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편에서는 학생의 정서적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학습 부담과 교사의 업무 과중, 교육과 보육의 본질적 차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돌봄 공백 해소라는 국정 과제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교육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의무화’에 대한 찬반 논의를 살펴보자. [찬성] 돌봄 공백, 가정 부담 줄일 방안…공교육 책임성 강화초등학교 저학년의 오후 1시 하교는 맞벌이 가정에 큰 부담이다. 부모 중 한쪽이 육아휴직을 쓰거나 퇴사까지 고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오후 3시까지 정규 학교 교육을 늘리면 돌봄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교 시간을 늦추면 오후에 학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학원 뺑뺑이’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가계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낮추고 맞벌이 가구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초등 1·2학년의 연간 수업은 약 58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15시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정규 수업 시간을 연장해 독서, 예체능, 체험 활동, 놀이 중심 프로그램 등을 공교육 울타리 안에서 제공한다면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아이를 맡아두는 보육 차원을 넘어 검증된 공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정서·신체적 발달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돌봄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젊은 세대가 출산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아이를 낳고도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저출생 대책의 핵심 과제다. 공교육 시스템이 초등 저학년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교육하는 시간을 오후 3시까지 확보해줄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신뢰를 주고, 양육자가 일과 가정 모두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사회 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대] 아동 발달단계 무시, 교사 업무 과중도 문제만 6~7세인 초등 저학년 아동은 주의력 집중 시간이 짧고 신체적 피로를 쉽게 느낀다. 하루 6~7교시에 해당하는 장시간 학교 상주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와 정서적 피로감을 유발하게 된다. 자율적인 휴식과 놀이 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교원단체 등의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교사가 수업 시간 연장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이들의 발달 수준과 정서적 안정을 외면한 채 부모의 근무 시간에 맞춰 아이를 학교에 억지로 잡아두는 것은 아동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 편의적 접근에 불과하다.
돌봄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정규 교육과정 시간을 늘리는 것은 학교의 교육적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연장되면 현장 교사의 수업 준비 및 생활지도 부담이 폭증해 전반적인 공교육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돌봄 문제는 유연근무제 확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방과 후 교육 인프라' 확충, 부모의 양육 시간 보장 등 근로 환경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길 일이 아니다.
모든 학생에게 정규 수업 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려 강제하는 방식은 가정과 아동 개개인의 개별적 요구도 무시하는 조치다. 어떤 아이들은 조기 하교 후 가정에서 부모와 밀접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거나, 개별적 적성 및 취미 활동에 시간을 쓰고 싶어 한다. 보육 수요가 필요한 가정을 위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 확충이 아닌 정규 수업 의무 연장이라는 획일적 제도는 옳지 않다. 이는 학교 밖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와 아동의 자율적 선택권이 침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생각하기] 보육 수요 감안한 대안 찾아야초등학교 저학년의 오후 3시 하교 논쟁은 양육 환경의 변화와 공교육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보여준다. 돌봄 공백을 해결해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최우선 기준은 언제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이어야 한다. 일률적인 정규 수업 연장보다는 늘봄학교 등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 내실화,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연계한 돌봄 체계 구축 등 선택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장 교사와 학부모,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아동의 교육권과 돌봄 복지가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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