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이번 대책만으로 현장 불안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특례 기준 자체가 모호해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찬성] 교육부 대책에도 현장 불안 여전…책임 다했으면 형사처벌 제외해야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는 현장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본격화한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고, 춘천지방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가 안전관리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이 사건으로 교사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현장 체험학습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3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치원·초·중·고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51.7%에 그쳤다. 이동 거리를 줄여 축소 운영하는 학교가 15.2%, 취소 또는 보류한 학교는 21.8%에 달했다. 11.3%는 아직 실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사전 안전교육과 인솔 의무 등 기본적 책무를 다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처벌 절차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학교안전사고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특례법이 교사에게 무제한적 면책특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교사가 형사처벌 공포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운전자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반대] 특례법 조항이 처벌 기준 될 수도…"새로운 소송과 법 해석 불가피"정부가 ’학교안전사고특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인 것은 특례법 제정이 애초 의도와 달리 새로운 법적 분쟁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교원 단체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별도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별도의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특례법이 제정되는 순간 ‘어떤 경우에 면책되고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일반 형법과 과실범 규정에 따라 개별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만, 특례법이 제정되면 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잣대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례법이 신설될 경우 교사들이 면책 요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새로운 소송과 해석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고의 또는 중과실’ 개념 자체가 지닌 모호성이다. 교원 단체들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무엇을 중과실로 볼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게 문제다. 결국 특례법이 제정되더라도 중과실 여부를 둘러싼 해석 논란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특례법을 만들어도 사고 관련 수사는 불가피하며, 구체적인 조항을 법에 담을 경우 오히려 교사 처벌의 기준을 명문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례법이 아니더라도 학교안전법 개정안에는 교사들의 책임 면제를 위한 여러 안전장치가 담길 예정”이라며 “중과실이 없다고 결론나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검찰 불송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각하기 - 대화 지속하며 현실적 접점 찾아야
물론 현장의 불안을 외면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사고 한 번으로 교사가 형사처벌과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하는 현실은 부가적 교육 활동에 대한 의욕을 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 보호만 앞세워 면책 범위를 과도하게 넓힐 경우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구제라는 또 다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교원 단체들과 대화 창구를 계속 열고 현실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법률 지원과 보험·보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교원 단체들 역시 전향적 자세로 협의에 나서 멈춰서 있는 현장 체험학습을 정상화해야 한다.
현장 체험학습은 교실밖 교육과정이다. 안전은 정부가 뒷받침하고, 교사는 법적 부담 없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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