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 인적분할, 그 이유는?
LG화학으로부터 분할된 2차전지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22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신규 상장 기념식을 치르고 있다. 한경DB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9월 7일자 1면에서 ‘지배구조 새판짜기, 키워드는 인적분할’이란 제목의 기사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요즘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다시 짜는 핵심 수단으로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입니다.

기업분할 뉴스는 증권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기업을 쪼개는 방식에 따라 기존 회사(존속회사)의 주가가 춤을 추게 되는데, 주가가 급락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적분할은 제3자 유상증자와 함께 기업가치는 물론,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악재로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청소년에겐 용어가 다소 생소하고 내용이 딱딱할 수 있지만, 기업분할 방식을 대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기업과 자본시장이 돌아가는 원리와 그에 얽힌 스토리를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기업을 쪼개는 이유...순환출자 해소, 기업가치 제고 기업을 쪼개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엔 순환출자가 문제였습니다. A기업이 B기업의 최대주주가 되고, B기업은 같은 식으로 C기업을 지배하며, 다시 C기업은 A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해 서로 얽히고설키는 지배구조가 우리나라 대기업에 흔했습니다. 적은 자본으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 결과인데요, 이로 인해 그룹 오너의 독단적 경영이 심했고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했던 게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같은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습니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모든 그룹 계열사를 하나의 지주회사에 종속시키는 지주회사 체제로 유도했죠. 부실기업 정리 등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후엔 이질적인 사업을 여러 개 운영하는 회사를 사업별로 분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분할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주주의 경영권이 줄어들지 않는 물적분할이 많이 활용됐습니다. 물적분할은 대개 알짜배기 사업체를 신설회사로 떼어내고 기존 소액주주는 껍데기만 남은 기존회사 주식만 갖게 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는 기존회사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며 상당한 갈등과 진통을 불렀습니다. '새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가'가 중요
'인기 절정' 인적분할, 그 이유는?
이 정도에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분할 제도는 회사를 어떻게 쪼개느냐의 문제인데, 핵심은 ‘새로 생기는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물적(物的)분할은 기존회사에서 쪼개어져 나오는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회사, 즉 법인이라는 물질적 존재가 통째로 가져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인적(人的)분할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회사의 주주, 즉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겁니다. 새 회사의 주인이 기존회사가 되면 물질적인 분할(물적분할)이고, 기존회사의 주주(사람)가 새 회사의 주인이 되면 인적분할이라 부르는 겁니다.

이제 이해가 될 겁니다. 물적분할을 하면 기존회사(또는 모회사)가 신설회사(또는 자회사) 지분을 100% 계속 보유하게 돼 그룹 오너는 자회사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짜회사인 신설회사가 증시에 재상장하면 기존회사는 기업가치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2차전지 사업부가 분할해 신설된 LG에너지솔루션과 기존회사인 LG화학의 관계가 그랬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피해가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한경 기사는 물적분할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해당 기업에 쏟아지는 비판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그 부담을 덜기 위해 최근 인적분할로 방향을 잡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은 분할 과정을 통해 신설회사를 증시에 상장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분할은 여전히 유용한 수단입니다. 다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부르는 물적분할은 피하고 인적분할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올해 인적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한화, 현대홈쇼핑, 카카오 등 10곳에 이릅니다. 2024년의 8곳, 작년의 7곳에 비하면 훨씬 많은 수치이죠. 한편으론 소액주주들의 힘과 발언력이 세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자본시장 제도가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는 분위기여서 주목됩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