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부터 AI까지...'논술 제시문' 최종 정리!!!
202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연세대 정문을 나서고 있다. 한경DB


최근 대입논술에는 고전 소설과 인공지능을 다룬 글이 함께 제시문으로 출제된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시장과 분배의 문제를 다루는 제시문으로 쓰이고, 로봇을 다룬 글은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묻는 문항에 쓰인다. 소재는 서로 다르지만, 여러 대학의 제시문을 함께 정리하면 반복 출제된 작가와 작품, 대학들이 공통으로 다룬 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출제 자료의 통계는 대학이 어떤 글과 주제를 제시문으로 선택하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분석 대상과 집계 기준이번 분석은 확보한 21개 대학의 2025~2027학년도 인문계열 논술 자료를 대상으로 했다. 대학, 학년도, 시험 유형의 조합을 하나의 시험으로 세면 모두 154개이며, 본고사 81개와 모의논술 73개로 나뉜다. 공식 배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별도 자료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세 학년도에 걸친 분석이지만 2027학년도는 모의논술만 포함하며, 모든 대학의 모든 시험을 빠짐없이 담은 전수조사는 아니다.

<표 1> 분석 대상 시험 수
학년도 본고사 모의논술 합계
2025 41 25 66
2026 40 24 64
2027 — 24 24
합계 81 73 154
아직 시험을 시작하지 않은 2027학년도 본고사는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학교별 자료 확보 범위가 다르므로 연도 간 단순 증감을 출제 추세로 해석할 수 없다. 또한 빈출을 판단할 때는 출제 횟수와 출제 대학 수를 구분해야 한다. 한 대학이 계열별 시험에 같은 글을 공동으로 수록할 수 있고, 한 작품에서 여러 대목을 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이런 차이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당 작가나 작품이 확인된 대학 수를 주요 지표로 삼았다. 한 대학에서 여러 번 등장해도 대학 수는 하나로 계산했다. 특정 대학 안에서의 반복보다 여러 대학에 공통된 출제 경향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다. 여러 대학에 반복 출제된 작가이 기준으로 확인한 주요 작가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표 2> 반복이 확인된 주요 작가와 저작
작가, 저작 출제 수 집계 범위
조세희의 작품 8 원작 직접 수록 7개 대학 + 재구성 수록 1개 대학
박지원의 작품 6 사상 소개 글 제외, 작품 자체 수록 기준
한강의 글 5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빛과 실」 포함
정약용의 글 4 글의 수록 기준, 사상 소개는 별도로 더하지 않음
마키아벨리 『군주론』 4 같은 저작 기준(동일 번역, 발췌라는 뜻은 아님)
박지원 「허생전」 3 3개 대학의 5개 시험에서 확인
위 표는 전체 작가, 작품의 빈도 순위가 아니라, 반복이 확인된 사례의 분포다. 같은 대학에서 여러 번 확인돼도 대학 수는 1로 계산했다.

표에서 보듯 서로 다른 시대의 작가가 여러 대학에 반복 출제되었다. 다만 이 표를 해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작가가 같다는 것과 같은 작품이 반복 출제되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실이다. 조세희가 대표적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표제뿐 아니라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와 「뫼비우스의 띠」를 바탕으로 한 재구성 글도 확인된다. 원작을 직접 수록한 대학은 7곳이고, 출제진이 원작을 재구성한 가톨릭대까지 더하면 8곳이다. 따라서 '같은 소설이 8개 대학에 그대로 출제‘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공통으로 다루는 주제는 산업화 시기 사람들의 삶이다. 작품은 노동의 대가와 생계, 개발과 주거, 사회적 격차를 인물이 겪는 구체적인 사건과 생활 조건으로 서술한다. 여러 대학이 조세희의 서로 다른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은, 빈곤과 불평등을 다룰 때 설명문이나 통계 자료 외에 문학 작품도 제시문으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문학 제시문은 사회구조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쓰인다. 박지원: 작품마다 다른 주제박지원의 작품이 확인된 대학은 광운대, 세종대, 단국대, 중앙대, 이화여대, 고려대다. 출제된 작품도 「허생전」에 한정되지 않아, 「예덕선생전」, 「일야구도하기」, 「상기」가 함께 확인된다. 그중 「허생전」은 세종대의 2025학년도 본고사와 2026학년도 모의논술, 단국대의 2025학년도 오후 본고사와 2027학년도 모의논술, 중앙대의 2026학년도 인문사회 모의논술에서 확인된다. 세 대학의 다섯 시험에서 같은 작품이 출제되었다.

2025학년도 세종대 제시문에서 허생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사재기 방법은 인민을 해치는 길이 될 것이니, 후세의 당국자들이 만약 내가 써먹었던 이런 사재기를 한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하고 말 것이오.”

이 대목은 개인이 이익을 얻는 경제활동과 사회에 이로운 경제활동을 구분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공동체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허생전」은 시장의 작동과 경제활동의 공공성을 다루는 제시문으로 활용된다.

