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불법과 합법 사이, 야장 허용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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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영업하는 이른바 ‘야장(야외 장사)’이 늘고 있다. 종로와 을지로 등에서는 식당 안은 물론 인도와 도로 주변까지 테이블을 내놓는 업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야장을 찾는 시민도 많다.

야장은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자영업자에게 추가적인 영업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시민들도 도심에서 색다른 외식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허술한 관리가 문제다. 허가 없이 보도나 차도에 테이블을 설치하는 행위는 도로 점용 규정에 위배된다. 보행 공간이 좁아지면서 시민들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흡연과 쓰레기, 소음·악취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도 많다. 야장 확산을 단순히 단속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합법적인 영업 형태로 관리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상권 활성화와 시민 편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찬성] 골목상권에 활력...법 테두리 내 관리해야야장은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속 일변도의 규제 행정에서 벗어나 합법적 관리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들은 야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돈화문로11길을 중심으로 정식 도로 점용 허가와 식품위생법상 옥외영업 신고를 접수받아 구청이 영업시간, 안전 규정, 위생 조항을 직접 지도·감독할 합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상인들은 정당하게 도로 점용료를 지불하고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받는 대신 소음 관리·통행로 확보라는 의무를 이행한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서울 달빛야장’ 특화 상권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강남구 세로수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지자체 주도의 야장 환경 정비와 양성화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5곳을 시범 운영한 뒤 2028년까지 2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치구별로 제각각이던 기준을 통합한 ‘옥외영업장 도로점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최소 2m 이상의 보행 유효 폭 확보, 테이블 1줄 배치, 영업 종료 후 시설물 즉시 철수, 외부 조리 엄격 금지 등 구체적인 준수 사항을 명시해 무질서 요소를 차단하고 있다. 야장의 경제적 효과는 살리면서도 시민의 보행권과 안전을 침해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적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 보도는 공공재...위생·소음문제도 적지 않아 야장 양성화를 반대하는 쪽은 보행권 침해와 생활 소음, 도시 위생 악화라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공공재인 도로와 보도를 특정 자영업자의 사적 영업 공간으로 내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영업 편의를 위해 공공 공간의 사용 권한을 일부 업소에 장기간 보장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야외 테이블이 보도를 차지하면서 보행자들은 차도로 내몰리고 교통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비상시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의 진입을 방해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한번 허용된 야장 구역을 다시 축소하거나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엄격한 허용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거 환경에 미치는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심야까지 이어지는 음주 소란과 소음 피해는 인근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야외 취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방치, 악취, 담배 연기는 도심 위생 환경과 주거 공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지자체가 불법 야장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단속에 나서더라도 단속반이 있을 때 잠깐 철수했다가 단속반이 떠나면 같은 자리에 다시 야장을 펴는 상황이 반복되기 일쑤다. 과태료 액수보다 영업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업소들이 암암리에 경쟁적으로 야장을 하면서 단속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단속 인력과 행정력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 특정 업소만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단속 사각지대는 곤란...상생 기준 정립해야야장을 둘러싼 갈등은 불법과 단속의 사각지대 안에서 반복돼 왔다. 당연히 시민들의 보행권과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 속에서 생계의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골목상권의 위기 속에서 야장은 손님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이다.

결국 해법은 갈등의 방치가 아닌 ‘제도권 안에서의 명확한 질서 확립’에 있다. 지자체들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정식 영업 신고 및 도로 점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상생의 첫걸음이다.

지금은 합법적인 야장 제도가 정착해 나가는 초기 단계다. 명확한 설치 기준과 영업시간 제한, 철저한 현장 지도·감독이 병행되지 않으면 애초의 야장 활성화 정책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와 상인, 그리고 주민이 지속해서 소통하며 공공성과 상권 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찾는 모범적인 관리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