 로켓의 주요 목표는 지구 궤도에서 목표 천체의 궤도로 이전할 수 있는 최종 속도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로켓 추진 시스템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비추력(specific impulse)을 알아야 한다.비추력은 쉽게 말해 로켓 엔진의 연료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연료 1㎏이 1초 동안 연소할 때 얼마나 큰 추력을 만드는지다. 추력이란 비행물체를 날아가게 하는 힘이다. 로켓은 고속의 연료를 분사하는 반작용을 이용해 추력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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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곡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7)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 하와이에는 마우나로아 관측소라는 곳이 있다. 이 관측소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곳이다. 이 곳에서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연도별로 기록한 그래프를 ‘킬링 곡선(Keeling Curve)’이라고 한다. 관측을 시작한 연구자인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불리고 있다.첫 관측은 1958년 3월이었다. 그 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15㏙이었다. ㏙은 공기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00만분의 1을 뜻한다. 이 그래프는 꾸준히 상승해 올해 2월 419㏙까지 올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과학 교과서에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라고 나왔었는데 이제는 0.04%로 수정돼야 하겠다. 201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400㏙을 돌파했으니까.그래프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5년간(2017년 1월~2022년 2월)의 그래프를 확대해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5월에 가장 높고, 9월에 가장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식물의 광합성에 따른 결과다.북반구 온대 지역의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히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봄~여름, 즉 5~9월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었다가 가을~겨울, 즉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광합성이 약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증가하는 것이다. 계절에 따른 변화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킬링 곡선은 단순히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지구 평균 기온과 깊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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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닿으면 빨간줄…진단키트에 금 나노입자 쓰죠

    코로나바이러스 항원 검사에 사용되는 자가진단키트는 양성이면 붉은색 선이 두 줄로 나타나고, 음성이면 붉은색 선이 한 줄로 나타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항균·항바이러스 마스크는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두께의 구리가 섬유에 코팅돼 있어 바이러스나 유해 미생물을 사멸시킴으로써 개인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올림픽 메달이 연상되는 금, 은, 동(구리)은 주기율표에서 11족에 속한 원소들로, 귀금속으로 분류된다. 귀금속에 속한 원자들은 전자배열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공기나 물 등 분자에 의한 반응성이 거의 없고, 화려한 빛을 내 기원전부터 동전과 장신구 등에 활용됐다. 물리적으로는 자유로운 최외각 전자(자유 전자)를 가지고 있고, 이 전자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다른 금속에 비해 높은 전기 전도도와 열 전도도의 특성을 갖게 해준다. 금속에 존재하는 자유 전자들은 반짝이는 원인이 되며, 금속 표면에 흡착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도 있다. 반짝임으로 바이러스 검출하는 금 나노입자40㎚ 크기의 구형(球形) 금 나노입자는 가시광 영역(파장: 400~750㎚)의 빛 중 빨간색 영역(파장: 620~750㎚)에 해당하는 빛에 의해 표면의 자유 전자가 집단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집단적인 공진으로 빨간색 빛만 흡수하고 산란시키는 현상을 이용해 로마 시대에는 리쿠르고스 잔과 같이 화려한 양색성 유리잔을 만들어 사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키트)는 이런 귀금속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항원은 우리 몸속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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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흉내낸 과학 기술, '자연 모사'의 세계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6)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자연 선택과 먹이 사슬이라는 생존 경쟁 속에서 적응과 진화를 거치며 각자 환경에 맞는 특수한 기능을 발달시켰다. 인간이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생물체의 독특한 기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많다. 이런 것을 ‘자연 모사 기술’이라고 한다.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하늘을 나는 새를 관찰해 공기 역학의 원리를 터득하고 새의 날개를 닮은 비행기를 설계했다. 자연 모사 기술 중에서도 소재와 소자 응용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 몇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첫 번째로 소개할 생물은 암초에 붙어 서식하는 연체동물 홍합이다. 홍합은 미끄러운 바위 표면에도 찰떡같이 잘 달라붙어 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한 접착력을 보여준다. 비결은 홍합에 붙어 있는 족사다. 족사는 콜라겐 섬유에 접착 단백질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과학자들은 홍합의 족사를 연구해 물기가 묻은 표면이나 금속 등 미끄러운 곳에도 쓸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홍합의 족사 구조를 모방한 그물망 형태의 접착제는 피가 철철 흐르는 수술 부위의 상처를 꿰매지 않고 붙일 수 있는 생체 접착과 물에 계속 닿아 있어 일반 접착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배의 유지·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거미는 거미줄에 먹이가 걸렸을 때 생기는 미세한 떨림을 감지해 먹잇감을 찾아간다. 거미는 먹이를 더 잘 감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리 구조를 진화시켜 왔다. 거미 다리를 확대해 보면 미세한 균열 구조가 관찰된다. 이 균열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진동을 민감하게 감지해 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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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염색은 화학반응…이집트선 진흙·식물 이용했죠

