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대리인 문제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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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테스 대표는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그만두고 신생 반도체 장비 업체인 테스로 이직했다. 이 대표가 테스에서 24년간 성과급 등으로 받은 자사주는 102만2061주. 지난 22일 기준 1318억원어치다.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주식 자산을 보유한 전문경영인이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성과급으로 받은 주식의 가치가 큰 폭으로 뛰어 창업가 못지않은 부(富)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2026년 5월 25일 자 한국경제신문-

반도체·로봇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회사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아 수천억원대 자산가가 됐다는 기사입니다. 왜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일반 직장인처럼 현금 대신 주식을 줬을까요. 여기엔 경제학의 오래된 주제인 ‘주인·대리인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인 주식회사에서 진짜 주인은 돈을 투자한 ‘주주’입니다. 하지만 많게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매일 회사를 직접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주들은 전문경영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회사 운영을 맡깁니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때, 주인과 대리인의 목표가 항상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주주는 회사 가치가 오르길 바랍니다. 반면 CEO는 자기 권력과 자리보전, 눈앞의 실적에만 더 관심을 둘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유자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어긋나 발생하는 현상을 ‘주인·대리인의 문제’라고 부릅니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주는 회사가 성장해 주가가 오르고 배당을 더 많이 받길 원합니다. 반면 CEO는 보너스를 많이 받고 권력과 지위를 보전하길 원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이익은 줄더라도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장기투자 성과를 기다릴 수 있는 주주와 달리 임기가 3~4년에 불과한 CEO는 이런 결정을 꺼릴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 자신이 회사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죠. 둘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도 문제를 키웁니다. 전문경영인은 매일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알지만, 주주는 일련의 보고서나 공시 없이는 경영인의 행동을 완벽하게 감시할 수 없습니다. CEO가 주주 몰래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대리인이 통제되지 못했을 때 발생한 역사적 비극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2001년 미국을 뒤흔든 ‘엔론(Enron)’ 사태입니다. 당시 거대 에너지 기업이던 엔론의 경영진은 자신들의 경영 성과급을 대폭 늘리기 위해 정교한 회계 조작을 감행했습니다. 회사가 엄청난 돈을 버는 것처럼 꾸몄고, 주가가 치솟자 자기 주식을 팔아 수천만 달러의 이득을 챙겼습니다. 뒤늦게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엔론은 파산했고, 회사의 진짜 주인인 주주들은 막대한 재산 손실을 봤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에선 이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대리인의 이익과 주인의 이익을 하나로 묶어주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대리인이 열심히 일해서 주인의 이익이 늘어날 때, 대리인 본인도 엄청난 보상을 받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자사주 성과급’이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그 방식 중 하나입니다. 스톡옵션은 일정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를, RSU는 근속연수나 성과 같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하면 경영인은 단순한 ‘월급쟁이 대리인’에 머물지 않고, 주주와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 주인’의 태도로 경영에 임할 거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다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주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엔론 사태와 마찬가지로 단기 실적 부풀리기에 매달릴 위험이 생깁니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장치를 강화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사회입니다. 사외이사를 늘리고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CEO를 견제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사회와 감사 기능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맺거나, 기업 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해 CEO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제학에선 주인·대리인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봅니다. 제도적 보완뿐 아니라 CEO 스스로가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책임 경영 철학을 확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소유와 경영의 분리…그 틈새에서 생기는 일들
1. 주식회사에서 주주가 ‘주인’인 이유를 설명해보자.

2. 일상에서 발생하는 주인과 대리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3. 이사회 기능을 강화할 때 따르는 비용은 무엇일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