박지원의 다른 작품들은 다른 주제를 다룬다. 「예덕선생전」은 직업과 신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루고, 「일야구도하기」와 「상기」는 감각과 인식, 판단의 한계를 다룬다. 박지원의 반복 출제를 '실학'이라는 하나의 범주로만 설명하면 작품별 주제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박지원의 글은 경제, 윤리, 인식의 문제에 걸쳐 출제되었다. 빈출 작가를 분석할 때는 작가명과 함께 작품별 주제를 확인해야 한다. 한강과 『군주론』: 작가 통계와 작품 통계의 구분한강의 글이 수록된 다섯 대학에서도 작품의 차이가 확인된다. 서울여대, 단국대, 동국대에서는 「채식주의자」, 건국대에서는 「내 여자의 열매」, 경희대에서는 「빛과 실」이 출제되었다. 따라서 한강의 글이 다섯 대학에 출제되었다는 통계를 특정 소설 한 편의 출제 빈도로 볼 수 없다. 「빛과 실」까지 모두 소설의 빈도로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문학 작품과 작가의 사유를 담은 글이 함께 제시문으로 채택되었다는 점까지 확인해야 작가별 통계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서양 사상서에서도 여러 대학에 반복 출제된 사례가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고려대의 2025학년도 모의논술, 동국대의 2025학년도 본고사,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2026학년도 본고사에 수록되었다. 네 대학에서 같은 저작이 확인된 사례다. 다만 같은 책이라 해서 같은 문장과 분량을 수록했다는 뜻은 아니다. 번역과 발췌 범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저작의 반복과 제시문 원문의 일치는 따로 집계해야 한다.

2026학년도 연세대 지문에는 다음 문장이 나온다. “백성이 군주를 사랑하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군주에게는 훨씬 더 안전합니다.”

이 주장은 권력 유지의 방법과 함께,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기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다룬다. 호의와 신뢰가 행동을 이끄는지, 이익과 처벌이 더 강한 동기가 되는지에 관한 인간관이 이 정치론의 전제다. 이 글이 반복 출제되었다고 해서 대학이 이 주장을 옳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인간과 사회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관점 가운데 하나로 여러 대학이 이 글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제시문주제별로 보면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제시문이 많이 출제되었다.

<표 3> 인공지능, 로봇 관련 제시문 분포
지표 결과
관련 제시문이 확인된 대학 16개
전체 분석 대학 대비 비율 76.2% (16/21)
확인된 시험 수 27개
'인공지능', '인공 지능', 'AI', '로봇', '기계 학습', '딥 러닝', 'ChatGPT', '챗지피티' 중 하나가 명시된 논제를 기준으로 했으며, 관련 그래프 등도 포함한다. 공통 제시문이 계열별 시험에 실린 경우 시험 수에는 각각 반영하고 대학 수에는 중복 반영하지 않았다. 제시문 원문 전체에 대한 의미 분류나 모든 기술 주제의 전수 집계는 아니다.

76.2%는 전체 제시문 가운데 인공지능을 다룬 글의 비율이 아니라, 관련 자료가 한 번 이상 확인된 대학의 비율이다. 기술 관련 소재가 일부 대학에서만 출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광운대에서는 로봇의 권리와 인간의 관계, 가톨릭대에서는 인공지능과 허위정보, 숭실대에서는 예술과 생산성, 성신여대에서는 교육과 편향에 관한 자료가 확인된다. 인공지능이라는 같은 소재로 권리, 신뢰, 창작, 노동, 교육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제시문에서 기술은 전문 지식의 영역인 동시에, 기존 사회제도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검토하게 하는 소재로 쓰인다.

2026학년도 광운대 수시 인문2 제시문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인간과 닮은 로봇의 등장은 로봇 공학과 뗄 수 없는 분야가 인간학이라는 것을 뜻하고, 나아가 로봇에게 인간적 위상과 인권을 '얼마만큼 인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면, 인간에게만 인정해 온 지위의 근거도 검토 대상이 된다. 이 제시문은 기술을 설명하면서 철학, 윤리, 법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인문사회 제시문이다. 다만 이 사례들로 '인공지능 출제가 해마다 급증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올해 자료는 모의논술만 포함하고, 학년도마다 확보한 대학과 시험의 수도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분석 기간 동안 여러 대학이 관련 제시문을 출제했다는 사실이다. 출제 대학의 범위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연도별 증가는 구분해서 설명해야 한다.

기술 관련 제시문이 출제된다고 해서 기존 주제가 출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가치, 타인과의 공존, 자유와 책임 같은 문제는 소설과 고전 사상서에서도, 인공지능을 다룬 글에서도 다뤄진다. 주제별로 제시문을 분류할 때 하나의 글이 여러 항목에 해당하는 이유다. 로봇의 권리를 다룬 글은 기술에 관한 글이면서 권리에 관한 글이고, 자동화와 일자리를 설명하는 자료는 노동과 분배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 제시문의 주제를 분석하려면 소재와 그 소재로 제기하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문학 제시문의 역할도 이와 관련된다. 2026학년도 고려대 수시 인문2에 수록된 복효근의 「버팀목에 대하여」에는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썩어 없어진 버팀목이 나무를 지탱한다는 내용으로, 드러나지 않는 관계와 도움을 표현한다. 이 한 편을 빈출 통계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문학 제시문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적절하다. 이 시는 관계와 의존이라는 추상적 문제를 나무와 버팀목이라는 구체적 대상으로 표현한다.

빈출 통계를 해석할 때는 수치의 크기보다, 집계 대상이 같은 기준으로 분류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시험지는 저자의 책을 직접 발췌하기도 하지만, 교과서에 실린 글을 가져오거나 출제진이 내용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조세희 원작의 재구성 글을 따로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 작품명, 수록 경로를 함께 확인해야 빈출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자료에서 확인되는 특징은 고전과 현대문학이 꾸준히 출제된다는 점, 그리고 여러 대학이 기술 변화를 공통 주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박지원과 조세희의 작품, 마키아벨리의 정치론, 인공지능과 로봇에 관한 글은 시대와 형식이 다르지만, 인간의 행동과 사회의 질서를 설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글이 반복 출제되는지 확인하면, 대학이 현재 중요하게 다루는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위의 분석 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단국대, 덕성여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이다.

임재관 대치 한걸음입시논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