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 독자 여러분을 위한 논술 제시문 분석 특집의 두 번째 시간이다. 이번에는 2027학년도 입시논술을 대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문학 제시문의 최근 3개년간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프란츠 카프카 뮤지엄
문학 제재는 주제에 따라 다른 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변신」과 「인형의 집」이 대칭적으로 출제되면 어떨까? 카프카의 「변신」에서 가족은 그레고르를 집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그러나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스스로 집을 떠나려 한다. 한 사람은 가족에게 배제되고, 다른 사람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려 한다. 만일 두 작품을 모두 ‘가족과 개인의 갈등’으로 요약하면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문학 제시문의 특성을 분석하려면 공통 주제와 함께 인물의 처지와 요구를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제는 어떤 식으로 맞춰질까? 3개년간의 28개 대학 출제 제재를 분석하여 크게 여섯 개의 주제로 묶어 보았다. 집과 땅, 언어를 다룬 작품 첫째, 집과 땅을 다룬 작품에서는 개인과 가족의 관계, 재산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나타난다. 「변신」은 동국대의 2026학년도 모의논술과 서울여대의 2027학년도 모의논술에서, 「인형의 집」은 서울여대와 중앙대의 2027학년도 모의논술에서 확인된다. 각각 두 대학의 제시문에 수록됐지만 인물의 처지는 다르다.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경제력을 잃은 뒤 가족에게 부담으로 여겨진다. 서울여대 제시문의 여동생은 “저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라고 말한다. 가족으로 인정받는 데 경제적 능력과 외형이 조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반면 노라는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남편에게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같은 서울여대 제시문에서 그는 자신과 남편 모두 상대에 대한 의무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이별을 요구한다. 그레고르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에게 배제되지 않을 권리이고, 노라에게 필요한 것은 혼인 관계를 끝낼 자유다. 두 작품의 가족관계를 애정의 유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가족의 구성원을 보호할 의무와 구성원의 독립적인 선택을 존중할 의무를 함께 검토하게 하는 사례이다.
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게 나타난다. 2027학년도 광운대 모의논술의 이태준 「돌다리」에서 아들은 농토를 팔아 병원을 확장하려 한다. 아버지는 그 땅에서 일했던 조상과 자신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들은 매각 대금과 병원 확장의 수익을 계산하고, 아버지는 조상과의 관계와 기억을 다른 농토로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를 물질과 정신의 대립으로만 설명하면 병원 확장이라는 현실적 목적과 농토를 가꾸어 온 노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 동일한 재산을 경제적 수익과 가족의 경험이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둘째, 언어를 다룬 작품에서는 권력의 통제, 개인의 표현, 집단의 의사소통을 구분할 수 있다. 세종대의 2025학년도 모의논술에는 조지 오웰의 「1984」, 덕성여대의 같은 학년도 모의논술에는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한양대의 2026학년도 본고사에는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이 수록됐다. 세 작품은 각각 권력이 어휘를 줄이는 상황, 개인이 사물의 명칭을 바꾸는 상황, 한 사람의 공개 발언 이후 다른 사람들도 사실을 말하게 되는 상황을 다룬다.
「1984」에서 신어를 만드는 목적은 사람들이 기존 질서에 반대하는 생각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표현할 낱말을 없애면 생각 자체도 제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책상은 책상이다」에서는 개인이 사물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꾸어도 의사소통이 원활해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남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강제적인 어휘 제한은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지만, 공통된 언어 규칙을 사용하지 않는 일도 개인의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사람들은 임금이 벌거벗었음을 보면서도 어리석다고 평가받을까 두려워 거짓말을 한다. 아이가 공개적으로 사실을 말한 뒤에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사실을 말한다.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것은 구분된다. 세 작품을 비교하면 생각을 표현할 어휘의 존재, 의미에 관한 사회적 약속,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서로 다른 문제가 확인된다. 언어의 역할을 정보 전달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인간 아닌 생명, 역사와 기억을 다룬 작품 셋째, 인간 이외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도 여러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규보의 「슬견설」은 광운대와 이화여대 두 대학에서, 김원일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고려대, 단국대, 중앙대 세 대학에서 확인된다. 두 작품을 모두 생명 존중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판단의 대상과 쟁점은 다르다. 「슬견설」은 개의 죽음에는 슬퍼하면서 이의 죽음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비판한다. 광운대 제시문의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은 생물의 크기에 따라 고통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는 말이다.
「도요새에 관한 명상」에서는 생명 보호와 생업의 유지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 고려대 제시문에서 병국은 새를 잡아 박제하는 일을 막으려 하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박제사는 그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생명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해도 보호 방법과 생업을 제한할 근거는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이 갈등을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립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와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위가 일치하는지도 별도의 문제다.
