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발전소와 가까우면 싸게…전기료 차등제 필요한가
정부가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설비가 밀집한 영호남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고,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은 비싼 전기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낡은 송전망에 부담을 주는 전력 과부하를 줄이고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연내 추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전력은 주로 해안가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 손실과 선로 건설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산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찬성] 전력 소비의 '수도권 쏠림' 해소…기업 이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게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막대한 송전망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직접 연동하는 구조다. 발전소와 인접할수록 요금을 낮추고 원거리일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게 된다. 대규모 발전시설이 주로 지방에 편중된 국내 전력생 태계를 고려할 때 전력 자립도가 낮은 수도권보다 지방 소재 기업들의 요금 수혜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국가 전력 시스템은 지방에 있는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대 송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하는 전형적인 중앙 집중형 구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은 확보했지만, 전력 소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규모 송전 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역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우선 산업용 전기료에 적용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일반 국민에게까지 지역 차등 요금제를 적용했을 때 실익이 클지, 아니면 사회적 비용이 더 클지 더욱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지역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기업의 전기요금 차이가 10%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지역 간 전기요금 차이에 대해 “1kWh(킬로와트시)당 10~20원”이라고 답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1kWh당 평균 180원대임을 감안하면 5~10%대 요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차등요금제가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에 밀집한 기업들을 발전소가 집중된 영·호남 등 남부권으로 유인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 과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반대] 반도체 등 첨단업종 부담 커져…지역갈등 부추기는 변수될 수도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산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첨단 업종 기업이 많아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할 경우 수도권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할 연간 전력 비용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4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이다. 고물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경협은 “기업이 실제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도로·용수 등 기초 인프라를 우선 확보하고, 지자체별로 전력 수급 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계에선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은 전력 시스템 특성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력은 특정 발전소에서 개별 소비지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 단위의 통합된 전력망을 통해 공급된다. 전력망에 진입한 전기는 구분 없이 섞여 소비지로 공급되기 때문에 발전소와 가깝다고 해서 더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술적 현실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도 시행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이전 결정은 전기료보다 교통, 교육, 의료, 생활 인프라 같은 복합적 요인에 따라 이뤄진다. 전기료 차이만으로 지역 이전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수도권·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에너지 정의 실현’ ‘반(反)기업적 징벌’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생각하기 - 전기료는 제조업 경쟁력의 근원…심도 있는 연구 필요
[시사이슈 찬반토론] 발전소와 가까우면 싸게…전기료 차등제 필요한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전력망 구성과 전기요금 체계는 국가 산업의 생존이 걸린 고차방정식이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공공요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 비용은 곧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의 뿌리다. 단기간 고도성장을 이룬 K-기업을 뒷받침한 버팀목은 낮은 산업용 전기료였다. 하지만 현재 산업용 전기료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 정책의 성공 조건은 지속 가능 여부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지방 시대를 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심도 높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 연구 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주권이 곧 국력인 시대다.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산업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밀한 요금 체계 설계가 시급하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