    옛날에 어렵게 아이를 가진 부부가 있었다. 이웃에 사는 마녀가 키우는 라푼젤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부탁에 남편은 몰래 라푼젤을 따다가 발각되고, 태어날 아기를 마녀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살아남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아내가 딸을 낳자 마녀는 그 딸을 데려다가 라푼젤이라 이름 짓고 높은 탑에 가둬 기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를 지나던 왕자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 탑을 찾아온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라푼젤》은 1800년대 독일의 그림 형제가 모은 동화집에 수록된 작품으로,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라푼젤과 달리 현실에서는 탈모로 스트레스받는 사람이 많다. 탈모의 원인 중 하나는 호르몬인데,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여성 호르몬은 머리카락의 발육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임신 중에는 머리카락이 잘 자라고 빠지지 않는다. 야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잘 자란다는 속설이 터무니없는 낭설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남성 호르몬은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모유두의 활동을 멈추게 해 탈모를 일으킨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로, 테스토스테론과 반응해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이 생기지 않게 해준다. 요즘엔 나이 든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 남성 중에서도 탈모 치료제를 먹는 사람이 많은데 외모에 머리카락이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화학 반응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으로 펌과 염색이 있다. 머리카락에 웨이브를 주는 펌은 역사가 길어 이미 클레오파트라 시대에 알칼리성 진흙을 머리칼에 바른 뒤 막대기에 감아 붙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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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설비·친환경 소재 사용 지원…'1등급 제로에너지건물' 늘려 나가야죠

    2020년 10월 국가비전으로 2050년 탄소중립이 선언됐다. 2021년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의 검토를 바탕으로 2021년 10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발표했다. 이 중 건물 부문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5210만톤CO2eq에서 2050년까지 620만톤CO2eq로 88.1%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21년 10월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서는 2018년 대비 절감률을 32.8%로 올렸다.건물 부문의 온실가스는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하는 양으로 산정한다. 즉, 건물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의미는 건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인다는 의미다.건물 에너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과 같이 건물 내부에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직접 배출량과 전력, 열에너지(지역난방) 등과 같이 1차 에너지를 전환해 건물에서 사용하는 간접 배출량이다.2021년 한국부동산원의 에너지 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3318만7000TOE(석유환산톤)였다. 용도별로는 공동주택(43.3%) 단독주택(16.3%) 등 주거용 건물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고 그 외는 비주거용에 해당했다. 에너지원별로 보면 전기가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도시가스(41%) 지역난방(7%) 순이었다. 한편 주거용 에너지 사용량은 도시가스(52%)가 가장 많았으며 비주거용의 경우에는 전기(74%)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에너지 어떻게 평가할까건물마다 외피, 면적, 연도 등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건물별 에너지 효율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 및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포함한 에너지 성능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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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난 불이야, 내 이야기를 들어 볼래?

     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5) 내가 인간에게 처음 발견된 것은 번개와 함께 나무에 내려와 신나게 타오를 때였어. 어느 용감한 녀석이 겁도 없이 땅바닥에 있던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나를 태우면서 나의 여행이 시작됐지.인간들은 나를 이용해 고기를 구워 나쁜 세균을 없앴고, 질긴 식물의 잎과 줄기를 씹어먹기 좋게 연하게 만들었어. 덕분에 인간들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고, 남은 에너지를 뇌로 보낼 수 있었지.나는 인간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빛을 줬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줬어. 늑대나 곰처럼 인간을 위협하던 동물들에게 나는 공포의 대상이었지. 나를 손에 들고 무리지어 이동하는 인간들은 야생동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어.18세기 영국에서 토머스 뉴커먼과 제임스 와트는 석탄으로 나를 만들어 물을 끓이고, 거기서 생겨난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이라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냈어. 사람들은 그것을 ‘증기기관’ 이라 불렀지.이제 사람들은 나를 이용해 말이나 소에서 얻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됐어. 그것도 말이나 소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말이야. 그 덕에 사람들은 ‘돛 없이 움직이는 배’와 ‘저절로 움직이는 베틀’을 만들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고 온 세상에 좋은 물건들이 넘쳐나게 됐지. 오랜 세월이 지나 누군가 이 사건을 ‘산업혁명’이라고 불렀어.얼마 지나지 않아 석유와 가스라는 것이 땅 속에서 발견됐어. 이후 나는 증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기를 데워 피스톤을 움직일 수 있게 됐어. 사람들은 이런 기계를 ‘내연기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