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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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멕시코에서 출간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2004년에야 한국 독자를 만났다.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책의 감상문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최근 후기를 살펴보면 “마음을 쿵 울리는 대사가 많은 책” “요리 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술술 익혀요” “이 책 전부가 인상 깊은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와 같은 찬사 일색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33개 언어로 번역되어 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1년 이상 오르기도 한 이 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알폰소 아라우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으며, 멕시코와 미국에서 유수의 상을 받았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총 12부로 구성된다. 각 부의 제목이 ‘4월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몰레’ ‘9월 초콜릿과 주현절 케이크 로스카’ 같은 요리 이름이다. “티타는 너무 외롭고 쓸쓸했다! 성대한 연회가 끝난 후 접시에 달랑 하나 남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도 그녀보다는 덜 외로웠을 것이다”와 같은 요리를 활용한 표현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소설은 1910년부터 1933년 무렵의 멕시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특성인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와 과장된 표현으로 인해 상상과 재미가 폭발한다.

각부마다 재료 소개와 조리 방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성 중심 문학에서 찾기 힘든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단어’가 이어지면서 당시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요리 문학’을 통해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진다. 가부장적인 어머니와 세 딸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내 삶의 불꽃' 요리와 사랑을 통해 만나보라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여성에 의한 가부장적 사회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어머니 마마 엘레나는 세 딸 로사우라, 헤르트루디스, 티타를 두고 있다. 막내딸을 낳고 이틀 만에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그 충격으로 마마 엘레나의 젖이 나오지 않는다. 그로 인해 티타는 요리사 나차가 마련해준 아톨레와 차를 마시고 자란다. 아기 때부터 부엌에서 나차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티타는 자연스럽게 요리와 친숙해진다.

열여섯 살을 앞둔 티타, 페드로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페드로가 집에 올 거라고 하자 마마 엘레나는 차갑게 말한다.

“청혼하러 오는 거라면 시간 낭비하는 것이니 오지 말라고 해라. 네가 막내딸이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니?”

이에 대해 항의하려는 티타에게 마마 엘레나는 “몇 세대를 내려오면서도 우리 가문에서 이 관습에 토를 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입을 막는다.

아버지와 함께 온 페드로에게 마마 엘레나는 큰딸 로사우라와 결혼하라고 말한다. 티타 옆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페드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1월에 파격적 결정을 내린 페드로, 동생의 남자와 결혼한 로사우라, 너무도 가슴 아픈 티타, 이 셋은 어떻게 됐을까. 20년이 지난 12월, 병으로 세상을 떠난 로사우라의 딸 에스페란사와 알렉스의 결혼식이 펼쳐진다. 알렉스는 티타가 결혼하려고 했던 브라운의 아들이다. 티타는 불같이 뜨거워 위험한 페드로가 아닌 평온한 브라운을 만나려 했지만, 페드로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39세로 여전히 아름다운 티타, 그녀를 사랑하는 페드로, 둘은 맺어질 수 있을까. 티타의 마음과 만나라세상을 떠난 마마 엘레나와 나차는 유령이 되어 종종 등장한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못마땅해하고, 나차는 요리를 가르쳐준다. 종말은 나차가 불 밝힌 양초로 인해 시작된다. 작가는 페드로와 티타가 ‘함께 에덴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대대로 내려온 농장이 모두 불타고 남은 건 티타가 쓴 요리 비법 노트뿐이다. 에스페란사의 딸이 이모할머니 티타의 노트를 보며 요리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비극적 결말에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갑갑하다고 여기는 이도 있겠지만, 억압된 틀 속에서 요리로 삶을 확장한 티타와 어려움 속에서도 앞날을 개척한 헤르트루디스를 보며 작은 장벽 앞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페미니즘 문학으로만 보면 소설의 이면까지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삶과 환상으로 확장한 풍부한 이야기, 중대한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깊이 따라가다 보면 넓은 지점에서 티타의 마음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