돌봄의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는 작품도 있다. 2025학년도 광운대 본고사의 이상권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에서 어머니는 다람쥐를 정성껏 보살핀다. 그러나 스스로 먹이를 구할 필요가 없어진 다람쥐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잃고 죽는다. 어머니는 다람쥐를 도우려 했지만 독립적인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세 작품은 배려의 대상, 생명 보호와 생업의 조정, 도움의 결과라는 서로 다른 쟁점을 다룬다.
넷째, 역사와 기억을 다룬 작품에서는 사건뿐 아니라 사건을 서술하고 평가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2026학년도 한양대 모의논술에는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이 함께 수록됐다. 두 제시문은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 일을 다루면서 그의 심리를 다르게 서술한다. 「단종애사」에서는 오랫동안 바라던 옥새를 받은 인물의 권력욕이 강조된다. 「대수양」에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조카의 뜻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이 강조된다. 동일한 역사적 인물을 다루더라도 서술된 동기와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독자의 인물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왕위 획득이라는 사건과 그 행위를 정당화하는 설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작품에서는 사건에 대한 서술자의 관점과 인물의 자기 평가도 분석 대상이 된다. 이 사례는 과거에 대한 지식과 과거를 해석하는 관점이 서로 다른 분석 대상임을 보여준다.
2026학년도 단국대 오전 본고사의 최은영 「씬짜오, 씬짜오」에서는 이웃 간의 식사 중에 전쟁에 대한 기억의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인 아이가 자기 나라를 피해의 역사로만 설명하자 베트남인 가족은 자신들이 겪은 폭력을 이야기한다. 한국인 아버지 역시 전쟁에서 형을 잃었지만 상대 가족이 겪은 고통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타인의 피해를 이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역사에 대한 집단의 설명과 개인의 경험이 이웃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다. 詩, 가상의 상황을 다룬 작품 다섯째, 시에서도 여러 대학의 반복 출제가 확인된다. 황인숙의 「모진 소리」, 나희덕의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김기택의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문태준의 「평상이 있는 국숫집」은 각각 두 대학에서 확인된다. 네 작품은 모두 타인이나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다루지만 표현 방식은 다르다. 자신의 말에 대한 반성, 타인에 대한 선입견의 수정, 작은 소리에 대한 주의, 짧은 말로 표현하는 공감이 각각 주요 내용이다.
「모진 소리」에서는 자신의 말로 타인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신체의 통증에 비유한다.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에서는 꽃의 여러 색깔을 통해 타인의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전자는 자신이 타인에게 해를 주었을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고, 후자는 타인을 단순하게 판단했던 태도의 수정이다. 두 작품을 공감이라는 주제로 분류할 수 있지만, 반성의 계기와 대상은 다르다. 시의 표현 방식을 분석하면 같은 주제에 포함되는 작품들의 구체적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에서는 텔레비전을 끈 뒤에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화자는 자신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지에 따라 다른 존재의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음을 성찰한다.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서는 사람들이 짧은 탄식으로 상대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현한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함께 앉은 사람들이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장면이다. 두 작품에서는 타인에 관한 정보를 아는 것과 타인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
여섯째, 가상의 상황을 통해 현실의 제도와 가치관을 검토하는 작품도 확인된다. 2026학년도 숙명여대 수시 인문1에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과 리카이푸, 천치우판의 「AI 2041」이 서로 다른 문항에 수록됐다. 전자는 쓰레기가 계속 쌓이는 가상 도시를, 후자는 기술로 인간의 행복을 실현하려는 섬을 배경으로 한다. 특정한 사회적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허구적으로 서술한 사례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레오니아에서는 새로운 물건의 구입과 기존 물건의 폐기가 반복된다. 주민들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지 않지만, 도시 밖의 쓰레기 더미는 계속 커진다. 가정에서 쓰레기를 치워도 쓰레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소비에 따른 폐기물 처리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설정은 소비와 폐기를 함께 분석할 필요성을 설명한다. 다만 허구적 사례를 실제 폐기물의 규모나 증가율을 입증하는 통계로 사용할 수는 없다.
「AI 2041」에서는 표정과 심박수, 호르몬 수치 같은 지표로 행복을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은 행복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 측정 가능한 신체 반응과 당사자가 평가하는 행복이 같은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이 제시문에서는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기술이 실현하려는 목표를 누가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중요하다. 두 작품은 소비와 행복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그 기준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검토하게 한다.
분석한 작품들은 동일한 주제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와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가족관계에서는 보호와 독립을, 언어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공통 규칙을, 생명 문제에서는 배려의 대상과 도움의 결과를 구분할 수 있다. 역사소설의 서술 관점, 시의 감각적 표현, 가상 사회에 적용된 규칙도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학 제시문의 출제 특성은 작품의 빈도와 이러한 차이를 함께 살필 때 더 유의미하게 이해할 수 있다.*필자 주) 이번에 비교한 18개 작품은 전체 21개 대학 자료에서 논점을 비교하기 위해 선정했다. 분석 기간은 2025~2027학년도이며, 2027학년도는 모의논술만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