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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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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주류경제학은 오랫동안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 즉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가정해왔습니다.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갖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며, 일관된 선호를 유지하고,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겁니다. 투자의 맥락에서 이런 인간은 자산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고,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감정의 개입 없이 매매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심리적 편향도 투기의 원인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1950년대에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은 최적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지능력의 한계 안에서 ‘충분히 괜찮은 답’을 찾는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결정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판단 당시엔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 봐야 합니다. 이게 현실의 인간입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가 만들어내는 틈 사이에 존재합니다.

행동경제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고, 과거의 자산 가격 움직임 등 패턴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군중심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행동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등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밝히는 바입니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 중엔 과잉확신(overconfidence bias)도 있습니다. ‘나는 특별하다’는 착각이 투기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70% 이상이 자신이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있죠. 이런 것들이 투기적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비합리성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비합리성을 아는 것 자체가 합리성의 시작이란 깨달음입니다.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는 그것을 모르는 투자자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투자가 투기로, 투기가 투자로처음엔 투자로 평가받다가 투기로 바뀌어가는 데엔 개인의 탐욕과 군중심리, 사회적 광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1895년 저서 <군중심리(The Crowd)>에서 충격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개인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면 지능이 낮아지고 감정이 증폭된다는 겁니다. 그는 군중은 ‘개인의 합’이 아니라, 개인보다 훨씬 원시적이고 충동적인 새로운 심리적 존재라고 봅니다. 금융시장 투기 광풍의 역사는 르봉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1637년 네덜란드 튤립 구근 거품, 1720년의 남해회사 버블, 1929년 대공황 직전 상황, 2000년 닷컴버블 등이 그랬습니다. 케인스는 주식시장을 ‘미인 선발대회’에 비유했습니다. 진짜 미인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을 고르는 경쟁이라는 거죠. 투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비유입니다.

반대로 역사적으로는 투기라 낙인찍었지만 올바른 투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초기에 매수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 암호화폐를 사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고 봤는데, 금융 세상이 분산화와 디지털화로 발전하면서 대박이 터진 거죠. 2007년 미국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비우량 주택대출 시장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 보고 시장 하락에 베팅했습니다. 2008년 그는 수억 달러를 벌었고,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 됐습니다. 그의 행동은 무모한 투기처럼 보였으나, 역사상 가장 철저한 분석에 기반한 투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AI 투자 열풍이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 인간은 과연 합리적 존재인지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2. 행동경제학이 어떤 배경에서 발전했는지 알아보자.

3. 글에서 언급한 버블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