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9)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식물이 있습니다. ‘식충 식물’이라고 하는데요.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네펜데스, 사라세니아, 벌레잡이제비꽃 등 지금까지 알려진 식충 식물만 750여 가지예요. 우리나라에도 끈끈이주걱, 통발 등 14종이 살고 있어요.

식충 식물은 왜 곤충 사냥꾼이 됐을까요? 이들은 대부분 황무지, 습지, 고산 지대처럼 거친 환경에서 살아요.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어려운 곳이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식충 식물이 선택한 생존 전략이 바로 곤충 사냥입니다. 식충 식물은 곤충을 유인하고 사냥하기 위해 저마다 특이한 형태의 포충엽(벌레를 잡아 소화하는 잎)을 발달시켰으며, 다양한 사냥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끈끈이주걱. 필자 촬영
끈끈이주걱. 필자 촬영
파리지옥의 잎은 마치 두 손바닥을 모아서 벌리고 있는 것처럼 생겼어요. 향기를 풍겨서 곤충을 유혹하죠. 잎 양쪽에 각각 3개씩 아주 예민한 감각모가 있어요. 곤충이 날아와 이 감각모를 건드리면 파리지옥의 잎이 빠르게 닫히면서 곤충을 가둬요. 이후 소화 효소가 나와 1~2주에 걸쳐 천천히 곤충을 소화시킵니다.

끈끈이주걱의 잎은 짧고 가느다란 붉은색 털로 덮여 있어요. 이 털에서는 끈적끈적한 액체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와요. 향기를 맡고 날아온 곤충은 끈끈이주걱의 끈적끈적한 액체에 닿는 순간 날개와 다리가 달라붙어 옴짝달싹 못합니다. 그러면 끈끈이주걱은 소화 효소를 분비해 곤충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죠.
네펜데스. 필자 촬영
네펜데스. 필자 촬영
네펜데스라는 식물은 포충낭(곤충을 잡는 주머니)이라고 하는 기다란 주머니를 갖고 있어요. 이 주머니 입구에는 곤충이 좋아하는 꿀과 영양분이 잔뜩 묻어 있어요. 곤충이 꿀을 먹으러 왔다가 미끄러지면 주머니 안에 빠져 버려요. 곤충이 주머니 안에서 허우적대면 네펜데스는 진동을 느끼고 소화액을 분비해 곤충의 영양분을 빨아들입니다.

그밖에 곤충이 주머니의 감각모를 건드리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통발, 아름다운 색상과 달콤한 꿀향기로 벌레를 유혹해 잡아먹는 사라세니아 등 식충 식물의 사냥 기술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보통의 식물은 필요한 미네랄을 토양에서 얻고 광합성을 합니다. 식충 식물에게는 그런 안락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죠. 한 자리에 머물러 이동조차 할 수 없는 식물이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게 참 놀라워요. 식충 식물의 사냥 기술은 영양분을 얻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생존 전략이에요. 생물의 세계는 정말 신비롭죠?
이현미 서울신우초 교사
이현미 서울신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