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예술체육 병역특례, 폐지가 맞을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가 보여준 병역과 관련한 부적절한 언행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프로선수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은 사회인 선수로 꾸려진 일본에 완패한 뒤 가까스로 우승해 ‘국위 선양’이라는 특례의 취지를 되묻게 했다.

정치권에서는 복무 형평성과 병역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제도 개편·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보충역 감축·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반면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사라질 경우 선수 생명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역특례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과도한 혜택은 공정성 훼손 …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대한민국 남성은 누구나 동등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저출생으로 현역 입대 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특정 분야 입상자에게만 병역 면제에 가까운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불공정을 초래한다. 병역 특례가 특정 직업군의 경제적·개인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현행 기준은 국제적 위상과 경쟁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아시안게임은 출전국이 제한적이고 아마추어 선수가 대다수인 종목이 많다. 금메달 획득이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이 일본 사회인야구 선수들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위선양이라는 제도 취지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현재 한국은 스포츠 메달 없이도 문화와 산업 전반에서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로 복무 면제나 다름없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인기 종목 보호 주장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병역 특례가 선수 생명 연장의 유일한 수단이라면 스포츠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체육계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소홀히 한 채 병역 특례로 문제를 풀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병역 특례는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종목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위선양을 병역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국방부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충역 감축·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평성과 공정성,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병역특례 제도는 개편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반대] 국위선양에 인센티브 줘야 … 비인기 종목 활성화 도움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대표 선수와 예술가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다. 이들이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자긍심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손흥민, 이강인 등 세계적 축구 선수들도 병역 특례 덕분에 해외 리그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비인기 종목에서 병역특례는 선수 생명을 유지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운동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20대 초중반 입대로 인한 공백은 선수들의 커리어에 치명적이다. 병역 혜택은 몇 안 되는 동기부여 수단이다. 특례가 없어질 경우 비인기 종목 선수층이 얇아지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토대가 약화될 것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병역 특례는 문화 강국 위상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병역특례가 없어지면 기초예술 생태계가 마비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병역 특례는 완전한 면제가 아니다. 대상자들은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수행한다. 이는 일반 현역 복무와 다른 형태의 국가 기여로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술·체육 분야 특례 대상자는 연간 수십 명 안팎이다. 이 수치로 국방력 저하를 논하는 것은 과도하다.

일부 선수의 부적절한 언행과 퍼포먼스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의 일탈 때문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 다른 선수들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제도 폐지보다는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해보기] 누적포인트제 등으로 공정성 보완해야병역특례 폐지·축소는 오래된 논쟁이다. ‘국위 선양’이라는 명분만으로 제도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취지를 살리면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국제대회 도전을 뒷받침해온 측면도 있는 만큼 당장 폐지하기보다 점진적 축소가 타당해 보인다.

이를 위해 특례 기준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도 아닌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국제대회 성적을 종합 평가하는 누적 포인트제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종목별 국제적 위상과 경쟁 수준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비인기 종목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병역 특례에 의존하지 않고도 선수들이 훈련과 생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연금, 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 지원을 넘어 종목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