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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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30) '유통업계의 꽃' 머천다이저
국내에서 홈쇼핑이 처음 TV 전파를 탄 것은 1995년의 일이다. 당시 2개의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한 홈쇼핑은 첫 판매 상품으로 만능 리모컨과 뻐꾸기시계를 선보였다. 하지만 판매된 물량은 두 상품을 합쳐도 채 20개가 넘지 않았다. 대부분 구입자도 시청자가 아닌 홈쇼핑 회사의 직원들이 구입한 것이었다.상품을 직접 보거나 만져보지 않고 전화로 사는 것이 당시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개국 첫 해인 1995년 홈쇼핑 회사들의 매출은 34억원에 불과했다.그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홈쇼핑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우리 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2개에 불과했던 홈쇼핑 채널은 6개로 늘었고, 시장 규모는 연간 이용자 1000만명, 매출 14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져 식품과 의류 등 생필품에서부터 고가의 귀금속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팔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에는 여행과 보험 상품까지 홈쇼핑에서 취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 홈쇼핑은 눈부신 성장을 발판 삼아 해외로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04년 CJ의 중국 진출을 기점으로 GS, 현대, 롯데 등 4개 홈쇼핑 회사가 총 10개국에서 또 다른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유통의 모든 단계업무 수행홈쇼핑의 이런 눈부신 성장은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통업계의 꽃’이라는 불리는 MD, 즉 머천다이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머천다이저(merchandiser)란 상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유통업계에서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분석,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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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9) '문화재 지킴이' 문화재 수리기술자 -공공재에 대한 이해
몇해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유실되는 비통한 사건이 있었다. 임진왜란을 비롯하여 여러 전쟁 통에도 특별한 사고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숭례문이었기에 한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유실되어 더욱 그 충격이 컸다. 1396년 축조된 숭례문은 서울도성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서울에서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으며 고려시대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재였다. 그러한 역사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국보 1호에 오른 건물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숭례문을 누구나 쉽게 쳐다보며 누릴 수 있었다. 그것은 숭례문이 남대문로 대로변에 있었기에 시민 모두 그 위용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성격의 재화를 공공재라 한다.비경합성·비배제성 재화많은 사람들이 공공재라고 하면 정부에서 생산한 물건 등을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공공재는 단순히 정부나 공공단체가 공급하는 물건들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 주체와 상관없이 단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하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따라서 공공재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비용을 부담한 사람 이외에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가로등, 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공공재를 이렇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흔히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 부른다. 먼저 비경합성이란 공동소비가 가능한 것으로, 한 사람이 소비를 늘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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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8) 직업탐색 비용 줄여주는 '전직지원전문가'
최근 정부는 새로운 직업 40여개를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지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 보겠다는 기대에서다. 정부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신직업 발굴과 육성은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하지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기에 나중에 따져볼 문제다. 다만 산림치유지도사, 그린장례지도사 등 발표된 직업의 대부분이 이름부터 낯선 생경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될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고 발표된 모든 직업이 다 생경한 것은 아니다. 어떤 직업은 이름만 들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전직지원전문가’가 대표적이다.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직지원전문가’는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에게 그들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 또는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알선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비슷한 직종의 새로운 직장으로 일자리를 옮기거나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구직활동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직지원전문가를 새로운 직업의 하나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사라진 ‘평생직장’ 개념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연한 말이었던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또한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직과 전직은 과거와는 달리 이미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버려 어느 때보다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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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7) 고용률 70% 달성의 첨병 '방과후지도사'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여성들이 낮은 경제활동참여율을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한 북유럽 국가의 여성들에게도 이는 별로 놀랍지 않은 현상이다. 우리나라도예외가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 비율이 50~60%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도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UN의 조사에 의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 차별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약 420~47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개발도상국으로 치면 한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공약을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여성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률은 줄곧 60% 수준에 머물렀지만 여성의 고용률은 50%를 밑돌아 고용률 목표 달성의 열쇠가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는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졸 여성의 고용률 수치만을 따로 살펴보면 아예 L자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고학력일수록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떠나게 되면 다시 직업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다.하지만 최근 육아에 전념하던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다시 직업현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결혼 전에 다니던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며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대표적 직업이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선정한 여성 유망 직종 중 하나인 ‘방과후지도사’다.정규교육 보완하는 전문지도사방과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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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6) 공무원 채용때 경제학 시험보는 이유는
