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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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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느 나라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까요? 돈이 많은 나라가 축구도 잘할까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가의 축구 경쟁력은 경제력이나 인구같은 조건의 영향을 받지만, 결국 개방성과 다양성이 강팀을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과 인도, 중동의 산유국들이 세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죠.

지난 대회에서 아프리카 최초로 4강 신화를 쓴 모로코는 선수 26명 중 14명이 해외에서 태어났습니다. 프랑스 대표팀 역시 이민자 출신 선수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축구를 넘어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인재의 이동에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빛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문화 팀이 패배할 때 쏟아지는 극심한 인종차별적 비난처럼, 다양성은 때로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축구장은 한 사회의 포용력과 성숙도를 가감 없이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흉물로 남게 된 최첨단 경기장그렇다면 이 거대한 월드컵 축제의 수익은 과연 누구의 몫일까요? 안타깝게도 중계권과 스폰서십 수익의 대부분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글로벌 파트너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반면 경기장 건설과 교통, 보안 등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인프라 비용은 온전히 개최국이 떠안게 됩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최첨단 경기장들이 대회가 끝난 후 막대한 유지비만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은 허다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아마존 정글 한복판에 조성한 마나우스 경기장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경기장은 이후 활용처를 찾지 못해 대표적인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의 예시로 전락했습니다. 하얀 코끼리란 고대 태국 국왕이 미운 신하에게 관리가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드는 흰 코끼리를 선물해 파산하게 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말로, 오늘날 외형만 화려할 뿐 실익이 없는 대형 시설물을 뜻합니다.

물론 월드컵 기간에 항공, 숙박, 외식 등 일부 업종이 단기 특수를 누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순효과는 대체로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역시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이 예산 초과를 반복하며 개최국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보건, 교육, 복지처럼 더 시급한 민생 분야에 투입되어야 할 공공 재원이 단발성 축제 인프라로 쏠린다는 점입니다. 월드컵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개최국에게는 도리어 뼈아픈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국제정치 소용돌이 속 월드컵FIFA 헌장에는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이 명시돼 있지만, 현실에서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는 쉽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가슴에 국기를 달고 입장하고, 우승국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장면만 봐도 국제 스포츠 대회는 국가 정체성과 긴밀히 맞물려 있습니다. 메가 이벤트를 활용해 국내 결속과 국가 이미지 개선을 꾀하는 전략은 낯설지 않습니다. 독재정권이나 인권탄압 국가가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개최해 자국의 부정적 민낯을 가리고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행위를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이라고 합니다.

스포츠가 늘 평화를 증진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과열된 민족주의는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전을 계기로 무력 충돌까지 벌인 적이 있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FIFA의 밀착 논란 등으로 정치적 색채가 짙은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이란 대표팀의 미국 입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베이스캠프를 멕시코로 옮기고 경기 때만 미국을 방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월드컵이 지닌 무형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은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한국 사회에 집단적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관광 브랜딩,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 제고 등 긍정적 외부효과와 더불어 최근에는 스포츠 관람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겼습니다. 월드컵을 온 지구촌이 공정하게 즐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자리한 정치역학적 관계에 대한 성찰과 시스템적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월드컵의 무형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해보자.

2. 다양성은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까?

3. FIFA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 월드컵’을 만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