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된 노란봉투법
제2조와 3조의 개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개정 노동조합법, 일명 ‘노란봉투법’이 다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년 8월 법 개정을 앞두고는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범위를 좁히는 게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판도라의 상자’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넓혀놓은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노동자 권익 확대, 산업 평화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제적인 중대 요인이 되고 있어 청소년 여러분의 관심도 필요해 보입니다.

노란봉투법의 뼈대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할 때 조합원 전원에게 연대 책임을 묻던 관행 대신, 조합원 개개인의 참여 정도에 따라 책임을 나누게 한 게 첫 번째입니다. 파업 참가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 것이죠. 다음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혔습니다. 이로써 하청 기업의 노동자가 원청 기업 측과 직접 임금, 고용조건 등을 교섭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란 모호한 개념문제는 마지막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 부분입니다. 종전엔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좁은 의미의 근로조건만 쟁의 대상이었고, 이들 건에서 노사 양측이 대립할 때만 파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 부분이 호남반도체 투자 프로젝트와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호남반도체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한 사안이라며 내년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또한 조합원의 84%가 이 투자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도 공개했습니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닙니다. 올 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서 이런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기업 투자, 공장 증설과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만으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배치 전환’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경영계는 정부의 해석에 ‘신규 투자 등 경영 판단 사항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호남반도체 투자는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고용부에 원칙적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법률 시행지침으로는 한계고용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란봉투법 시행지침’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행지침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는 유권해석(또는 해석지침)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맹점을 대통령도 알기에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통해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하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위임 조항이 노란봉투법 자체에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위임 조항이 없는데 하위 법령이 구체 사항을 열거하면 법률 위반이 됩니다.

결국, 쟁점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이라는 문구를 얼마나 넓게 해석하느냐 입니다. 노동단체는 “공장이 어디에 지어지느냐는 노동자의 전보, 인력 배치, 복지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정부와 경영계는 “결정 그 자체와 그 결정이 실제로 근로조건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별개”라고 선을 긋습니다. 이런 식이면 문제 해결은커녕 갈등이 평행선을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노란봉투법 입법 초기에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야당 측은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그대로 법이 통과됐다고 비판합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업이 투자도 마음껏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여당이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완 입법 불가피” 주장도그렇습니다. 법률이 세세한 사항을 규정하기 어렵더라도 개념 자체가 모호한 ‘사업경영상 결정’과 같은 용어를 법 조문에 그대로 두는 식으로 입법이 이뤄져선 안 됩니다. 투자나 공장 이전, 합병 등과 같은 경영 판단이 어느 정도 선에서 쟁의의 대상이 되는지 좀 더 구체적인 기술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입법 당시엔 호남반도체 투자와 같은 사례가 없었고, 삼성전자 노조의 교섭 시도도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법률이 구체화하지 못한 사항을 시행령 등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는 조항은 넣었어야 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이런 노란봉투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