우리나라는그야말로 공무원 열풍이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공무원이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순위 역시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도 역시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1위는 공무원이다. 그야말로 대세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공무원은 그 경쟁률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2,738명 채용에 20만 4,698명이 지원해 74.8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20만 명 이상이 응시한 것은 사상 최대 수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공무원이 되는 방법은의외로 간단하다. 공무원임용시험을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이, 학력, 성별 등 그 어떠한 제한 요건도 없다. 말 그대로 시험만 붙으면 된다. 물론 민간경력채용 전형이 있어 민간 부분에서 활동해 온 경력을 갖고 공무원이 되는 경로가 있긴 하다. 이는 공채를 통해 충원하기 어려운 특수 분야에 국한한 경우가 많다. 거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공채 필기시험전형을 통해 합격한 사람들이다. 행정직·기술직 나눠서 선발 현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시험은 크게 9급, 7급, 5급 행정고시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5급은행정직과 기술직, 그리고 외교관 후보자 시험으로 크게 구분된다. 행정직은 다시 행정직(일반행정·법무행정·재경·국제통상·교육행정), 사회복지직, 교정직, 보호직, 검찰직, 출입국관리직으로 구분된다. 기술직은 공업직(일반기계·전기·화공)·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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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5) '비교우위' 따른 축구 감독의 선수 선발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월드컵이 코앞이라 축구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 편성부터 맞붙을 상대팀까지, 과거에도 월드컵을 앞두고는 온통 축구 얘기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이슈는 논점이 과거와 조금 다르다. 선수 선발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밝힌 선수 선발의 원칙은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그동안 잘 지켜졌고, 덕분에 홍 감독은 ‘소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박주영 선수를 선발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부상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대표팀의 주전으로 급부상했던 김신욱 선수는 졸지에 후보로 전락했다. 소속팀에서 매 경기 주전으로 나섰고, 골 감각도 물이 올라 최근 1년간 뛴 리그 44경기에서 24골을 기록한 선수가 벤치만 달구던 선수에게 밀려난 셈이다. 이때부터 언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쟁이 일기 시작했고, ‘소신의 아이콘’이었던 홍 감독은 일순간 ‘타협의 대명사’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다면 홍명보 감독이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면서까지 박주영 선수를 선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팀 전력 극대화가 우선 홍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를 ‘4-2-3-1’ 형태로 배치하는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수비에 4명이 서고, 그 위로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각 2명과 3명 배치하는 형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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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4) 위험관리 전문가 '보험계리사'
보험업의 발달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카페였다. 항구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의 카페에는 선박의 출발과 도착 정보, 배당률 등의 정보를 칠판에 적어 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이드의 사위들은 해상 보험 소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 ‘로이드 리스트’를 발행했다. 이 자료는 정보의 교환이 어려웠던 당시에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항구에서도 유포됐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로이드의 인기는 100년 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던 중 1771년에는 로이드 카페를 본거지로 삼아 활동하던 보험업자들이 돈을 합쳐 로이드클럽을 만들었다. 현존하는 보험사 중 가장 오래된 로이드손해보험사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렇게 발달하기 시작한 해상보험은 보험업 전체의 발전을 이끌었다. 한편, 18세기에는 해상보험과 함께 보험을 하나의 산업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상품이 등장했는데 바로 생명보험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인간 수명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예상되는 손익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잘못된 판단으로 높은 보험료를 약속했다가 자칫하면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해결해 준 것은 ‘확률론’이다. 수리학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확률론은 연령에 따른 사망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어 비로소 적절한 보험료의 산정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스크 평가·측정·통계화 오늘날 보험의 내용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보험설계의 바탕이 되는 확률론이 점차 정교해졌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보험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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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3) 신종직업 '이혼상담사'로 살펴 본 수요증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늘 새로운 직업이 대두되고 다른 한편으로 기존 직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이었던 인력거꾼, 신문팔이, 버스 안내원, 뱃사공 등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 됐다. 대신 커플매니저, 음악치료사, 프로게이머 등은 새로 등장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직업 사전에 소개된 직업만도 1만개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어떠한 직업이 소멸되는가? 물론 이에 대해 하나의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기술 발달로 인해 소멸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하여 소멸된 직업도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적 규율로 인해 사라진 직업들도 있다. 이처럼 직업 소멸의 이유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이 생성되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수요의 증가’가 대부분인 듯하다. 원래 경제주체가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인 수요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하나의 심리상태다. 그러나 수요는 재화에 지급하고자 하는 가격까지 포함된 아주 구체적인 의사라는 점에서 재화에 대한 단순한 ‘욕구’나 ‘필요’와는 구별된다. 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직업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대신 해주었음 하는 욕구 수준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금전적 지급까지 이어질 정도의 명확한 사회적 수요 증가가 유발돼야 한다. 정부 44개 신종 직업 발표 직업의 태동이 무엇보다 해당 직업이 사회적 수요 증가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직업의 정의에서도 드러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