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웰든 존슨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1853년 윌리엄 웰스 브라운이 발표한 <클로텔>을 미국 흑인 소설의 효시로 본다.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은 역사가 짧은 흑인 소설의 전통을 따르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는 ‘인종 주제, 사회 항변적 요소’를 대변하는 공적 명분의 인물이 주목받았으나 이 소설은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을 따라가며 시작한다.
미국 코네티컷주의 호사스러울 정도로 잘 갖춰진 조그만 독립가옥에서 어머니와 둘이 사는 ‘나’는 상앗빛 피부, 아름다운 입매, 크고 촉촉한 검은 눈을 가졌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백인 학생은 모두 일어서라고 할 때 나도 일어났다. 그때 선생님이 “넌 잠시 앉아 있다가 나중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라”고 말했다. 자신을 백인으로 생각했던 나는 그제야 어머니의 피부가 거의 갈색이고, 머리카락이 부드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어머니는 자신이 아버지의 어머니, 즉 할머니의 ‘바느질 종’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열두 살 때 아버지가 딱 한 번 집을 방문했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피아노를 쳤고, 2주 후 아버지는 새 피아노를 선물로 보내왔다. 그 후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아버지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러 온 걸 목격한 나는 충격을 받는다. 일생에 딱 두 번 본 백인 아버지, 나를 정성껏 길러준 흑인 어머니, 나는 백인처럼 생겼지만 어머니의 피가 섞였다는 걸 인식한다. 옛 노예 시절의 노래
다니던 담배 공장이 문을 닫아 뉴욕으로 가게 된 나는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돈을 많이 번다. 자신을 자주 초대해 작은 음악회를 열던 백만장자가 유럽 여행을 제안해 함께 파리, 런던, 빈, 베를린을 돌며 호화판 생활을 한다.
어느 날 고전음악을 래그타임으로 연주하는 나를 밀어낸 어떤 남자가 래그타임을 클래식으로 바꿔 연주한다. 그 순간 ‘옛 노예 시절의 노래,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수많은 자료’를 떠올린다. 백만장자는 “당신은 백인”이라며 “왜 이제 와서 흑인들의 가난과 무지와 가망 없는 투쟁 속에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려 하나”라며 나를 말린다. 나는 음악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고, 백인 작곡가보다 흑인 작곡가가 주목 끌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흑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야망을 고전적 음악 형태로 대변해보고 싶은 욕구에서 나는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 도착해 짐을 맡겨두고 내륙 지방을 여행하던 중 나는 흑인이 쇠사슬에 묶여 화형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순간 자신이 ‘동물보다 더 심하게 다루어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 인종과 동일시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뉴욕으로 가는 티켓을 사면서 ‘흑인종임도 부인하지 않고 백인종임도 주장하지 않고 살기로 결심’한다.
뉴욕 도매상에서 일하며 경영대학에 다니는 동안 부동산 투자를 해 돈을 많이 번 나는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게 된다. 망설임 끝에 자신에게 흑인의 피가 섞여 있음을 고백한다.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
‘유색인의 대의명분을 위해 공적으로 싸우는 용감한 소수 지도자들의 진지함과 신념’을 보며 나는 초라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의 동족에 대한 이상한 동경에 사로잡혀 자신을 겁쟁이나 배신자로 여기는 나를 유일하게 위로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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